[기획] 조선·해운업계 “일감 걱정 덜었는데 노사 문제에 한숨”
현대중공업, 전면파업 8일째 2년치 임단협상 잠정 합의안 마련
HMM, 사상 최대 실적에도 8년째 임금동결로 직원 불만, 퇴사
2021-07-15 김아라 기자
[매일일보 김아라 기자] 올해 수주목표를 초과하는 등 일감 걱정을 덜어낸 조선·해운업계가 ‘노사 문제’에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노조가 지난 6일부터 벌여온 전면파업과 40m 크레인 점거농성을 지난 13일 저녁 중단했다. 노사가 긴 산통 끝에 이날 2년치 임금 및 단체협약 3차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이번 합의안은 기존 합의안에선 동결이던 2020년 기본급을 4만1000원(호봉승급분 포함) 인상한 것이 핵심이다. 기존 합의안에서는 2019년 기본급 4만6000원(호봉승급분 포함) 인상, 2020년 기본급 동결, 성과금과 격려금, 별도 특별격려금 200만원 지급, 물적분할(법인분할) 과정에서 발생한 노사 간 각종 소송 취하 등이 담겼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2019년 5월 2일 상견례하고 임금협상을 시작했으나, 당시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법인분할을 놓고 노사가 마찰했다. 이 과정에서 벌어진 노조의 주총장 점거와 파업, 이에 따른 사측의 징계 등으로 해를 두 번이나 넘겨 임단협을 끌어왔다.
사측은 잠정 합의안 마련으로 급한 불은 껐지만,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이번 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는 조합원 대상 설명회를 거쳐 16일 열린다. 이번에 타결되면 2년 2개월여 만에 교섭이 마무리된다.
남아있는 불씨를 끈다 해도 피해는 따른다. 이번 8일 동안의 전면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로 인해 매출 손실액이 수백억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측이 앞서 2018년 파업 당시 추정한 하루 평균 매출 손실액은 83억원이었다. 생산 차질로 선주와 약속한 인도일을 맞추지 못할 시 수십억원 규모의 지체 보상금까지 지급해야 할 수도 있다.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 중인 국내 해운사 HMM도 직원 처우 문제로 내홍을 겪고 있다. 운임 상승 등 전례 없는 호황을 맞고 있지만, 직원들은 해운 불황기 8년간 임금이 동결됐고 지금도 국내 1위 선사에 걸맞은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불만을 표출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내부에서는 동종업계와 비교해도 낮은 임금에 불만이 커지면서 퇴사하는 직원들이 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해상직 직원들의 경우 국내 선사보다 실승선기간이 절반 가까이 짧음에도 보수가 높은 외국계 선사로 떠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올해 두 자릿수의 임금 인상률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밖에 생수비 지원, 성과급 등도 추진할 예정이다. 한편 HMM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 1조193억원으로 분기 사상 최대치를 경신한 HMM은 2분기에도 호실적을 이어갈 전망이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혹시나 파업으로 물류 대란이 일어나지는 않을지 우려된다”며 “HMM이 기록적인 실적을 올리는 만큼 지난 10년간 어려움을 감수해왔던 선원과 직원에 대한 처우를 개선해주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