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아시아나・두산의 반면교사

2022-07-19     이재영 기자
[매일일보 이재영 기자]코로나발 불황에 바닥을 찍었던 항공, 중공업 등의 구조조정이 여무는 단계에 와 있다. 비온 뒤 땅이 굳어진다고 반면교사, 사필귀정의 뜻을 헤아리면 같은 불행은 반복되지 않을 법도 한데 어째선지 데자뷰가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거래 중지가 최근 풀렸다. 박삼구 전 회장과 임직원들의 배임, 횡령 사건으로 상장 규정 위반 실질 심사가 열려 주주들은 가슴이 철렁했다. 최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오너 경영의 문제점을 인정하면서도 리스크를 감당하기 어려운 전문경영인체제와 비교해 장점을 내세웠는데 아시아나항공 사례는 전자를 떠올리게 한다.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려는 대한항공도 곤욕을 치르긴 마찬가지였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추가 자금을 지원하면서 투명경영체제 확립을 전제조건으로 달아야 했다. 한진칼과 KCGI 간에 경영권 분쟁을 거치면서 지배주주 일가의 도덕적 논란과 기업가치 훼손 등이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양자가 다투면서 아이러니하게 그룹 지배구조는 좋아졌다. 지배주주가 외부주주를 설득하기 위해 지배구조 개선안을 내놓으면서다. 두산그룹도 대규모 자산 매각, 구조조정 작업을 거쳐 회생단계에 오르고 있다. 마찬가지로 두산그룹도 지배주주의 경영실패로 인해 국책은행에 손을 벌렸던 사례다. 빚더미를 해결하기 위해 각종 자산을 팔면서 사세는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그룹은 다시 전자사업, 지게차사업, 수소사업 등 새로운 유망 사업에서 현금창출 수단을 확보했지만 이러한 구조조정이 진작에 이뤄졌었다면 하는 안타까움이 남는다. 이들 기업재편 및 구조조정은 국책은행과 정부 주도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반복된 과거를 떠올리게 한다. 국내 산업들은 그동안 부실기업 정리나 산업합리화 과정이 대부분 정부 주도 아래 진행됐다. 해외 선진국 기업들이 부실징후 이전에 기업재편이나 M&A를 통한 체질 개선에 빨랐던 것과 비교된다. 국내 기업들은 늘 사전조치가 미흡했고 결과적으로 정부의 도움을 받았다. 이런 차이는 대주주들이 공고한 경영권 지분을 확보하고 기업을 사기업 형태로 운영해온 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경영부실화가 진행돼도 경영권 이전 위험이 수반되는 기업재편 작업을 수행하기 주저한 지배주주 성향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이런 폐쇄적인 특성은 해외기업들이 국내 투자를 꺼리게 만든 장벽도 돼 왔다. 이는 증권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이 저평가되는 요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올 상반기 외국인직접투자는 역대 2위 수준으로 확대됐다고 한다. 하지만 한쪽에선 해외로 유출되는 국내 투자 대비 국내 유입 투자가 적어 선진국 대비 투자환경이 여전히 열악하다는 평가절하도 있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고속성장으로 투자기회가 풍부해 이런 외부 투자 유입의 필요성에 무감각했으나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점점 주력산업의 한계도 노출되고 있다. 이런 성장 둔화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전과 다른 지배구조 개방성과 투명성이 요구된다. 삼성도 현대차도 이사회 독립성 강화 등 각종 개선안을 이행함으로써 지배구조가 전보다 한층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삼성도 현대차도 총수 재판이나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이 있고 난 다음에야 행동에 나섰다는 점에서 앞선 사례들과 비슷한 수동성이 있다. 성숙기 산업은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전보다 더 적극적인 M&A 시도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 경영진의 사고전환도 더 빨라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