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에서 ‘대박 꿈꾸는 당찬 여성들’

자기 색깔 작품 ‘열정’ 파워엘리트로 급부상

2005-08-28     김윤정 기자

영화 제작 남성 영역 ‘옛날 얘기 하지마세요’

한국영화 점유율이 50%가 넘는 지금 한국영화계는 아직까지 남성의 수가 절대적이다. 하지만 적은 숫자이지만 충무로에서 여성 영화인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특히 여성 프로듀서들은 국내영화 흥행 기록을 다시 쓰는 ‘대박’ 영화들을 터트리며 충무로의 파워엘리트로 부상하고 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영화 제작은 남성들만의 영역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90년대 후반 충무로 여성 프로듀서 ‘트로이카’로 불리는 ‘영필름’의 심재명 대표와 ‘좋은영화’의 김미희 대표. 영화사 봄의 오정완 대표 등 이른바 1세대 여성 프로듀서들의 대표주자들이 등장하면서 영화계 판도는 달라졌다.

그녀들이 내놓은 작품들을 보면 ‘한국영화사에 한 획을 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은 소위 ‘돈 되는 상업 영화를 만드는 데는 탁월한 감각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심재명 재표는 ‘명필름’ 창립작으로 <코르셋>을 선보인 뒤 <접속><해피엔드>에 이어 우리나라 인구의 10%가 관람한 <공동경비구역JSA>로 대박을 터뜨렸다.

그녀는 사회나 현실을 반영하는 목소리가 높은 영화에 주력해 왔다. 영화 관계자들은 그녀를 “영화로 번 돈을 영화에 환원하는 바람직한 제작자의 방향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오정완 대표는 신씨네 기획 프로듀서로 출발해 당시 여성 프로듀서로 출발해 당시 여성 프로듀서 1호로 <은행나무 침대> <정사> 등의 흥행작을 터트린 후 영화사 ‘봄’을 세웠다. 창립작 <반칙왕>은 흥행과 더불어 ‘장르의 개척을 성공적으로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주류영화에서는 선뜻 접근하기 어려운 소재의 <눈물>을 제작했고, 다국적 영화 <쓰리>의 기획은 아시아의 제작자들과 공동작업을 시도해 영화의 내용 뿐 아니라 새로운 제작방식을 모색했다. 

좋은영화 김미희 대표는 시네마서비스에서 <마누라 죽이기> <투캅스 2.3>등 흥행영화들을 기획하며 ‘여자 강우석’이라는 애칭(?)을 얻었다. 이후 99년 ‘좋은영화사’를 창립하자마자 첫 작품인 <주유소 습격사건>으로 대박을 터트리며 ‘충무로 여성 트로이카’에 합류했다.

그녀는 “주체의식이 분명하면서도 무조건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자는 모토로 영화를 제작했다”고 말했다.

한편 그들의 바통을 이어받은 2세대 여성프로듀서들은 자기 색깔이 분명하고 작품에 대해서 모험심이 강하다고 평한다.

불륜이라는 소재를 여성의 시각으로 새롭게 해석해낸 <밀애>의 신혜은. 지난 2003년 가장 주목받은 작품으로 평가받는 <지구를 지켜라>의 김선아. 흥행 1위였던 <살인의 추억>의 김무령. 한국 스릴러 장르를 구축했다는 평을받은 <장화홍련>의 김영.  우리 사회 가부장적 가족제도의 모순을 불륜이라는 소재로 표현한 화제작 <바람난 가족>의 심보경. 새로운 스타일의 멜로사극 <스캔들>의 이유진 등이 이른바 ‘충무로트로이카’의 대를 잇는 여성 프로듀서들이다.

영화사 봄의 이유진 제작이사 겸 수석 프로그래머는 “영화를 판단하는 절대기준이 있을까 싶지만 잘 만든 상업영화가 좋다.” 기획영화라는 호칭에는 작품성보다 상업적 성공에 비중을 더 둔다는 의미가 담겨 있지만 그는 그걸 나쁘게 보지 않는다.

그의 경험상 작품성을 살리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게 ‘웰메이드’ 상업영화를 만들어내는 거다. 때문에 “감독의 영화는 또 다른 길이 있지 않겠냐”는 그는 정말 재밌는 할리우드식 로맨틱코미디, 혹은 심오한 휴먼드라마나 성장영화를 꿈꾸고 있다.

신혜은 프로듀서의 충무로 입성작은 전경린의 소설 <내 생에 꼭 하루뿐일 특별한 날>을 원작으로 한 <밀애>. 4년 전 원작을 읽고서 영화로 만들고 싶다고 맘먹었던 그는 본인의 시나리오로 스타트를 끊고 싶다며 프로젝트 진행에 박차를 가했다.

“여성 프로듀서 중에선 비교적 어린 축에 속하면서도 7편이라는 무시못할 숫자의 필모그래피를 가진 김선아 프로듀서는 “운이 좋았다”.

대학 시절 막연하게 영화일을 하고 싶었던 그는 시네마테크 ‘영화공간 1895’에서 영화에 관한 이런저런 강좌를 듣고 있었다. 사무실이 마포에서 혜화동 구석으로 이사를 했을 때 그는 위층에 영화기획사가 입주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이런저런 인연으로 그 회사 직원들과 안면을 트게 됐다. 얼마 뒤 아예 취직을 하게 된 그 회사는 첫 기획작품인 <결혼 이야기>를 준비하던 신씨네였다.

이들은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작품에 소신을 가지고 다양한 시도를 함으로써 한국영화의 다양성을 찾아주었다. ‘그녀들의 영화’가 한국영화의 새로운 트렌드가 되었다.

이러첨 여성 프로듀서들은 그녀들만의 ‘참신한 기획’으로 다양한 장르의 흥행 영화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또한 새로운 시나리오를 개발,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주력함으로써 한국영화가 나아갈 방향을 찾는데 큰 구실을 했다.

그녀들은 끊임없이 의사소통이 필요한 현장에서 섬세한 감각과 권위적이지 않는 여성만의 친화력으로 영화제작 전반을 체계적으로 주도한다.

그리고 기존의 주먹구구식 제작방식에서 탈피해 보다 효율적인 한국영화 시프템을 탄탄하게 만들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여성 프로듀서들의 영향으로 최근의 한국영화속에서 남성상위의 가부장적인 모습이 줄고 보다 풍부햇진 여성상들이 등장하게 되는 긍정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외면 당했던 가능성 있는 여성 작가들과 감독들을 여성 프로듀서들이 과감히 배출함으로써 남성위주의 영화판에서 능력있는 여성들의 진출을 도왔다.

이렇듯 여성 프로듀서의 활약은 영화계 전반에 걸쳐 한국 영화의 변화,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작품성과 흥행, ‘두마리의 토끼’룰 모두 잡고 있는 한국 영화계의 ‘마이더스의 손’. 여성프로듀서의 움직임에 충무로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