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1992년부터 30년동안 부산 해운대구에서 hy(한국야쿠르트) 프레시 매니저로 일하며 고객에게 신선한 제품을 전달하고 있다. 담당 지역 고객에게 제품을 전달하며 고객을 살피는 일은 자연스레 삶의 일부가 됐다.
프레시 매니저로 일하기 전부터 봉사활동에 대한 관심은 많았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실행에 옮긴 것은 매니저 일을 시작한 이후다. 곳곳에 제품을 전달하다 보니 지역을 좀 더 세심하게 들여다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유가 드시고 싶은데 혼자 생활하시느라 여력이 마땅치 않은 어르신을 뵈면 안타까웠다. 그렇기에 우유 하나는 제품 그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우유는 ‘어머니, 잘 지내시죠?’ 하고 안부를 물어볼 수 있는 매개체였던 것이다.
선행의 범위는 점차 넓어졌다. 독거노인에게 우유를 지원하고, 베트남 참전용사 무료급식소에 제품 ‘윌’을 후원했다. 규모가 커지자 부담될 것을 우려한 주민센터 직원이 오히려 말리기까지 했다. 지금은 홀몸노인을 지원해주는 사업이 지자체별로 운영되고 있지만 그 때만 해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프레시 매니저로 일하며 물품을 전달하던 중 만난 자폐아동을 통해 ‘소화영아재활원’을 알게 됐고 아후 후원하기 시작했다. 해당 아동 어머니를 통해 야쿠르트 50개를 건넨 것이 시작이었다. 지금은 재활원에 매주 야쿠르트 120개와 윌 10개를 후원하고 있다.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지난 25년 동안 한 번도 빼먹지 않고 후원해 오고 있다.
그동안 소화영아재활원에 모습을 드러낸 적은 없다. 원에서 실시하는 후원자들을 위한 행사에 초대 받지만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다. 스스로 자랑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저 선행 하나하나에 위로와 안부를 담을 뿐이다.
재활원에서는 매년 감사의 마음을 담은 감사패도 전달한다. 특히, 매년 부활절이면 아동들이 직접 적은 손편지와 삶은 계란을 사진과 함께 보내준다. 삐뚤삐뚤 글씨로 적힌 편지는 마음이 담겨 있는 선물이다. 작은 것들을 베푸는데도 돌아오는 마음은 늘 과분하다.
이러한 활동이 대단한 일은 아니다. 이미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개인과 단체는 많은 자원을 기부하거나 봉사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그에 비하면 프레시 매니저 한 사람의 선행은 크지 않다.
다만 프레시 매니저로 일하며 지역 사회에 자연스레 관심을 갖게 됐을 뿐이다. 매일 집집마다 방문해 제품을 전하다 보면 한 가정의 사정이 속속들이 눈에 들어온다. 우유를 전하며 안부를 묻듯, 모두가 서로에게 조금만 더 관심을 갖는다면 한층 건강하고 정감 있는 사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