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잘 사는 지구

2022-07-25     민광식 선데이토즈 이사
민광식
착할 선(善), 이 한자만큼 익숙한 불변의 진리가 있을까? 이 진리는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덕목이자, 단어가 아닐까 한다. 필자 주변을 둘러봐도, 요즘 통화한 몇 명만 해도 이름에 선(善)자를 달고 수십 년을 살아온 사람들이 여럿이다. 사무실에서 고개를 돌리면 바로 앞에 있는 황진선군, 저 뒤의 최희선양, 이들만 해도 이미 날때부터 착할 선자를 달고 착함에 대한 갈망을 말해주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지금의 착함은 의미와 범위가 자못 달라졌다는 생각이다. 동네의 부유한 이가 자기의 곳간을 열어 배고픔을 달래주고 옷가지를 내어주면 선행이었을 옛날에 비해 지금은 곳간도, 옷가지도 너무 부족할 정도로 착함의 필요치가 커졌기 때문이다. 경제와 산업이 수천 배로 성장하면서 지구촌이 하나로 연결됐고 어떤 일이든 한순간이면 전해지는, 소위 잘 살게 된 지구를 생각하면 역설적인 일이다. 잘 살게 된 지구 곳곳에서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많은 이들을 보게 되는 것은 비단 필자만은 아닐 것이다. 최근 TV만 봐도 아프리카의 배 고픈 아이들부터 주사 한번이면 완치될 풍토병에 괴로워하는 아이들에 대한 자선단체 광고가 부쩍 많아진 것이 그 단면이다. 녹아내리는 빙하에서 설 곳이 없이 이내 두발서기라도 할 북극곰과 바닷속 쓰레기에 몸살을 앓는 해양 생물 등의 모습역시 잘 살게 되었다는 지구촌의 이면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 긍정적인 통계들도 있다. 세계적인 화제가 됐던 서적 팩트풀니스의 저자 한스 로슬링이 인용한 통계가 그 중 하나다. 그는 저서를 통해 빈부격차는 존재하나 지구촌 전체가 성장하면서 상위로 진입한 계층이 확대됨에 따라 기아와 문맹, 의료 등의 사각지대에 놓은 이들의 비중이 줄었다고 했다. 이 책에서 소개한 통계 외에 필자가 근무하는 게임회사인 선데이토즈의 사회공헌 이벤트에 대한통계를 봐도 착함에 대한 대중들의 긍정적인 생각을 짐작할 수 있다. 게임 내에서 주어지는 하트를 사용하면 회사가 사회공헌을 위한 기부를 진행하는 이벤트는 지난 6월까지 28회차를 지나오며 500만명이 넘는 참여 인원을 기록하고 있다. 수치의 크고 작음을 떠나 이용자들의 적잖은 비중이 어린이부터 노년층이라는 점을 보면 그 의미는 달라진다. 게임의 온라인 공지를 보고 참여하거나 응원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어색하고 서툴렀을 이용자들의 클릭으로 채워진 500만명이라는 숫자는 우리 사회의 선함을 입증하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예상하지는 못했지만 이벤트를 진행하는 게임 마다 평균 15~20%가량의 이용자가 늘어났음은 기업의 착함에 반응하는 요즘의 소비자를 보여주는 단면이라 하겠다. 예상치 못하게 길어지는 코로나에 경제 위기까지 겹치며 내 주변 살피기에도 바쁜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이다. 하지만 이럴 시기에 착함에 대한 서로의 응원과 공감을 확인했음은 감사한 일이다. 세계적인 명저의 설명이 아니더라도 우리 주변 사람들 덕분에 앞으로의 지구를 묻는 질문에 좋아요라는 한 표를 던질 수 있게 됐다. 아울러 안팎에 걱정이 많은 올 여름이지만 한편에서는 필자처럼 많은 이들이 잘 사는 지구를 확신할 여름이 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