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비상] 이전과 다른 ‘4차 대유행’…예상보다 빠른 델타 확산에 속수무책
전국적인 유행 상황인데도 정부는 수도권만 통제
델타 변이, 인체 내 밀도 기존보다 1260배 높아
전문가들 “‘람다’ 변이 들어오면 더 힘들어질 것”
2021-07-25 김동명 기자
[매일일보 김동명 기자] 지난해부터 1~3차 대유행을 겪은 국내 코로나19 국면이 이전과 다른 새로운 양상을 보임에 따라 방역이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최근 거리두기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이유로 지역사회에 감염원이 전국으로 광범위하게 퍼져있다는 점과 기존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높은 델타 바이러스 확산세가 예상보다 더 빠르게 우세종화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5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당초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를 2주 정도 ‘짧고 굵게’ 시행해 통해 확진자 수를 줄이겠다는 방침이었지만 방역 효과가 전혀 일어나지 않아 8월 8일까지 거리두기를 2주 더 연장하기로 했다.
앞서 2차 대유행에서는 수도권의 강화된 거리두기 2단계, 3차 대유행에서는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가 효과를 거두면서 확진자가 서서히 줄어들었다. 그러나 이번 4차 대유행에서는 거리두기 4단계가 유행 확산을 일부 억제하는 정도일 뿐, 확실한 감소세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역대 가장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적용했는데도 확진자가 줄지 않는 이유는 현재의 코로나19 국면이 이전과는 전혀 다른 양상을 띄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전 유행보다 규모가 더 크고, 비수도권까지 감염원이 광범위하게 퍼져있다는 점 △기존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2.7배 높은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 등을 무기력한 거리두기 효과 이유로 꼽았다.
우선 특정 지역과 집단을 중심으로 퍼지던 앞선 1~3차 대유행 때와 달리 4차 대유행은 전국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방역당국은 지역별 코로나19 확산 정도에 차이가 있다며, 전국에 동일한 방역지침을 내리는 대신 지자체 자율방역을 요구했다.
이에 비수도권의 확진자 비율은 35%대로 치솟는가 하면, 수도권을 중심으로 나타나던 다수의 소규모 집단감이 지방도시에서 일어나는 현상이 펼쳐졌다.
정부는 수도권 하루 평균 환자 발생을 3단계 기준인 500~1000명 이내로 안정화하는 목표를 정했다. 정부는 2주 뒤에도 어렵다고 판단되면 위험시설 집합금지, 운영 시간제한 강화와 같은 더 강력한 ‘4단계 플러스 알파(+α)’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만으로는 유행 감소세 전환을 낙관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거리두기 4단계를 시행한지 2주째지만, 효과가 떨어진다는 ‘무용론’도 제기됐다. 무엇보다도 비수도권 역시 확진자가 계속 증가하는 대도시의 경우 4단계 방역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 감염내과 전문의는 “국내 코로나19 초기 상황 때처럼 전국에 동시 적용 가능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선포해야만 전반반적인 확진자 수를 줄일 수 있다”며 “지금 정부가 국민 경재를 생각해 비수도권 도시들에 방역 강화를 주저하고 있다는 점은 알겠으나,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걷잡을 수 없는 대규모 확산세가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존 바이러스 대비 전염력이 강력한 델타 변이 바이러스도 거리두기 4단계를 무력화 시키는 핵심 요소로 작용했다.
정재훈 가천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방역 조치를 통해 확산을 늦추는 정도가,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전파 능력을 따라가지 못한다”면서 “최악의 상황으로 가지 않은 것만으로도 4단계의 효과가 있다고는 볼 수 있지만, 확진자가 언제 감소세를 보일지는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델타 변이 바이러스는 기존 바이러스보다 증상 발현 기간 및 인체 내 증식량에서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지에 따르면 중국 광둥성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델타 변이에 감염된 62명을 분석한 결과, 바이러스에 노출된 후 코로나19에 확진되기까지 기간인 잠복기가 델타 바이러스는 4일로, 기존 바이러스보다 이틀가량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몸속에서 바이러스가 증식하는 속도가 빠르다는 점도 델타 변이의 전파력을 높였다. 인체 바이러스 밀도를 측정한 결과에서 델타 바이러스 감염자는 기존 바이러스 감염자보다 밀도가 최대 1260배 높았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금의 거리두기만으로는 1500명대 전후 확진자가 상시 발생하는 상황이 올 것이다. 가을에 람다 변이가 들어오면 더 막기 힘들다”며 “유행을 줄이지 않으면 추후 이동 금지와 같은 락다운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