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타변이 1차 타격·물폭탄 2차 타격 ‘글로벌 공급망 빨간불’
악재 겹치며 글로벌 공급망 위험 수위 달해
경제회복 지연에 스태그플레이션 위험 커져
2022-07-25 김정인 기자
[매일일보 김정인 기자] 25일 코로나 델타 변이 바이러스와 중국과 독일을 덮친 물폭탄 등 악재가 세계 경제를 연달아 덮치고 있다. 이로 인해 원자재와 부품, 소비재 흐름이 막히면서 글로벌 공급망이 한계점을 향해 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넘치는 상황에서 세계 경제 회복이 지연될 경우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델타변이에 해상운송 타격 심각
로이터에 따르면,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많은 나라가 선원들의 지상접근을 차단하고 있어 이로 인한 화물 운송이 차질을 받고 있다. 독일의 컨테이너 정기선사인 하파그로이드는 최근 보고서에서 현 상황에 대해 “선박에 화물을 실은 공간은 매우 협소하고 텅 빈 컨테이너는 거의 없고 일부 항만의 겨우 운영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이 4분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후 상황은 전망하기 힘들다”고 했다.
원유와 철광석 등 원자재부터 식품이나 전자제품에 이르기까지 세계 무역의 90%는 해운에 의존하고 있어, 현재 상황이 계속된다면 글로벌 공급망이 심각한 위기를 맞게 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가이 플래튼 국제해운회의소 사무총장은 로이터에 “단순히 감염 승무원들을 교체하는 수준에서 벗어났다”며 “글로벌 공급망이 위험한 순간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특히 각종 제조공장이 즐비한 아시아의 상황은 심각하다. 이 지역에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창궐, 수많은 선박들이 정박하지 못한 채 바다를 떠돌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중국항만협회는 지난 21일 “동남아와 인도 등지 제조업이 감염 확산의 영향을 받아 일부 (컨테이너 운송) 주문이 중국으로 몰리고 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반도체 부품 수급난 하반기 계속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은 생산 활동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자동차 업계는 대표적인 사례다. 일본 도요타는 이번주 베트남산 부품공급을 받지 못해 대만과 일본의 일부 공장 조업을 중단했고, 다국적 자동차회사 스텔란티스는 영국에서 수많은 근로자들이 자가격리에 들어가면서 영국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했다. 로이터는 자동차 업계에서 자동차용 반도체 부품난이 하반기에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고 전했다. 또 포드, 크라이슬러, 리비안 등에 부품을 공급하는 한국의 한 자동차부품업체 임원을 인용해 “철강과 운임비 상승으로 부품제조 비용이 10% 가까이 올랐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글로벌 공급망 혼란이 장기화되며 스태그플레이션과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날 미국 경제매체인 마켓워치 보도에 따르면, 맥쿼리자산운용의 다니엘라 마르다로비치는 마켓워치에 “글로벌 공급망의 혼란이 일시적이지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고, 쿼드래틱 캐피털의 낸시 데이비스는 “글로벌 칩 위기가 인플레이션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했다.
▮중국·독일 물난리로 2차 타격
이런 상황에서 중국과 독일에서 최악의 수해 피해가 발생,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2차 타격이 가해졌다. 중국에서는 내몽골과 산시성 등지 광산지역에서 석탄 운송에 차질이 발생해 올해 여름 전력수급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고, 독일에서는 도로 운송이 크게 둔화되며 출하지연이 급증했다는 보고가 잇따르고 있다. 로이터는 이 같은 소식을 전하면서 수해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차질로 인해 수조 달러에 달하는 경제활동이 위태로워졌다고 보도했다.
실제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아이폰을 생산하는 폭스콘의 중국 정저우 공장이 폭우로 인해 가동을 중단, 올가을 출시 예정이었던 새 아이폰 모델 생산에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다. 폭스콘은 아이폰의 주요 공급업체로 정저우에 있는 공장 세 곳에서 전 세계 아이폰의 절반 이상을 생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