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코로나블루 앓는 지구’를 보듬는 집단감성, 정서를 어루만지는 문학
[매일일보] 코로나19가 발발한 지 고작 1년이 좀 넘었다. 1년 남짓된 이 기간동안 인류의 시간은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나뉠만큼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 바이러스 하나가 3차세계대전을 가져온 것만 같다. 지금은 전지구가 코로나로 앓고 있고 백신이란 무기로 대응하며 코로나와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의학‧위생학적 측면에서 맞서 싸워야 한다. 마스크를 쓰고 거리두기를 하고 손을 씻고 백신을 맞아야 한다. 하지만 결코 간과해서는 안되는 문제가 있다. 바로 정서적 부분이다. 인간은 지‧정‧의를 가진 오묘하고도 복잡한 존재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발발한 이후 새롭게 생긴 용어중 하나가 ‘코로나블루’다. 코로나19와 우울감이 합쳐져 만들어진 신조어다. 코로나19확산으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정서적으로 우울감과 무기력증을 겪고 있는 사회적 단면을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겠다. 몸이 아픈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육체적인 치료에만 국한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한번쯤 크게 아파본 사람이라면 알 수 있다. 두려움, 외로움, 무기력함과 같은 정서적인 부분 즉, 마음의 측면도 함께 어루만지는 감성적 지원 내지는 치료가 필요하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전세계가 경험하는 당혹스러움, 무기력함‧혼돈‧두려움 그리고 이 가운데 인생을 더 깊이 있게 성찰하고 의미를 찾으려는 시도와 희망의 끈을 붙잡으려는 사람들의 정서적인 부분은 어떻게 다룰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문학은 감성을 어루만진다. 시와 소설은 언어로 독자들의 정서적인 공감‧카타르시스‧대리만족을 이끌어낸다. 시는 시인이 찰나의 감성을 스냅사진 찍듯 투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라면, 소설은 긴 호흡의 서사로 사람들의 마음의 깊은 본질을 다룬다. 코로나블루를 앓는 이들을 어떻게 위로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개인적으로 새로운 도전을 했다.
어찌보면 코로나19의 시작으로 더 적극적으로 작품활동을 하게 된 셈이다. 인간과 인간이 대면해 나누는 정서적인 교감이 차단되면서 겪는 정서적인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의 필요를 보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을 시작하자는 동기가 일어나게 됐다. 고도의 창조 작업은 작가의 입장에서는 빈껍데기만 남는 것같은 정서적 고갈을 가져오게도 한다. 이것은 거꾸로 독자의 입장에서는 ‘영혼을 갈아넣은’ 글 속에서 공감과 위로, 정서적인 채움을 경험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감사하게도 시와 소설을 읽고 감성적인 위로를 얻었다는 사람들의 피드백을 받는다. 공감돼 울었다. 내 마음 같다는 말을 들으면 거꾸로 위로를 받기도 한다. 독자들이 조금이나마 감성적인 부분에서 위로와 살아갈 새 힘을 얻길 바라던 마음이 하늘에 가 닿고, 독자들의 마음에 가 닿은 것 같아 감사했다.
모두가 다 아프다. 몸이 아프거나 마음이 아프거나 다른 사람의 고통을 보며 느끼는 안타까움을 경험하며 아프다. 전 지구가 같이 앓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자신의 아픔을 꺼내 위로하고, 연약하고 아픈 이들을 불쌍하게 여기고 나의 아픔으로 생각하고 보듬는 긍정적인 집단감성이 필요하지 않을까. 코로나 환자라는 낙인찍기를 멈추자. 서로 간에 몸은 거리를 두어야 하지만 마음은 서로를 끌어안는 따뜻한 집단감성이 발휘될 수 있다면, 온 세계가 아파도 코로나블루에 대응하는 마음의 백신이 생겨나지 않을까.
정혜원 시인(한국문인협회 소속)/네이버웹소설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