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환
[매일일보] 최근 들어 단일업종에서 소각, 매립 등 환경산업으로 진출하고 있는 시멘트업계가 통합환경관리대상에서 제외돼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시키지 못하고 있다. 통합환경허가는 지난 2017년부터 시행된 ‘환경오염시설의 통합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도입됐다.
발전, 증기, 폐기물처리업 등 공공 성격의 사업장을 시작으로 반도체, 섬유, 육류, 알콜 등 대규모 사업장을 끝으로 1단계 통합환경허가 대상업체가 마무리됐지만, 19개 업종 중 유독 시멘트업종은 찾아볼 수 없다.
기후변화센터 환경데이터 플랫폼 보고서에 따르면 시멘트 산업은 국내 이산화탄소 배출 2위이고, 산업 부문 전체의 18%를 차지하는 업종이다. 미세먼지 배출총량에서는 1위 포스코, 2위 현대제철이며 3위는 시멘트업종인 쌍용양회공업이다. 매출액 대비 미세먼지 배출량으로는 상위 1, 2, 3위 기업이 모두 시멘트업종인 삼표시멘트, 쌍용양회, 한일현대시멘트가 포진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쌍용양회가 추진 중인 영월 서강 산업폐기물매립장에 대해 원주지방환경청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으로 반려하기도 했다. 원주환경청은 ‘대기질 및 악취, 수질, 지형·지질 등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우려되는 등 환경적 측면에서 사업시행이 바람직하지 않음’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시멘트 제조사의 모 임원은 강원도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질량보존의 법칙’에 따라 시멘트 소성로에 투입된 폐기물에서 발생되는 오염물질은 시멘트 공장의 굴뚝을 통해 나가던지 시멘트에 혼합되는 재에 남던지 둘 중 하나라는 요지로 발표해 심각한 환경오염시설임을 스스로 자인했다.
그럼에 불구하고 환경오염시설의 통합관리에 관한 법률에서 지정된 98종 산업 중 유독 시멘트 업종이 빠져있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폐기물 소각장, 화력발전소등 공공 성격의 사업장부터 철강, 석유화학, 반도체, 비료, 제지, 섬유, 전자업종 등 일명 ‘굴뚝산업’으로 불려지는 국내 굴지의 기간산업 모두가 환경오염시설 통합관리대상 업종으로 대부분 지정됐기 때문이다. 대기오염 등 환경영향이 큰 19개 업종 대규모 사업장(대기·수질 1·2종)은 1400여개로 전체 8만여개 사업장중 1.6%에 불과하지만, 배출량은 약 70%나 차지한다.
이같은 문제를 감안해 환경부는 업종별 기술작업반(TWG)을 구성해 최적가용기법을 마련하고, 최적가용기법을 적용했을 때의 오염물질 배출농도를 조사해 업종별·시설별로 기술적 기준(최대배출기준)으로 맞춤형 배출기준을 설정하고, 기준준수에 필요한 통합환경관리계획을 수립해 2017년부터 실행해왔다. 환경오염시설 통합법 6조에는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큰 업종을 ‘통합허가대상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규정됐다.
가장 현대화되고 과학적인 관리를 위한 통합환경관리를 주도했던 환경부와 관련 인사들은 “공공성이 높은 업종, 오염이 많이 배출되는 업종, 관리가 수월한 업종부터 순차적으로 진행했다. 당시 시멘트 업체측은 관리와 자료취합에서 어려움이 많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어 “2016년경에는 이같은 문제를 보완해 시멘트업종등 환경오염 다량배출업종을 추가로 지정하려고 했으나 초미세먼지 발생등 사회 문제화 되면서 추가지정은 차후로 미뤄지게 됐다”면서 “하지만 시멘트업종은 미세먼지 대책 등 강화된 관리를 통한 관리대상인 것은 분명하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통합환경관리를 주도한 인사들의 말처럼 통합허가는 투명과 공정 그리고 과학적인 배출시설의 통합플랫폼이다. 그렇다면 시멘트는 대기오염 다량배출업종이면서도 2021년 현재에도 투명하지 못하고 공정하지도 않으며 과학적인 운영을 못해 관리가 어려운 업종이라는 가설이 성립된다. 과학적이지도 공정하지도 않다면 전국에 수많은 사업장을 보유한 시멘트생산공장 주변의 환경은 불 보듯 뻔하다.
지방 의과대학이 연구조사한 전남 장성군 시멘트 공장 주변 주민건강영향조사에서도 전국 평균보다 폐, 후두암 비율이 높았고 폐암 발생율도 전국 평균보다 2배 이상 높았다는 연구보고서가 나온 바 있다.
한국광해관리공단은 국정감사에서 시멘트 광산 먼지날림방지시설 공사비의 70%를 국민세금으로 지원했다고 질책을 받았다. 통합환경허가 기업은 기술 수준과 지역 환경여건을 고려해 사업장별 맞춤형 오염물질 배출기준을 설정하고, 기준준수를 위해 5년간 환경관리계획(연료 및 배출·방지시설개선 등)을 수립·이행한다. 5~8년 주기로 여건변화를 반영해 허가내용을 재검토해야 한다. 결국 98개 업종에 속한 산업체들은 강화되는 오염물질 배출기준을 맞추기 위해 지속적인 시설투자와 환경개선 사업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시멘트업종이야말로 신속하게 통합환경관리대상에 포함돼 과학적이고 현대화된 최적기법의 환경관리를 받아야 그나마 지역주민들이 발 뻗고 잘 수 있다. 환경 최대 유발업종인 시멘트를 더 이상 개별법으로 미뤄 놓는다는 것은 정부의 통합환경관리의 참 목적성에도 부합되지 않는다. 환경산업으로 보폭을 넓혀가고 있는 시멘트제조사도 시대적 환경에 오히려 역행하는 기업으로 낙인 찍힐 수 있다. 정부의 빠른 대처가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