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어른 따라잡기’ 진수?

지하주차장 유인 ‘죽이겠다’ 위협 성폭행

2005-08-28     김윤정 기자

폭력. 성폭행…죄의식 없이 저질러

초등학생이 음란물과 인터넷을 통해 범행 방법을 익힌 뒤 범죄를 저질러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해 광주의 모 아파트 입구에서 학원수업을 마치고 귀가 중이던 C(11)양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면서 이 아파트 지하주차장으로 유인, ‘흉기로 죽이겠다’고 위협해 성폭행하고 현금을 빼앗았다.

이들은 최근 같은 학교 1년 선배였던 D(13·중1)군 집에서 음란비디오를 통해 성행위하는 방법을 익힌 뒤 PC방에서 인터넷을 통해 ‘사람을 유인하는 방법’ 등 범행 수법을 준비하는 등 사전에 범죄를 모의했다.지난 2002년에는 ㄱ(11, 남)은 생활비를 마련하려고 헌금함을 훔치러 교회로 갔다. 친구인 ㅊ(13)군이 망을 보고 있는 동안 교회로 들어간 ㄱ군은 새벽 기도를 하고 있던 김모(70·여)씨의 지갑을 훔치려다 흉기로 때려 숨지게 했다. 강도 살해 혐의로 기소된 ㅊ군은 법원에 의해 치료보호처분을 받았지만 정작 주범인 ㄱ군은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 10대 초등학생들이 저지른 범죄라 하기엔 그 위험수위를 넘고 있다. 성인들보다 더 잔혹한 폭력을 휘두르거나, 음란물에 노출되었거나, 흡연을 하는 것은 일부 문제 초등학생들만이 아니다. 지난해에  일어난 사건은 어른들의 생각과 아이들의 현실이 얼마나 다른지를 보여준다.50대 여성을 흉기로 찌르고 돈을 빼앗아 달아난 초등학생 2명이 경찰에 붙잡히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들은 한 어린이 놀이시설에 장갑과 마스크, 모자를 착용하고 들어가 현금 7천원을 빼앗고, 주인을 흉기로 찔렀다. 경찰에 붙잡힌 어린이들은 “용돈이 필요했고 처벌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아이들을 조사하는 경찰은 할 말을 잃었다.청소년보호위원회가 지난해 하반기 전국 초중고생 2만1067명을 대상으로 학교 폭력실태를 조사한 결과, 초등학생의 9-5%가 폭력을, 5-6%가 집단따돌림을 당했다고 밝혔다. 폭력장소는 교실이 가장 많았다.이유는 단순했다. 특별한 이유 없이 얄밉다고, 숙제를 보여주지 않거나 학용품을 빌려주지 않는다고 때리는 것은 일도아니다. 몇 명이 집단으로 구타를 하는데 각목 등 흉기까지 동원한다.잘못을 저지르고도 잘못인지 모르는 일부 초등학생으로 인해 ‘요즘 초등학생 무섭다’, ‘자나깨나 초딩 조심’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초등학생들의 심각한 장난이 인터넷에 퍼지며 네티즌들의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최근 한 회원제 인터넷 게시판에는 ‘초딩의 테러’라는 제목으로 초등학생들이 자동차에 잔뜩 낙서해 놓은 사진과 글이 올라오면서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와싸다닷컴 게시판에 회원 최 모씨가 올린 사진에는 앞, 뒤, 좌, 우, 천장 할 것 없이 못에 긁힌 자국과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 별그림으로 도배가 된 차량 모습이 너무나 생생하게 담겨 있다. 이 일을 저지른 초등학생 2명은 대체 무엇으로 녹였는지 차량용 안테나를 녹여 부러뜨리고 타이어 바람을 빼는 등 지하주차장에 세워져 있던 차량 10대를 완전히 엉망으로 만들었다. 물론 이런 초등학생들은 극소수다. 10년 전쯤 초등학교를 졸업했다면 보통의 초등학생들의 생활을 보면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초등학교 6학년의 막내 여동생을 둔 김현아씨는 ‘요즘 초등학생들을 보면 어린애 같지 않다”고 혀를 내둘렀다. 초등학생이 즐겨하는 게임을 주의 깊게 보니 ‘남자친구와 약속 했어요. 예쁘게 꾸며보세요’, ‘가수 오디션에 참가해야 해요’ 라는 안내문구가 붙어있어 어린이가 이용하기에는 부적절해 보였다.이용자 수가 급속히 늘고 있는 어린이 전용 포털사이트가 성인들에게나 적합한 내용으로 꾸며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미취학 아동에서부터 초등학교 저학년들이 이용하는 J, Y, E 등 유명 어 린이 포털사이트의 각종 콘텐츠도 ‘화장하기’, ‘드라마속 주인공 되기’, ‘사랑의 막대기 잇기’ 등 성인의 역할을 주축으로 하는 놀이 일색인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는 ‘초등학생 기초화장하는 방법’이라는 제목으로 화장하는 방법에서 지우기까지 상세하게 설명해주고 있다.이런 인터넷 사이트의 영향으로 화장하는 어린이들이 늘고 있다. “요즘 립클로스는 안하고 다니는 애들 없어요. 우리 반 여자애들 전부 다 한단 말이에요.” 초등학교 근처 문방구 앞에서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여자아이와 엄마와 실갱이를 벌이는 장면이다.서울의 모 초등학교에 다니는 4학년 수정이는 요즘 화장하는 재미에 푹 빠져산다. 문방구에서 쉽게 살수 있는 어린이용 화장품이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란다.

“화장품 한 두개 안가지고 다니는 애들 없어요. 다른 애들은 마스카라도 다 하고다녀요.” 
초등학교 근처 문방구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어린이용 화장품은 그 종류도 가지각색이다.

어린이들이 주로 사는 문구점 화장품은 중소업체 제품으로 포장이 예쁘고 저렴해 여자 어린이에게 선물로 인기다. 그러나 이 제품들은 대부분 불법 제품으로 제조원 표기도 돼있지 않다. 어린이 화장품에 유해한 화학물질이 들어있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이외에도 가루 성분이 확인되지 않은 눈 화장용 어린이 섀도우, 펄 입자가 살아 있는 반짝이 장식품 등도 안전성을 의심받고 있다. 어른 화장품의 경우 ‘스크럽’등 일부 제품의 알갱이가 각막에 치명적 손상을 입히는 것으로 확인돼 조치가 내려졌지만, 어린이 화장품에 대한 검사는 제대로 실시되지 않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