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주먹구구’ 탄소배출권 거래제…‘철강’ 등 특정 산업 피해 커

탄소배출권 거래제, 기업 47% ‘불만족’ 철강업 ‘대책 없어’…현대제철, 탄소배출부채 1571억원

2022-08-01     조성준 기자
현대제철
[매일일보 조성준 기자]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시행된 지 6년이 지나면서 시장 규모가 커지는 등 제도가 정착됐지만 정작 기업들의 불만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가 할당 대상 업체 23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전체 기업의 47%가 탄소배출권거래제도에 ‘불만족한다’고 답했다. 불만족 사유로는 감축 여력의 부족, 배출권 구매 부담 증가, 신기술 부재, 배출권 시장의 불안정성 등이 제기됐다. 탄소배출권거래제도가 기업 경쟁력 약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도 40.8%에 달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5년 1월 한국거래소에서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시행했다. 정부가 기업 별로 탄소배출량을 할당하고, 할당량보다 적은 탄소를 배출하면 다른 기업에 잔여 할당분을 팔 수 있다. 반대로 할당량을 초과하면 다른 기업의 잔여 탄소배출권을 구매하는 방식이다. 탄소배출 할당 허용치를 초과하고 배출권을 확보하지 못하면 기업은 시장 가격의 3배에 이르는 과징금을 내야 한다. 지난해 말 한국거래소에서 거래된 탄소배출권은 1918만9249t으로 집계됐다. 거래액은 5941억8400만원에 달했다. 2015년 배출권 시장 개설 첫해에 거래된 탄소배출권은 124만2097t이었으며 금액으로는 138억9100만원이었다. 5년 새 거래 규모는 15.4배 증가했고 거래액은 42.8배 늘며 외형적으로 크게 성장했다. 문제는 내실이다.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어려운 철강, 발전, 정유화학, 자동차 등의 분야에서는 매년 막대한 비용을 탄소배출권 구매 비용으로 지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철강업은 공정 특성으로 인해 탄소절감이 어려워 매년 막대한 비용을 탄소배출권 구입비용으로 지출하고 있다. 2019년 기준으로 국내 산업 탄소배출 비중은 발전업이 37.3%로 1위, 철강업이 19.2%로 2위다. 발전사들은 한국전력공사로부터 배출권 거래액의 80%를 보조받고 있고, 소형원자로 등 탄소절감 대책이 있는 편이다. 하지만 철강업은 쇠를 녹일 때 석탄을 가공한 코크스를 태우는 ‘용광로 공법’을 쓰고 있어 마땅한 대안이 없다. 고철을 사용해 쇳물을 만드는 ‘전기로 공법’이 탄소배출을 줄일 수는 있으나 생산된 철의 품질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철강 업체들은 매년 막대한 탄소배출부채가 쌓이고 있다. 일례로, 현대제철은 지난해 말 기준 탄소배출부채가 1571억원에 달한다. 이 부채는 탄소배출권을 구매했거나 해야 할 돈으로, 전년(1143억원) 대비 37% 증가했고, 배출권으로만 지난해 영업이익(730억원)의 2배 이상 금액을 부채로 떠안은 것이다. 정해진 총량 내에서 거래하다보니 시장논리가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 다는 점과 정부의 할당 방식도 비공개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발전사들이 배출권을 대량 걷어간 후 얼마 남지 않은 배출권을 사야하니 거래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기업 간 ‘직거래’도 늘고 있다. 할당 원칙도 비공개로 진행돼 업종 특성을 현실적으로 고려해달라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반면 정부는 조만간 2050 탄소중립에 근거해 더 강화된 배출권 할당량을 재산출한다는 방침이어서 제조업 불만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