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세금 된 ‘탄소’…탄소국경세 이어 국내 탄소세 도입 논의 후끈

유럽연합 이어 미국도 탄소국경세 도입 포퓰리즘에 국내 탄소세 법안도 논의 중 수출 높은 우리나라 기업 경쟁력 하락 우려

2022-08-01     김아라 기자
그래픽=연합뉴스.
[매일일보 김아라 기자] 전 세계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을 강제하려는 탄소세·탄소국경세 도입 시도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최근 국내에서도 탄소세 도입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달 15일 EU로 수입하는 제품 중 역내 제품보다 탄소 배출량이 많은 제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 도입을 결정했다. EU는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탄소 배출량 55% 감축을 목표로 세웠다.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업종인 철강·알루미늄·시멘트·전기·비료에 규제 적용을 예고했다. 2023년부터 본격적으로 과세를 시작, 2026년부터 모든 품목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EU에 이어 미국도 탄소국경세 도입에 시동을 걸었다. 지난달 19일(현지시간) 미국 민주당은 탄소국경세 도입 법안을 공동 발의했다. 중국을 비롯해 탄소배출 규제가 느슨한 나라에서 제품을 수입할 때 해당 제품 제조 시 발생한 탄소배출량에 따라 세금을 부과한다는 내용이다. 마찬가지로 철강·알루미늄·시멘트·천연가스·석유·석탄 등 탄소배출이 많은 산업 부문을 우선 규제 대상에 포함시킨다. 바이든 대통령은 앞서 4월 열린 기후정상회의에서 2030년까지 미국의 탄소배출량을 2005년 대비 50~52% 줄이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에 이산화탄소가 다량 배출되는 제조업 위주의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산업계는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탄소국경세가 도입되면 우리 수출제품의 가격경쟁력 저하, 탄소국경세의 영향을 크게 받는 중국 등 주요 교역국에 대한 중간재 수출 감소(간접경로) 등 우리 수출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해져서다. EU와 미국에서 탄소국경세가 동시에 도입되면 우리나라 수출이 1.1%가량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국내 산업계가 더 걱정하는 것은 바로 올해 3월 국회에서 발의된 탄소세 법안이다. 탄소국경세가 특정 수출 품목에 국한된 관세지만, 탄소세는 국내 모든 기업에 영향을 주는 국세(지방세 포함)이기 때문이다. 탄소세는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화석에너지 사용량에 따라 부과하는 세금이다. 현재 탄소세를 도입한 나라는 24개국이지만, 온실가스 배출량 상위 10개국 중 탄소세를 걷고 있는 곳은 일본(5위)과 캐나다(10위) 두 곳에 불과하다. 탄소세를 도입한 나라 중 탄소세율이 높은 나라는 비교적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고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큰 핀란드·스웨덴·스위스 등이다. 탄소세가 적극 도입되지 않는 이유는 산업계의 부담이 커서다. 탄소세 도입으로 환경비용이 가중되면 오히려 투자 위축, 일자리 감소, 물가 상승 등 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국내에서도 앞서 심상정 의원이 19대 국회에서 화석연료의 사용량을 과세대상으로 하는 ‘탄소세법안’, 박원식 의원은 기후정의세법안 등을 발의했으나 논의되지 못하고 임기만료로 폐기된 바 있다. 그러나 올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 3월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국회에 ‘탄소세’ 관련 법안 2건을 발의한데 이어, 여권 유력 대선주자 이재명 후보도 탄소세 도입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탄소세를 도입하지 않으면 앞으로 수출을 할 수도 없을 것”이라며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그냥 부과하라고 하면 기업들도 불편하고 물가도 오를테니 일부는 기본소득과 연계해 조세저항을 줄이고 일부는 산업구조 전환에 투입하겠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하지만 산업부는 우리 기업의 제품은 EU, 미국뿐 아니라 동남아, 인도 등 다른 시장에도 수출되는 만큼 전체 수출시장에서의 경쟁력까지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는다고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