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發 경제민주화 쇼크...中 40년 개혁개방 노선 변화

IT기업 시작으로 최근 열흘간 시장규제 연발 시진핑 1인독재 맞춰 마오쩌둥식 회귀 조짐

2022-08-01     조현경 기자
중국
[매일일보 조현경 기자] 지난달 30일(이하 현지시간) 블룸버그는 최근 열흘간 중국에서 쏟아지기 시작한 규제들을 소개하면서 “시진핑의 중국공산당이 1980년대 이후 가장 큰 경제정책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날 중국 관영매체인 신화통신은 “개혁개방이라는 큰 방침은 변하지 않을 것이고 우리나라의 사회주의 시장경제 발전 방향에도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외부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1978년 개혁개방 이후 40년간 계속돼 온 중국공산당과 시장 간 균형이 무너지고 있다는 게 지배적인 평가다. 현재 세계 시장에서는 중국공산당이 마음만 먹으면 거대산업을 통째로 없애버릴 수 있다는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다. ▮中 규제 리스크에 美선 IPO 중단 조치 차이신과 블룸버그 등 중국 안팎의 외신보도를 종합하면, 중국 정부는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1일까지 연일 시장을 겨냥한 강도 높은 규제를 쏟아냈다. 지난달 21일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은 아동을 소재로 한 성적 콘텐츠를 전파한 혐의로 알리바바의 타오바오, 텐센트의 메시징 앱 QQ, 콰이서우 등의 책임자를 불러 예약면담을 하고 벌금을 부과했다. 이어 이틀 뒤인 23일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알리바바, 징둥 등 대형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겨냥, 판매자의 평점을 허위로 올리는 부정경쟁 관행이 만연했다며 단속 강화를 예고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또 중국 국무원은 24일 텐센트에 자회사 텐센트뮤직의 온라인 음원독점권 포기를 명령하고,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 등은 26일 메이퇀이나 어러머 등 음식 배달 플랫폼에 노동자 전원의 사회보험 가입과 최저임금 보장 지침을 내렸다. IT 기업들에 대한 제재는 30일 25개 인터넷 플랫폼 기업에 대한 소집으로 이어졌다.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트댄스, 핀둬둬, 바이두, 신랑웨이보, 콰이서우, 징둥, 화웨이, 디디추싱, 메이퇀, 오포, 비보, 샤오미, 트립닷컴, 넷이즈 등 중국을 대표하는 IT기업 경영진은 중국 공업정부화부에 불려가 ‘잘못을 스스로 바로잡으라’는 경고를 받았다. 중국 정부의 타깃은 IT기업만이 아니었다. 중국공산당 중앙판공청과 국무원 판공청은 24일 사교육 기관을 일괄적으로 비영리기구로 등록하고 신규허가를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 향후 중국 정부는 부동산 시장에도 규제의 칼날을 들이댈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중국 정부의 규제 리스크가 커지자 미국의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달 30일 중국 기업이 지배구조를 완전히 설명하고 중국 당국이 비즈니스에 간섭할 위험을 공개하지 않는 한 미국에서 기업공개(IPO)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극약처방을 내렸다. ▮시진핑 독재 맞춰 마오쩌둥 ‘공부론’ 전환 표면적으로 이 같은 규제들은 이른바 중국판 경제민주화를 명분으로 삼고 있다. IT 대기업들이 독점적 지위를 악용해 중소기업과 소비자의 권익을 해치고 있으니 정부로선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면을 들여다보면 내년 공산당 제20차 당대회에서 공식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진핑 1인 장기집권 구상과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인 독재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민심잡기 성격이란 이야기다. 이와 관련,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 7월 1일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아 모든 국민이 어느 정도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린다는 ‘전면적 샤오캉 사회’ 달성을 선언했고, 이에 앞서 ‘공동 부유’를 핵심 국정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로이터통신은 전문가의 말을 인용 “선대 지도자 덩샤오핑이 40년 전 성장을 최우선 순위에 놓은 이래 가장 중요한 철학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시진핑 정권이 성장을 우선시하는 덩사오핑의 ‘선부론’(先富論)에서 분배와 균형을 중시하는 마오쩌둥의 ‘공부론’(共富論)으로 철학적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