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 긴급 점검 ] 정부, ‘지지부진’ 주택공급 확대 안간힘…현장선 “목표치일 뿐”
홍남기 “연말까지 46만호 입주물량…2022년 이후 공급확대 체감”
신뢰성 떨어지는 전망…“인허가 물량 급감 후 입주 물량 늘기 어려워”
2022-08-03 나광국 기자
[매일일보 나광국 기자] 정부가 지난해 8.4 공급대책을 발표하면서 시장 억제 기조에서 공급 확대로 부동산 정책을 전환한지 1년이 지났다. 하지만 대책의 핵심인 도심 내 신규택지 발굴은 인근 주민들의 반발에 지지부진한 상황이고 공급 확대방안으로 제시된 공공 재건축 역시 확보한 물량이 목표치의 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부동산 시장 안팎에선 정부가 충분한 검토 없이, 민심을 달래기 위해 졸속으로 공급 대책을 내놓아 벌어진 일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연말까지 서울 8만3000호를 비롯해 전국 46만호의 입주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내년에는 서울 8만1000호, 전국 48만9000호의 입주물량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17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5월 이후 준공 확대로 연말까지 평년 수준의 입주물량 확보가 가능하며 2022년 이후에는 공급 확대효과가 더욱 체감될 수 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도 공급계획을 밝혔다. 국토부는 하반기 공공임대, 공공분양,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입주자 모집 계획을 발표하고 12월까지 전국 총 7만5083가구에 대한 입주자를 모집한다고 3일 밝혔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8~12월) 공급물량 7만5083가구는 지난해 하반기(6만2872가구)보다 약 1만2000가구, 올해 상반기(7만114가구)보다 약 5000가구 증가한 것이다.
공공임대주택은 지역별로 서울 1만772가구를 비롯해 수도권에 3만1809가구를 공급한다. 수도권 공급물량 3만1809가구의 30%는 행복주택으로, 임대료를 주변 시세 대비 60~80% 수준의 가격으로 청년층 및 신혼부부 등에 제공한다. 또 부산·대전·광주 등 비수도권엔 2만6033가구를 공급한다. 공공분양주택은 수도권 8324가구를 포함해 전국 1만2315가구를 공급한다.
하지만 아직 8·4 대책이나 2·4 대책에 따른 실질적인 주택 공급이 전무한 상황에서 돌연 공급 부족이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실제로 국토부는 최근 하반기(7~12월)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1년 전보다 33.7% 감소한 1만7569가구라고 밝혔다. 상반기(2만4000가구)보다도 입주 물량이 줄어 공급 상황은 더 악화했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은 9만6332가구로 전년 동기보다 2.9%, 5년 평균보다 5.4% 각각 줄었다.
하반기 물량을 포함한 올해 전체 입주 아파트는 전국 31만9000가구로 나타났다. 수도권과 서울은 각각 18만3000가구, 4만1000가구다. 예년 평균과 비교하면 전국 0.5%, 수도권 23.4%, 서울 9.9% 각각 증가했지만, 5년 평균보다는 전국 18.9%, 수도권 3.1%, 서울 3.0% 각각 감소했다. 이처럼 공급물량이 현저히 감소한 상황에서 정부가 말한 공급 확대효과를 체감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실제로 정부는 공공주택 공급의 경우 택지 지정실적을 바탕으로 토지 수용과 공사에 걸리는 기간을 고려해 내년 이후 입주 물량을 전망했다. 민간 공급 물량의 경우 과거 준공 실적을 감안해 예측했다. 이는 단순 예측치기 때문에 정부로선 2022년 이후 물량을 아파트와 비아파트, 임대와 분양 등으로 구분해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 한마디로 목표치일 뿐 실제 공급량과는 거리가 있다.
아울러 서울 입주 물량 중 정비사업 비중은 78.3%까지 높아진 상태다. 정비사업이란 노후·불량건축물이 밀집한 지역을 중심으로 기존의 집을 부수고 새로 짓는 것으로 순수하게 증가하는 주택의 수는 총 입주물량 대비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또한 정부가 밝힌 연평균 31만 채를 짓겠다는 계획 역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주택 인허가 물량은 45만8000채로 2013년 이후 가장 적었다. 부동산 업계는 인허가 물량이 급격히 감소하는데 완공 이후 입주 물량이 늘어난다는 전망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전망하고 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는 “지금까지 정부의 주택 공급대책은 말 뿐이고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지 못한 것이 사실이고, 도심 내 공공주택의 경우 정부가 지방자치 단체와 충분한 협의 없이 진행하다 보니 주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며 ”공급대책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지자체와 협의는 물론 공급 물량을 단순 목표치가 아닌 구체적 수치를 발표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