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 긴급 점검 ] ‘벽에 막힌’ 8·4 대책…사업 추진 1년에도 성과는 ‘미비’
서울권 신규 택지 등 13만2천가구 공급 계획
주민 반대에 대체 부지 마련…공공재건축 답보
2022-08-03 전기룡 기자
[매일일보 전기룡 기자] 정부가 8·4 대책을 내놓은지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총 13만2000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8·4 대책에 이어 발표된 2·4 대책에서도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례적인 공급 대책에도…집값 안정 효과 ‘일시적’
정부는 일년 전인 지난해 8월 4일 기존과 다른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현 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직전까지 수요를 억제하는데 무게를 실었던 것과 달리, 서울권 신규 택지 발굴과 공공재건축 방식 등으로 주택 공급 부족을 해소하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서울권 신규 택지 물량으로는 3만3000가구가 책정됐다. 대표적인 후보지로는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태릉골프장(1만가구)를 비롯해 △경기 과천 정부과천청사 부지(4000가구) △서울 마포구 서부면허시험장(3500가구) △서울 용산구 캠프킴(3100가구) 등이 있다.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을 의미하는 공공재건축으로는 5만가구를 공급한다. 8·4 대책을 통해 처음 도입된 공공재건축은 용적률을 300~500% 수준으로 완화하고 층수를 최대 50층까지 허용하는 대신, 늘어난 용적률의 50~70%를 기부채납 방식으로 환수하는 게 골자이다.
이외에도 3기 신도시의 용적률을 상향해 2만가구를 추가 공급하는 내용이 담겼다. 서울의료원과 용산정비창 사업의 경우 확장·고밀화 작업에 착수한다. 기존 8800가구 규모였던 서울의료원 및 용산정비창 사업을 1만3000가구 규모로 늘리겠다는 복안이다.
정부가 이래적으로 13만2000가구에 달하는 공급 계획을 발표하자 집값은 안정세에 접어들었다. 8·4 대책 발표 직전 0.13%(8월 첫째 주 기준)이었던 한국부동산원의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점차 우하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한 것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해 9월 23일 열린 7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 자리에서 현재 주택 상황에 대해 “안정세”라며 “주택 매매시장의 안정은 전월세 시장 안전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자평한 바 있다.
하지만 정부의 기대와 달리 집값 안정 효과는 두 달여만에 끝이 났다. 10월 첫째 주 기준 0.08%수준까지 떨어졌던 주간 상승률은 10월 셋째 주(0.12%)를 기점으로 반등하기 시작했다. 11월 첫째 주부터 현재까지는 0.21~29% 수준의 집값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사업 추진 1년 지났지만 여전히 ‘답보’ 상태
집값 안정 효과가 일시적이었던 원인으로는 현재까지도 지지부진한 사업 현황이 거론된다. 일례로 정부과천청사의 경우 주민들의 반대로 지난 6월 공급계획이 전면 백지화됐다. 정부는 인근에 위치한 과천지구와 유휴부지에 4300가구를 대체 조성하기로 했다.
가장 규모가 큰 노원구 태릉골프장도 주민들의 반대를 겪고 있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이 “공급 규모를 줄이되 대체 부지를 찾는 방안을 지자체와 협의하겠다”고 밝힌 것도 답보 중인 현 상황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공공재건축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공공재건축은 8·4 대책 이후 공공재건축에 참여할 단지를 모집했으나 사전 컨설팅을 받겠다고 의사를 밝힌 아파트는 고작 7곳에 불과했다. 이들 단지도 사업성을 확인하기 위해 컨설팅을 받은 것뿐이지 실제 참여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에 정부는 2·4 대책을 통해 공공재건축의 인센티브를 대폭 상향했다. 공공기관이 분양에 따른 추가 부담금이나 개발 이익 등을 모두 책임지는 동시에, 토지 소유자들의 추가 수익을 보장한 것이다. 여기에 조합설립부터 분양까지 13년정도 소요되던 기간도 5년 이내로 대폭 단축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의 노력에도 공공재건축은 현재까지 목표치(5만가구)의 3% 수준인 1580가구를 확보하는데 그쳤다. 그 중에서 지난 4월 공공재건축 후보지로 선정됐던 관악구 ‘미성건영’의 경우 계획보다 용적률이 나오지 않자 사업 참여 의사를 철회하기도 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계획은 좋은데 실천이 없었던 대책”이라며 “지자체와의 협의도 없이 일방통행으로 추진하다 보니 주민들이 반발이 심했고 공청회 등의 과정도 생략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8·4 대책에 이어 발표한 2·4 대책에서도 같은 모습이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