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동인 칼럼] 올림픽 정신 훼손 말고 선수들 땀방울을 보자

2022-08-04     매일일보
원동인
제32회 도쿄 하계 올림픽이 개막되고 반환점을 넘었다. 근대 올림픽은 1896년 시작됐으니 벌써 역사가 120년을 넘은 셈이다. 그 120여년의 역사 동안 올림픽은 인류역사상 가장 거대한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겪었고, 동서냉전의 파고도 경험했다. 그럼에도 이번 도쿄 올림픽은 이런 올림픽이 다시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말 많은 올림픽이 되고 있다. 도쿄 올림픽은 코로나 사태로 1년 연기되고도 개막을 앞두고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 특히 우리에게 도쿄 올림픽은 말 많은 올림픽이 됐다. 개막 전부터 성화 봉송 지도에 독도를 의미하는 점 하나를 찍어놓은 것이 문제가 됐고, 올림픽 방일로 꽉 막힌 한일 관계에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했던 대통령은 일본 공사의 망언으로 뜻을 접어야 했다. 여기에 올림픽선수촌 내 한국 선수단 숙소에 내걸렸던 현수막과 한식도시락 논란 등 냉랭한 한일 관계가 곳곳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가장 논란이 됐던 현수막에는 ‘신에게는 아직 5천만 국민들의 응원과 지지가 남아 있사옵니다’라는 문구가 담겼다. 일본 언론은 ‘반일 감정을 자극하는 표현’이라며 문제를 제기했고, 일본 극우단체는 욱일기를 들고 선수촌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현수막 철거를 요구했고, 대한체육회는 이를 받아들여 현수막을 철거했다. 현수막 문구는 한글로 쓰인데다 한국 역사를 알아야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다. 일본인들로선 의미를 짐작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를 문제 삼는 것을 보면 우리를 향한 일본의 경계심이 상당하다는 사실을 역으로 깨닫게 된다. 이처럼 이번 도쿄 올림픽은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열리고 있다. 그런데 이에 더해 올림픽 방송을 볼 때마다 조마조마하다. 방송 3사가 경쟁하듯 강도를 높이는 ‘국뽕’ 중계 때문이다. 자국 선수를 응원하는 편파 중계 정도로 생각하면 별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를 깎아내리는 편파 방송은 올림픽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 축구 중계를 하는 캐스터가 우리 선수와 엉켜 넘어진 상대 선수를 험담하자 해설자는 고의가 아닌 것 같다고 코멘트한다. 쉬는 시간 “국뽕 중계를 하는데 그러면 어떡하느냐”고 지적하는 장면을 웃긴 에피소드처럼 다시 보여준다. 어디 그 뿐인가. 사상 최초로 양궁 3관왕에 오른 안산 선수를 둘러싼 논란은 어떤가. 안산 선수의 짧게 자른 머리와 SNS에 올린 단어를 문제 삼아 ‘페미’ 논쟁을 촉발한 일부 남성들의 한심한 행태는 국제적으로도 큰 망신을 샀다.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고 그 부담감을 이겨내며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기쁨 소식을 안긴 선수라는 사실은 잊혀지고, 본질과는 다른 엉뚱한 페미니즘 논란이 일었다. 어린 선수들이 가슴에 달고 있는 태극기를 자랑스러워하는 만큼, 과연 우리는 우리들의 대표 선수들을 자랑스럽게 그리고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돌이켜 본다. 각국을 대표해 참가한 선수들의 땀방울에 더 주목하는 올림픽이 되길 소망한다. 또한 ‘스포츠를 통해 국제평화를 증진시키자’는 올림픽 정신을 다시 한 번 생각하는 시간이 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