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 긴급 점검 ] 4년간 ‘25전 25패’…‘미친 집값’ 국민 분노만 키웠다
대출과 세제 등 각종 규제 총망라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집값 상승세 남긴 건 국민의 실망감과 분노 밖에…
[매일일보 성동규 기자] 2017년 5월 10일.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다. 그 이후 4년 2개월 여간 총 25번의 크고 작은 부동산 대책이 발표됐다. 거의 두 달에 한 번꼴로 대책이 쏟아졌다. 집값 안정 효과가 없지는 않았다. 다만 짧게는 1개월, 길게는 7~8개월 후에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되돌아보면 대책 발표 → 소강 상태 → 재반등의 연속이었다. 이렇다 보니 정부는 시세 조작과 허위 매물, 불법 전매, 부당 청약 행위 등 부동산 시장 교란 행위가 대책 효과를 반감시킨다고 보고 단속을 강화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집값은 여전히 상승 중이다.
첫 번째 대책은 정부 출범 후 불과 1달만에 나왔다. 조정대상지역 추가지정, 서울 지역 전매제한기간 연장, 조정대상지역 재건축조합원 주택 1개로 제한, 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비율을 10%포인트씩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6·19 대책’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침체한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해 각종 규제를 완화했던 영향으로 집값 이상과열을 현상이 나타나면서 서둘러 대책을 내놓은 것. 대책 발표 직후 서울 아파트 주간 상승률이 대책 발표 직전(0.32%)보다 절반(0.16%)으로 하락하며 약발이 받는 듯했다.
하지만 다음 달 들어 다시 상승 폭이 커졌다. 서울 전역의 분양권 전매가 금지되자 규제 시행 전 분양한 단지들의 몸값이 치솟는 ‘풍선효과’가 발생했다. 집값 하락을 위한 대책이 오히려 상승을 부추긴 꼴이 됐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더욱이 LTV, DTI 규제로 무주택 서민들의 ‘내 집 마련 문턱’만 높여놨다는 핀잔도 따라붙었다.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고 수요 억제를 위해 고삐를 더욱 죄었다. ‘8·2 대책’을 내놓고 서울 대부분 지역을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로 묶어 수요를 억제하려 했다.
서울 집값은 5주간 하락하며 잠시 주춤하는 듯하더니 9월 첫째 주부터 상승 전환해 연말로 갈수록 상승 폭을 키웠다. 다음 해인 2018년에 들어서면서부터 매주 0.2~0.3%씩 상승했다. 특히 재건축 단지가 집값 상승을 견인함에 따라 2월 21일 안전진단 기준을 강화했다.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이런 흐름이 깨진 건 그해 7월,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용산·여의도 통개발 발언으로 서울 집값은 걷잡을 수 없이 뛰었다. 정부는 전략을 수정해 다주택자를 공략하기 위한 ‘9·13대책’을 발표한다.
조정대상지역 2주택 이상 보유자의 종부세 최고세율을 3.2%까지 올리고 2주택 이상 보유 가구의 경우 규제지역 안에서 주택 신규 구입을 위한 주택담보대출이 금지되는 등 전에 없던 강력한 수요 억제책이었다.
이 시기 집값 상승으로 폭증한 가계부채를 관리하기 위해 기준 금리까지 인상되자 상승 폭이 점차 줄던 서울 아파트값은 11월 첫째 주 하락세로 돌아서더니 해를 넘겨 6월 셋째 주까지 약 7개월 동안 내림세를 거듭했다. 정부의 호언대로 집값이 안정되는 형국이었다.
문제는 예상치도 못한 곳에서 발생했다. 2019년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로 우리나라 경제가 위기를 맞이했다. 기준 금리는 다시 올랐고 집값 역시 다시 상승세로 전환하게 된다. 정부의 규제도 다시 시작됐다.
2014년 이후 유명무실해진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8월 12일 부활했다. 집값 상승 곡선이 꺾이지 않자 정부는 돈줄을 묶었다. 15억원 초과 아파트 주택담보대출 금지, 9억원 초과 주택 LTV 20%로 하향 등을 담은 ‘12·16 대책’을 내놨다.
비슷한 상황의 반복이었다. 강남4구(강남 서초 송파 강동)의 상승세가 2020년 1월 넷째 주부터 하락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비규제 지역으로 집값 상승세가 퍼지는 ‘풍선효과’가 재현됐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가격이 급등했다.
‘2·20 대책’과 ‘6·17 대책’을 통해 수도권 대부분을 규제 지역으로 지정했는데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다주택자가 주택 취득, 보유, 양도하는 전 과정의 세금을 강화한 ‘7·10 대책’을 발표한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결과적으로 집값 안정을 위한 모든 규제가 효과가 없었던 셈이다. 이는 집을 가진자와 가지지 못한자의 자산 격차를 크게 벌려놨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조사결과 30평형 아파트값은 4년간 6억4000억원에서 11억4000만원으로 78%(5억원) 올랐다.
노동자 평균 임금이 3096만원에서 3360만원으로 9%(276만원) 상승에 그친 것과 확연한 대조를 이룬다. 무주택 가구가 매년 1000만 원을 저축한다고 가정할 때 유주택 가구가 4년간 얻은 불로소득을 따라잡으려면 50년이 걸린다.
국민의 실망감과 분노는 올해 4월 7일 치뤄진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에서 표출됐다. 야당의 압승. 그 이후로 정부는 사실상 부동산 대책에서 손을 땠다. 이제 남은 것은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암울한 얘기가 나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