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 긴급 점검] 시장 상황보다 ‘표심’만 의식하는 여당

7 재보궐 참패 이후 규제 완화로 돌아선 정책 기조 고가 1주택자 특혜 비판에도 종부세 완화 강행 ‘재건축 2년 의무거주’ 1년 만에 전면 백지화하기도 최근엔 다시 규제 정책 발의… 오락가락 행보에 불신만↑

2022-08-05     성동규 기자
더불어민주당
[매일일보 성동규 기자] “부동산 문제만큼은 정부가 할 말이 없는 상황이 됐다. 엄중한 심판이 있었기 때문에 기존의 부동산 정책을 재검토하고 보완하는 노력이 벌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5월 10일 취임 4주년 특별 연설에서 국정을 운영하며 가장 아쉬웠던 부분으로 부동산 문제를 꼽았다. 바로 한달 전 싸늘하게 식어버린 부동산 민심이 4‧7 재보궐 선거 참패로 확인됐던 터라 더욱 뼈아픈 소회였다. 이윽고 부동산 정책의 키는 정부에서 여당으로 넘어갔다. 더불어민주당은 부동산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기존 부동산 대책을 보완하겠다고 나섰다. 당시 분위기대로 라면 내년 3월 치러질 대선에서 반드시 패할 것이라는 위기의식에 따른 행보였다. 민주당 부동산 특위는 세금에 주목했다. 종합부동산세를 상위 2% 주택 소유자에게만 부과하는 대책을 발표하자 당내 안팎으로 ‘부자 감세’라는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세 부담 대상자가 대폭 줄어드는 계획이어서 부동산 시장 안정이라는 목표를 포기했냐는 것이다.  실제 올해 전국 아파트 기준으로 상위 2%를 적용해보면 공시가 12억원(시세 약 17억원)에 거의 육박하는 수준이다. 공시가 9억~12억원 구간인 26만7000가구가 종부세 대상에서 빠지게 된다. 단독주택 등 다른 유형의 주택 소유자를 더하면 이 수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결이 다르긴 했지만, 보수 성향의 전문가와 야당 역시 난색을 보였다. 이미 지방세법상 누진세율에 따라 재산세를 상대적으로 더 많이 내고 있는데 집값이 비싸다는 이유로 이중과세를 하는 것은 헌법상 평등원칙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관련 세금을 아무리 깎아준다고 한들 집주인들이 민주당 지지층으로 돌아서겠냐는 냉소까지 따라붙었다. 여러 논란에도 민주당 지도부는 아랑곳 하지 않았다. 지난 6월 ‘부동산 의총’서 표결을 통해 종부세 완화안을 당론으로 확정했다. 그러나 야당의 반발로 지난달 국회 본회의에서 논의되지 못하고 이달 임시국회로 넘어오게 됐다. 현재로서는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에서 1년간 표류하다 결국 백지화된 ‘재건축 2년 실거주’ 규제와 비슷한 상황이 연출 될 수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는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6·17부동산대책의 핵심 내용이었는 데도 야당의 반대로 법 통과가 지연되다 결국 철회됐다. 이 기간 집주인들이 실거주 의무 기간을 채워 분양권 받기 위해 세입자들을 쫓아내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주택임대차법상 세입자에게 최대 4년(2년+2년)의 거주 기간이 보장되지만, 집주인이 입주하는 경우는 계약 갱신이 불가능해서다. 집주인들이 살던 주택이 매물로 나와 전세물건 총량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해도 재건축 단지 만큼 전셋값이 저렴한 집은 줄어들면서 세입자들의 전셋값 부담만 더 가중시켰다는 볼멘소리가 잇따랐다. 결국, 지난달 1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법안심사 소위를 열어 조응천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 중에서 재건축 조합원에게 실거주 의무를 부여하는 내용을 빼기로 했다. 그 이후 일주일 만에 서울 대표 재건축 단지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전세 물건(부동산 정보제공업체 아실 집계)이 74건에서 163건으로 2배 넘게 증가했다. 전셋값도 1억원 가량 낮아지면서 규제 대책에 대한 비난 여론에 힘을 실었다. 이런 와중에 분위기가 또다시 바뀌는 형국이다. 유동수 민주당 의원은 지난 2일 장기보유특별공제 적용 기산일을 바꾸는 내용의 소득세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재 다주택자가 집 1채를 남기고 모두 팔았다면 남은 1주택에 ‘해당 주택을 산 시점’부터 장기보유특별공제 보유·거주 기간을 적용하지만, 오는 2023년 1월 1일부터는 '1주택자가 된 때'로 그 기준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또 법 시행 뒤 양도차익이 15억원을 초과하는 초고가 주택을 신규 매입하는 사람들에 대해선 장기보유특별공제율을 현행 40%에서 10%로 축소하기로 했다. 다주택자들에게 내년 말까지 집을 모두 처분하라는 신호를 보낸 셈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민주당의 오락가락하는 정책 기조 바탕에 정치적 유불리가 가장 짙게 깔려있다는 평가했다. 그는 “민주당이 다시 규제 대책을 발표한 것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집토끼(전통적 지지층)를 단속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2007년 대선 당시에도 민주당 지지층 중 적지 않은 수가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탓에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전례가 있다”면서 “정책의 방향이 부동산 시장 상황이 아니라 표심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다”고 힐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