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 긴급 점검] ‘민심 달래기용’ 규제 완화책…역효과만 키웠다

장특공제 공제 혜택 변경에도 실효성 의문 대출 규제 완화하자 수도권 아파트값 반등

2022-08-05     전기룡 기자
여당이
[매일일보 전기룡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4·7 재보궐 참패 이후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는 모습이다. 주택양도소득세 면제 기준을 완화해주는 개정안을 발의한 것은 물론, 주택담보대출과 보금자리론의 지원 자격 및 한도를 일제히 늘려준 것이다. 다만 규제 완화에도 역효과가 예견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민주당 유동수 의원은 지난 2일 주택양도소득세 비과세기준과 장기보유 특별공제를 1주택 실거주자 위주로 현실화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는 지난 6월 당론으로 채택해 입법을 예고한 사안이다. 개정안은 양도세 비과세 기준을 현행 시가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간 물가나 주택가격 상승 등에도 불구하고 고가주택 기준이 여전히 9억원이었다는 점에서 이뤄진 결정이다. 2023년 1월부터 다주택 보유기간이 장기보유특별공제 기간에서 배제되는 내용도 담겼다. 장기보유특별공제는 1가구 1주택자 10년 이상 거주 혹은 보유한 주택을 매도할 경우 최대 80%(거주 기간 40%+보유 기간 40%)의 양도세를 감면해주는 제도이다. 개정안이 통과될 시 다주택자가 장기보유특별공제에 필요한 보유·거주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최종적으로 1주택자가 된 시점부터 다시 10년을 채워야 한다. 여당은 장기보유특별공제 기산점에 대해 소급 적용하기 보다 1년4개월의 유예기간을 설정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양도차익에 따라 보유기간 공제혜택도 바꾼다. 차익과 관계없이 보유기간이 10년 이상이면 40%의 양도세가 감면됐던 현행법과 달리, 양도차익 규모에 따라 10~40% 차등적용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양도차익과 무관하게 거주기간이 10년 이상이면 공제율 40%가 적용된다. 여당이 이번 개정안을 추진한 배경으로는 4·7 재보궐 참패가 주효했다. 부동산 규제에 대한 성난 민심을 확인한 만큼 중산층의 불만을 누그러뜨리자는 취지이다. 아울러 다주택자들이 세금 감면을 위해 여분의 주택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도 담겨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여당이 기대한 효과를 거두기 힘들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미 양도세가 증여세보다 높게 중과되는 상황인 데다, 장기보유특별공제의 특성상 다주택자가 아닌 1가구 1주택자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장기보유특별공제는 다주택자보다 1가구 1주택자의 세금 감면 여부를 결정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많은 다주택자가 연초에 세금 감면을 목적으로 양도나 증여 등의 행동을 마친 상황인지라 실효성에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달 1일부로 적용한 대출규제 완화에서는 이미 역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앞서 정부는 주택담보대출 우대 혜택을 받기 위한 부부 합산 소득 기준을 8000만원 이하에서 9000만원 이하로 완화한 바 있다. 대출이 가능한 주택도 투기과열지구는 6억원 이하에서 9억원 이하로, 조정대상지역은 5억원 이하에서 8억원 이하로 기존보다 3억원 더 증가했다. 해당 요건을 충족하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우대혜택(4억원 한도 이내)이 기존 10%에서 20%로 늘어난다. 조정대상지역에 5억원 미만 주택에 관해서는 주택담보인정비율을 70%까지 확대했다. 투기과열지구에서는 총부채상환비율(DTI)이 50%에 그치던 것을 조정대상지역과 동일하게 60%까지 늘렸다. 보금자리론 지원 한도도 3억원에서 3억6000만원으로 확대한 상태이다. 문제는 대출규제가 완화되자 수도권 집값이 급등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첫째 주에는 수도권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37% 오르면서, 관련 통계가 작성된지 9년3개월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아파트값은 당연하게도 대출이 용이해진 중저가 단지가 이끌었다. 한국부동산원은 “경기권에서는 안성시(0.84%)가 공시가격 1억원 미만 단지 위주로 올랐다”며 “오산시(0.81%)는 내삼미·세교동 구축이, 의왕시(0.74%)는 왕곡·포일동 내 상대적 중저가 단지가 집값을 견인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