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해운] HMM 창사이래 첫 파업?…수출 물류대란 우려
2022-08-06 김아라 기자
[매일일보 김아라 기자] 한 주간(8월 2일~8월 6일) 해운업계에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해운 운임 급등으로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HMM이 노사간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이 난항을 겪으면서 1976년 창사 이래 첫 파업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데요.
HMM이 사실상 유일한 국적 원양선사라 노조 파업이 가시화되면 수출 물류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어 산업계가 예의주시하는 상황입니다.
HMM 해상노조는 지난 3일 오후 사측과 임금단체협상 3차 교섭을 진행했지만 임금인상률과 격려금 규모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말았어요.
육·해상노조는 모두 올해 임단협에서 임금 25% 인상과 성과급 1200%를 요구한 반면, 회사는 임금 5.5% 인상과 기본급 100% 수준의 격려금을 지급하는 안을 제시했기 때문이죠. 사실상 노조의 요구를 거절한 거니까요.
노조 입장을 들여다보면 요구사항이 이해는 됩니다. HMM이 2010년 이후 해운업계에 닥친 불황으로 수년간 적자를 면치 못하다가 채권단의 관리를 받게 되면서, 이에 육상직은 8년간, 선원직은 6년간 임금이 동결돼 왔었어요. 하지만 노조는 그동안 별다른 요구 없이 고통을 감내했고요. 이제 회사 형편이 좀 나아졌으니 적절한 보상을 해달라는 거죠.
실제로 HMM는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데 이어 올해 1분기 영업이익 1조193억원을 거뒀고, 2분기에도 1조4000억원대를 달성할 전망이에요. 주가는 지난해 초 대비 10배가량 올랐습니다.
이에 사측도 노조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현 상황에서는 큰 폭의 임금 인상이 부담스럽다는 이유인 건데요. 특히 산업은행이라는 채권단이 결정권을 갖고 있어 임금 지급안을 자율적으로 조정하기 어려워하는 것 같다는 게 업계 시각입니다. 산업은행은 겉으로는 노사 문제라며 간섭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내부에서는 부정적인 시선이라는 것 역시 업계 중론이고요.
해상노조는 사측과 오는 11일 4차 협상을 가질 예정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합의하지 못하면 단체 행동에 나선다는 계획인데요. 사무직 중심인 HMM 육상노조는 이미 사측과 교섭 불발로 지난달 30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 조정을 신청한 상태입니다.
노조들 또한 파업을 하고 싶어하지 않아요. 이에 지난 4일 김진만 육상노조 위원장과 전정근 해상노조 전정근 위원장이 청와대 내 연풍문에서 시민사회수석실 관계자를 만나 SOS를 청하기도 했는데요. 사측과 채권단인 산업은행이 공적자금 투입을 이유로 임금 인상 등 직원 처우 개선에 미온적이자 정부가 나서달라고 요청한 것이죠.
육상 노조는 이달 19일까지 중노위 조정에 실패하면 조합원 찬반 투표로 파업 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입니다. 해상노조 역시 육상노조와 함께 쟁의행위에 나설 가능성도 클 것으로 예상돼요.
파업 시 문제는 단순히 HMM의 실적 타격만이 아니라는 점이에요. 1976년 창사 이후 한차례도 파업하지 않았던 HMM 노조가 실제로 쟁의행위에 돌입하면 물류차질로 인한 중견·중소 수출기업들의 피해가 극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루 빨리 협상이 잘 되길 기다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