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비상] ‘백신 거부론자’ 탓에 美·佛 백신 접종률 지지부진
美, 지난 5월 1회 이상 접종률 50% 넘겼는데도 아직 58.5%
佛, ‘코로나19 백신 접종 강요 말라’는 시위 4주 연속 진행 중
2021-08-08 김동명 기자
[매일일보 김동명 기자] 지구촌 각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항하기 위한 백신 접종이 한창인 가운데, 백신을 부정하는 ‘안티 백서’(Anti Vaxxer)로 인해 몇몇 선진국들의 집단면역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8일 AP통신과 CNN방송에 따르면 미국에서 일주일 동안 하루 평균 10만7140명의 코로나 환자가 발생했다. 일주일 단위로 집계하는 일평균 신규 환자가 10만명을 넘은 것은 2월 이후 처음이다.
미국에선 올해 1월 초 하루 평균 환자가 25만명을 기록해 정점을 찍었으나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지난 6월에는 일평균 환자가 1만1000명대로 내려왔다. 하지만 백신 미접종자를 중심으로 델타 변이가 급속도로 퍼지면서 일평균 환자는 올해 초 겨울 대유행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올라섰다.
AP통신은 “델타 변이가 얼마나 빨리 퍼졌는지를 상기시키는 암울한 기록”이라며 “미국이 겨울의 코로나 급증 상황으로 되돌아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처럼 악화되고 있는 상황을 막고자 미국 정부는 어떻게든 백신 접종률을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이지만 예상보다 접종 속도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미국은 지난 5월 25일 코로나19 백신 1회 이상 접종자 1억6400만명을 기록하며 인구대비 50%를 넘겼음에도, 현재까지 해당 수치는 58.5%에 머무르며 당초 목표했던 70% 달성 여부가 불투명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조 바이든 미국대통령은 백신접종을 독려하기 위해 ‘100달러 지급’ 등 인센티브를 도입했지만, 백신 불신론자인 안티 백서들이 늘어남에 따라 접종 속도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지난 5월 갤럽이 조사한 국가별 백신 수용도를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65%대로 나타난 것에 반해 미국은 53%에 불과했다. 일부 미국 언론들은 현재의 미국 백신 접종 상황이 최대치에 이른 것일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제기했다.
프랑스에서는 식당과 기차 등 다중이용시설에 들어갈 때 코로나19 백신 접종 증명서를 요구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반발하는 반대 시위가 4주 연속 열리고 있다. 수도 파리를 비롯한 프랑스 전역 150여 개 도시에서 7일(현지시간) 오후 열린 ‘보건 증명서’ 반대 시위에는 경찰 추산 23만7000명 이상이 참여했다고 BFM 방송 등이 전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보건 증명서 보이콧’, ‘프랑스를 다시 자유롭게 만들어달라’, ‘백신 접종 의무화를 거부한다’는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도심 곳곳을 행진했다. 한국 헌법재판소 격인 프랑스 헌법위원회는 앞서 식당과 카페뿐만 아니라 장거리를 이동하는 대중교통과 비행기에서 보건 증명서를 요구하는 것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봤다.
지난달 21일부터 프랑스에서는 영화관, 박물관, 헬스장, 놀이동산 등 50명 이상 모이는 문화·여가 시설에 들어갈 때 보건 증명서를 제시해야한다. 뿐만 아니라 오는 9일부터 식당, 카페, 술집, 쇼핑몰뿐만 아니라 장거리를 다니는 버스, 기차, 비행기 등으로 대폭 확대된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보건 증명서 도입 반대 시위가 연속으로 이어지자 틱톡과 인스타그램에 짧은 영상을 올려 코로나19 4차 유행에 맞서는 방법은 백신뿐이라며 접종을 독려하고 있다. 다만 프랑스에서는 이달 5일 기준 전체 인구의 54.3%에 해당하는 약 3659만명만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끝마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