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북 된 한미동맹...北 이어 中까지 가세 “한미훈련 말라”
北김여정 ‘한미훈련 중단’ 요구에 中왕이 동조
남북 관계·북미 대화 이유 8월 훈련 중단 요구
2022-08-08 조현경 기자
[매일일보 조현경 기자] 북한에 이어 중국까지 8월 실시되는 한미 합동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북한은 훈련이 중단되지 않는다면 남북관계 개선을 기대하지 말라며 우리 정부에 엄포를 놓고 있고, 중국은 북미 대화 재개가 어려울 것이라며 미국을 압박하는 중이다. 한미동맹의 핵심으로 꼽히는 한미 훈련이 북중 양국의 집중 공략 대상이 되고 있다.
▮왕이 “美, 어떤 행동도 취하지 말라”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 6일 저녁 화상으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 회의에서 “한미훈련은 현재의 형세 하에서 건설적인 측면이 결여돼 있다”며 “미국이 진정으로 북측과 대화를 재개하고자 한다면 긴장 고조로 이어질 수 있는 어떤 행동도 취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왕 부장은 그러면서 중국이 북핵 해법으로 주장해온 쌍궤병진(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 협상의 병행 추진) 입장을 재확인하고 대북제재 완화를 요구했다. 그는 “북한이 이미 여러 해 동안 핵실험과 장거리 탄도미사일발사 시험을 중지한 점을 고려할 때 북한의 정당하고 합리적인 관심과 우려사항은 응당 상응하게 해결돼야 한다”며 “현재의 교착 상태를 타개하는 효과적인 방법은 안보리 대북제재의 가역 조항을 조속히 활성화해 대북제재를 완화함으로써 대화와 협상이 재개될 수 있는 긍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라고 했다.
▮‘왕이 발언’ 홈페이지에 올린 北외무성
북한 외무성은 다음날(7일) 홈페이지에 ‘중국이 한미훈련에 대한 반대 입장 표시’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려 이 같은 왕 부장의 발언을 거의 그대로 소개했다. 자신들의 뒷배가 중국임을 과시하면서 간접적으로 한미훈련 중단을 재차 요구한 셈이다.
앞서 북한은 남북 통신연락선 복구(7월27일) 닷새만인 지난 1일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부부장 담화를 통해 한미훈련 중단을 요구한 바 있다. 당시 김 부부장은 한미훈련에 대해 “지금과 같은 중요한 반전의 시기에 진행되는 군사연습은 신뢰회복의 걸음을 다시 떼기 바라는 북남 수뇌(정상)들의 의지를 심히 훼손시키고 북남관계의 앞길을 더욱 흐리게 하는 재미없는 전주곡이 될 것”이라며 “우리 정부와 군대는 남측이 8월에 또다시 적대적인 전쟁연습을 벌려놓는가 아니면 큰 용단을 내리겠는가에 대하여 예의주시해 볼 것”이라고 했다.
▮北매체 “일촉즉발 전쟁위험 조성” 위협
북한은 이어 8일에도 대외용 주간지 통일신보를 통해 재차 한미훈련 중단을 압박하고 나섰다. 통일신보는 ‘평화수호는 온 겨레의 막을 수 없는 지향’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남조선에서 빈번히 벌어지는 외세와의 합동군사연습과 무력 증강소동은 조선반도(한반도)의 긴장을 격화시키고 전쟁 위험을 몰아오는 위험천만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통일신보는 특히 “남조선에서 외세와의 합동군사연습이 벌어질 때마다 조선반도에 일촉즉발의 전쟁위험이 조성되고 북남관계 발전과 조국 통일운동에 엄중한 난관이 조성되곤 하였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며 “전체 조선 민족은 외세의 지배와 간섭, 침략과 전쟁 책동을 단호히 반대 배격하고 긴장 상태를 격화시키는 그 어떤 행위도 절대로 용납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한국 내 일부 시민단체들의 한미훈련 반대 시위를 소개하면서 “침략과 전쟁을 막고 평화를 수호하는 여기에 민족의 번영과 통일이 있다”고 주장했다.
▮北中, 韓美훈련 때리며 동맹균열 노림수
북한이 한미훈련 중단을 요구하는 의도를 두고 미국 내에서는 한미동맹의 균열을 바라는 노림수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미동맹의 균열을 노리기는 중국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그동안 동북아 지역 한미일 삼각동맹의 약한 고리로 평가받는 한국을 집중 공략해왔다. 이 같은 북중 양국의 노림수는 실제 한미훈련이 예정보다 축소되면서 어느 정도 효과를 보는 모양새다. 한미 양국은 코로나 재확산을 명분으로 사실상 오는 10일부터 시작되는 한미훈련 규모를 축소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