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벨 뗐을 뿐인데 친환경?…‘無라벨이 뭐길래’
환경부, 라벨 없는 투명 페트 사용 권고 상반기 페트 5900t 수거…90% 재활용
[매일일보 최지혜 기자] 정부가 국산 폐페트의 품질 향상을 위해 라벨을 제거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에 친환경 제품이라는 소개 하에 라벨을 뗀 페트병 ‘무라벨’ 패키지를 적용한 제품이 쏟아지는 모습이다.
투명한 페트병은 라벨을 제거하는 것만으로도 재활용 공정 과정을 줄일 수 있다. 유통업계는 정부의 노력에 발맞춰 생수뿐만 아니라 음료, 간장 등의 다양한 제품의 패키지에서 라벨을 제거했다.
9일 환경부에 따르면 정부가 유색 페트 사용을 줄이고 라벨을 제거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 의무화 대상도 공동주택에서 단독주택으로 확대한다. 고품질의 국산 폐페트 수거를 위해서다. 국내에서 재활용되는 폐페트는 지난해까지 수입에 의존했으나 올해부터 활발히 수거되고 있다.
폐페트의 가치는 오염도에 따라 달라진다. 폐페트는 수거 후 세척, 가공 등의 과정을 거쳐 재생원료가 된다. 이 과정에서 라벨, 잉크 등 이물질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하면 새로운 포장용기나 섬유 등으로 재활용할 수 없어 가치가 떨어진다.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에서 1년 동안 생산되는 신규 페트병은 30만t 이상이다. 그 중 80%이상이 재활용되지만 고품질원료로 재활용 되는 건 10%뿐이다. 잘 분리수거된 고품질의 무라벨 폐페트는 1k당 1000~1100원으로 일반 페트보다 300원 가량 비싸다.
그간 국내에서는 고품질의 폐페트를 수입해 재생 플라스틱이나 섬유를 생산해 왔다. 특히 재활용 섬유를 생산하기 위한 페페트 수입은 지난 2019년 10만1900t에 달하며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인 5만5800t이 일본산이다. 폐페트병은 지난해 상반기에도 5만8200t이 수입됐다.
이후 환경부는 국산 폐페트의 품질 향상을 위해 2019년 12월 음료와 생수에 유색 페트병 사용을 금지하고 지난해 6월 페트병 수입을 중단했다. 지난해 12월에는 투명페트병 별도 분리배출 제도를 도입했다. 또 올해에는 국내 10개 생수 제조사와 생수 제품의 20% 이상을 무라벨로 전환한다는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수거된 투명 폐페트는 5900t에 달한다. 이 가운데 10%에 달하는 590t이 재활용 공정에서 폐기됐으며 나머지 5300t 이상이 재생 원료로 가공됐다.
폐페트로 만든 재생원료는 재생 용기나 섬유로 다시 생산된다. 실제 올해 상반기 수거된 페트 가운데 2220t이 재생 용기로 활용됐다. 올해 환경부와 식약처는 재생 용기를 식품 포장에 사용할 수 있도록 관련 법안을 개정했다. 환경부는 10만t 이상의 재생 페트 원료가 식품용기로 사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거된 폐페트 가운데 560t은 옷을 제조할 수 있는 장섬유(원사)로 사용됐다. 페트병 재생섬유는 길이에 따라 장섬유와실 단섬유로 나뉜다. 장섬유로는 옷을, 단섬유로는 인형 등의 충전재를 만들 수 있다. 섬유의 길이가 길어질수록 고품질에 해당하지만 폐페트에 이물질이 들어가 실이 끊기면 단섬유가 된다.
환경부 관계자는 “수거된 폐페트를 재생원료로 생산하기 위해서는 이물질과 라벨을 제거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라며 “투명 페트에서 라벨을 제거하기 위한 공정만 수차례 이뤄지기 때문에 제품 생산 과정에서 라벨을 제거하는 것만으로도 환경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정에서 페트를 배출하는 초기 단계에서 용기를 세척하고 라벨을 제거한 후 전용 수거함에 버리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