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4년만 도로 벼랑끝전술 "대결 말고 다른 선택 없다"

1월 8차 당대회서 한미에 양자택일 요구 시작 한미 훈련 실시 두고 "한미가 대결 선택" 규정

2022-08-11     조현경 기자
김영철
[매일일보 조현경 기자] 북한이 11일 대남 강경파인 김영철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명의 담화를 통해 한국과 미국에 대한 대결 정책을 선언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시작된 협상 국면이 끝나고 4년 전 문재인 정부 초기 ‘벼랑끝전술’로 회귀하는 것이다. ▮김여정 이어 강경파 김영철 등장 김 부장은 이날 오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전날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부부장 명의 담화에 대해 “당 중앙위원회 위임에 따른 것이었다”며 “남조선 당국에 분명한 선택의 기회를 주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김 부부장은 담화에서 한미연합훈련 실시를 두고 “남조선 당국자들의 배신적인 처사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이에 앞서 김 부부장은 지난 1일 한미훈련 전면 중단을 요구하며 “희망이냐 절망이냐, 선택은 우리가 하지 않는다”고 경고한 바 있다. 한미훈련 축소에도 북한 노동당 중앙위는 우리 정부가 ‘절망’을 선택했다고 결론 냈다는 게 두 사람 담화의 요지인 셈이다. ▮“엄청난 안보위기 느끼게 해줄 것” 전날 김 부부장은 미국을 향해 “우리는 날로 가증되는 미국의 군사적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절대적인 억제력 즉 우리를 반대하는 그 어떤 군사적 행동에도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국가방위력과 강력한 선제타격능력을 보다 강화해 나가는데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며 군사력 강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날 김 부장은 여기에 한국을 추가했다. 그는 “남조선과 미국이 변함없이 우리 국가와의 대결을 선택한 이상 우리도 다른 선택이란 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잘못된 선택으로 해 스스로가 얼마나 엄청난 안보 위기에 다가가고 있는가를 시시각각으로 느끼게 해줄 것”이라고 했다. 김 부장은 또 한국을 특정해 보복을 공언하기도 했다. 그는 “북남관계 개선의 기회를 제 손으로 날려 보내고 우리의 선의에 적대행위로 대답한 대가에 대해 똑바로 알게 해줘야 한다” 또 “기회를 앞에 놓고도 남조선 당국이 명백한 자기들의 선택을 온 세상에 알린 이상 우리도 이제는 그에 맞는 더 명백한 결심을 내려야 한다”고 했다. ▮‘대화냐 대결이냐’ 1월부터 양자택일 요구 북한은 앞서 지난해 6월에도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이유로 김 부부장과 통일전선부가 잇따라 대남 비난 담화를 발표한 바 있다. 당시 북한은 “대남사업을 철저히 대적사업으로 전환한다”며 남북 통신연락선 단절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라는 보복조치를 단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시로 추가적인 조치를 유예했다. 북한은 이후 올해 1월 제8차 노동당 당대회를 통해 정리된 대남·대미 노선을 공식화했다. 핵무기와 최첨단 무기 개발에 총력전을 펴는 한편 한미 양국에게 양자택일을 요구하기 시작한 것. 당시 김 위원장은 미국을 향해 “강대강·선대선의 원칙에서 상대할 것”이라며 “새로운 조미 관계 수립의 열쇠는 미국이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는 데 있다”고 했다. 또 한국을 향해서는 “판문점선언 발표 이전 시기로 되돌아갔다”며 우리 정부 태도 여하에 따라 ‘3년 전 봄날’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같은 달 신년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을 두고 “평화에 대한 의지, 대화에 대한 의지, 그리고 또 비핵화에 대한 의지는 분명히 있다”는 평가를 내놨다. ▮한미훈련 실시하자 “한미가 대결 선택” 북한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새로 출범하고 5월 한미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대북 협상 재개를 원한다는 메시지를 발신한 뒤에도 한미에 양자택일을 요구하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김 위원장은 6월 노동당 중앙위 제8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우리 국가의 존엄과 자주적인 발전 이익을 수호하고 평화적 환경과 국가의 안전을 믿음직하게 담보하자면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돼 있어야 한다”며 “특히 대결에는 더욱 빈틈없이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했다. 한미의 양자택일 결과에 대비하겠다는 의미였다. 김 위원장은 이후 한 달여 만인 지난달 27일 남북관계 개선을 원한다며 남북 통신연락선을 전격적으로 복구하도록 지시했다. 한미훈련을 목전에 둔 시점이었다. 그리고 여동생인 김 부부장을 통해 ‘희망이냐 절망이냐’며 양자택일을 요구했다. 이어 한미훈련이 축소된 규모로 실시되자 기다렸다는 듯 김 부장을 통해 ‘한미가 대결을 선택했다’고 규정하고 대결노선 채택을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