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건설사 안전사고…정부 안전관리 권고 ‘무색’
현대·대우·태영건설, 올해 개선 권고 받고도 잇단 사고
“건설사들 기본적인 안전관리 뒷전…징벌적 손해배상 필요”
2021-08-11 나광국 기자
[매일일보 나광국 기자] 건설현장에서 심각한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기업 경영진을 처벌하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반년도 채 남지 않았지만 건설 현장에서의 사망 사고는 좀처럼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건설사들의 대책이 실질적인 안전 강화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이달 5일 경기 고양시 현대건설 아파트 신축 현장에서 작업 중이던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 1명이 굴착기 장비에 깔려 사망했다. 이 사고는 현대건설이 고용부로부터 안전보건관리 체계를 개선하라는 권고를 받은 지 사흘 만에 벌어졌다. 현대건설, 대우건설, 태영건설은 올해 사망 사고가 많아 고용부의 산업안전보건감독을 받았다.
지난 2일 고용노동부는 올해 들어 3명의 노동자 사망 사고가 발생한 현대건설의 안전보건 관리체계가 전반적으로 부실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현대건설은 지난 10년 동안 50명이 넘는 노동자가 숨졌다. 노동부에 따르면 현대건설의 안전보건 예산 편성 규모와 집행 규모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음에도 협력업체 지원과 안전 교육을 위한 예산 집행은 부족한 수준이다.
또한 안전보건 관리자 500여명 중 정규직이 39%에 그치고 다른 직군의 전환 배치도 잦아 책임감 있는 업무 수행이 어려운 점도 문제라는 설명이다. 결국 노동부는 현대건설의 산안법 위반 301건 중 25건을 사법 조치하고 274건에는 과태료 5억6761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그러나 노동부 권고에도 불과하고 지난 5일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소재 현대건설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굴삭기 버킷에 깔려 노동자가 사망한 사고가 발생했다. 협력업체 소속 일용직 노동자 김씨는 우수관 매설작업 중 2m 깊이의 구덩이에서 작업하다 굴착기 버킷과 부딪친 것으로 알려졌다. 버킷은 굴삭기에서 삽 역할을 한다. 사고순간 현장에는 안전관리자와 신호수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안전불감증은 비단 현대건설만의 문제가 아니다.
태영건설은 지난 4월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을 받은 뒤 지난 5월 안전경영선포식을 열었다. 기존 경영계획에 성의 있는 산업안전보건체계가 없으니 시정하라는 고용부의 강력 권고 때문이었다. 올해 1분기 100대 건설사 중 사망사고가 가장 많은 건설사는 태영건설로 3명의 건설근로자가 사망했다. 하지만 안전경영 선포식이 무색하게 지난 6월 또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대우건설의 경우 2018년 69곳이던 주택 건설 현장이 지난해 82개로 19% 늘었다. 하지만 안전 관련 예산 집행은 같은 기간 14억3000만원에서 5억3000만원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태영건설은 안전관리 예산 편성액 대비 집행액 비율이 2018년 95.2%에서 지난해 89%로 줄었다. 두 건설사는 올해 각각 2명, 4명의 노동자가 건설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이처럼 계속되는 건설현장 근로자 사망사고에 정부가 불법하도급에 대한 처벌 수위를 대폭 높였다. 앞으로 불법하도급으로 인해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피해액의 10배까지 배상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도입되고, 최대 무기징역의 처벌을 받게 된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건설현장 종사자는 안전을 최고의 가치를 두지 않으면 한 번의 불법과 부실시공으로도 시장에서 영구히 퇴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가져 달라”고 말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는 “건설업계에는 아직도 추락사 등 재래식 재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면서 “건설사들은 정부 가이드라인에만 치중할 뿐 정작 기본적인 안전관리는 뒷전인 상황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대재해법이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진행된다면 기업들이 앞장서서 하청업체 관리 및 현장 안전관리 시스템을 강화해 사고를 줄이기에 앞장설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