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정 큐레이터의 #위드아트] 예술은 문화 다양성 지킴이

2022-08-12     매일일보
강익중,
“문화는 시공간에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 이 다양성은 인류를 구성하는 집단과 사회의 정체성과 독창성을 구현한다. 생태 다양성이 자연에 필요한 것처럼 교류·혁신·창조성의 근원으로서 문화 다양성은 인류에게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문화 다양성은 인류의 공동유산이며 현재와 미래 세대를 위한 혜택으로서 인식하고 확인해야 한다.” 2001년 파리에서 열린 제 31차 총회에서 유네스코가 채택한 ‘세계 문화 다양성 선언’의 제1조이다. ‘문화’도 인류의 소중한 자원인 일종의 ‘종’으로 보고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문화에 대한 존중과 보존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선언이다. 교통과 통신의 발달, 세계화로 인해 점차 획일화돼 가는 인류 문화에 대한 우려가 담겨있다. 문화도 생태계마냥 멸종 위기를 맞고 있는 시대에 예술은 문화 다양성을 지키는데 효과적인 도구가 될 수 있다. 언어의 장벽을 넘어 보편적인 감성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서로 간의 공감대를 만들고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성, 계급, 젠더, 종교, 난민, 인종차별 등 인류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다루고 문제해결로 가는 공감대를 만드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화 다양성을 위한 아티스트들의 공헌은 우리와도 무관치 않다. 달 항아리 작가로 잘 알려진 강익중 작가는 주로 뉴욕을 무대로 문화 다양성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다양한 공공설치미술을 선보이고 있다. 강익중 작가는 2016년 런던에서 열린 예술축제 ‘토털리 템스(Totally Thames)’의 메인작가로 초청되었을 때 한국전쟁 실향민들이 3인치 크기 정사각형 작은 종이에 그린 고향 그림 500장을 거대한 연등으로 만들어 템즈강 위에 띄웠다. ‘집으로 가는 길’이란 이름의 작품이다. 이 작품을 통해 세계인들이 한국 실향민들의 애환을 공감할 수 있었다. ‘집 속의 집’으로 유명한 서도호 작가의 ‘떨어진 별’ 연작은 작가가 살던 한옥이 어딘가에 떨어져 박힌 형태의 작품이다. 작가가 타국 낯선 공간 속에서 몸소 경험한 적응의 몸부림이 담겼다. 작가는 동서양의 문화가 자신의 내부에서 충돌하는 경험을 했다고 한다. ‘바늘 여인’으로 불리며 세계미술무대에서 명성을 얻고 있는 작가 김수자는 스스로를 ‘노마드 아티스트’라고 부른다. 그는 보따리와 트럭 이민자를 하나의 테마로 묶어서 다문화의 공존을 이야기한다. 또한 바늘에 실을 끼워 넣어 이불을 엮어내는 행위의 작업을 통해 인간은 결국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시사하고, 상처받은 소외된 이들을 위로하는 어머니의 마음을 투영하기도 한다.
아트에이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