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조선업과 철강업, 가격협상 후끈
조선업 원가 인상으로 수익성 하락 지속 철강재 인상에 성공한 철강업은 실적 호조 조선업계, 후판 가격 인상 방어 집중
[매일일보 김명현 기자]철강업계와 조선업계의 후판 가격 협상전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철강사들은 제품가에 원료가격 상승분 반영을 추진 중이나, 조선사들은 기존 저가수주 물량에다 후판값 상승까지 겹쳐 이를 막는 데 집중하는 모양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선 3사(한국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는 선박 제조원가의 20~30%를 차지하는 후판(두께 6㎜ 이상 철판) 가격 인상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조선업계는 국내 철강사들과 1년에 두 번 후판 가격 협상을 진행한다. 올 상반기에는 포스코, 현대제철과 톤(t)당 10만원 수준의 인상을 합의했다. 업계에선 하반기엔 t당 40만원 수준에서 협상이 마무리될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렇게 되면 지난해 t당 60만원 선이던 후판 공급가가 원재료값 상승 여파 등으로 올 하반기 100만원을 훌쩍 넘기게 된다.
조선업계는 기 계약건 대부분이 저가 수주분인 상황에서 큰 폭의 원가인상으로 최근 수주 랠리에도 불구하고 수익 악화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 2분기 철강재 인상에 따른 수천억원의 공사손실충당금(손실에 대비해 잡아놓는 비용)을 반영, 큰 폭의 적자가 불가피했다. 한국조선해양은 지난 2분기 연결기준 897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삼성중공업도 2분기 4379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양사는 각각 8960억원, 3720억원의 충당금을 해당 분기 실적에 반영했다.
반면 철강업계는 원재료값 상승분을 제품가에 적극 반영하면서 수익성이 크게 회복됐다. 2분기 역대급 실적을 기록할 수 있었던 핵심 이유 중 하나다. 조선뿐 아니라 자동차, 건설 등 전방산업의 넘치는 수요도 강재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탄소배출을 줄이려는 중국 정부의 감산 정책은 타이트한 수급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현재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주요 철강사들은 후판 생산 라인을 완전 가동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철광석 가격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제철용 석탄 강세가 지속되고 있고 후판 유통가가 t당 130만원에 달하는 만큼 가격 현실화 유인이 크다”고 전했다.
한편 8월 첫째주 신조선가지수는 약 10년 만에 140포인트대를 회복했다. 작년 8월 신조선가지수 대비 17.5포인트 오른 수치다. 이는 조선업계의 원가 부담을 덜어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