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안전속도 5030’, 속도를 낮추면 안전은 높아진다

2021-08-15     박근종 칼럼니스트
박근종
[매일일보] 전국 도시 지역의 차량 통행 최고속도 제한을 강화한 ‘안전속도 5030’을 전면 시행한 이후 100일 만에 적용 대상 지역(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제19조에 따른 주거·상업·공업지역 내에서 제한속도가 50km/h 이내인 곳)에서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대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속도를 줄이면 사람이 보인다”는 교통안전 전문가들의 주장이 옳았다는 게 증명된 셈이다.  ‘안전속도 5030’은 자동차로 인한 교통사고 유발 가능성과 사고 위험을 줄이고, 보행자와 자전거 등 교통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난 2021년 4월 7일부터 도시 지역 도로의 제한속도를 시속 50km를 원칙으로 줄이고, 주택가 이면도로 등 보행자 보호가 우선인 도로에서는 시속 30km로 제한하여 시행하고 있다. 경찰청·국토교통부·한국교통안전공단이 지난 8월 12일 발표한 공동 보도자료에 의하면, ‘안전속도 5030’을 전면시행한 후 5030 적용 지역 내 보행자 사망자가 16.7% 감소하고, 통행 속도는 1.0km/h 감소하는 등 ‘안전속도 5030’ 정책이 안정적으로 정착되어 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분석은 도시부 지역 내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올해 시행한‘안전속도 5030’정책의 효율성 조사를 위해 4월 17일부터 7월 26일까지 100일간 교통사고, 통행속도, 제한속도 준수율을 조사하였다.  우선, 전국 교통사고 사망자는 2020년 824명에서 2021년 760명으로 7.8% 감소하였고, 보행자 사망자는 2021년 274명에서 2021년 242명으로 11.7% 감소하였는데 반해 ‘안전속도 5030’ 적용 대상 지역 내 교통사고 사망자는 2020년 317명에서 277명으로 12.6% 감소하였고, 보행자 사망자는 2020년 167명에서 2021년 139명으로 16.7% 감소하였다. 이는, 안전속도 5030이 적용되지 않는 지역의 사망사고 감소 폭보다 2.7배(보행자 사망자 4.5배) 큰 것으로, 제한속도 하향이 사고발생 시 충돌속도 저하로 이어져 보행자 교통안전 확보에 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다음, 통행 속도는 ‘안전속도 5030’ 전국 시행으로 교통 지체가 유발될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와는 달리 2020년도 통행 속도 평균 34.1km/h에서 2021년도 같은 기간 통행 속도 평균 33.1km/h에 대비하여 평균 약 1.0km/h 감소하는 데 그쳐 소통 측면에서 변화 없는 차량 흐름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제한속도 준수율은 통행 속도를 분석한 구간과 같은 구간에서 분석하였는데, 승합> 화물> 승용> 특수차량 순으로 준수율이 높았으며, 견인차 등 특수차량을 제외하고는 월평균 준수율이 5〜7월간 점진적으로 증가(화물차 낮시간 준수 : 5월 88.1% → 6월 88.8% → 7월 89.9%) 하였고, 과속장비 1대당 단속 건수도 감소(12.3%↓)하여 ‘안전속도 5030’ 정책이 안정적으로 정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시행 초기의 효과분석 결과라는 점을 고려하였을 때 시간이 지날수록 그 효과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될 뿐만 아니라 보행자가 안전하게 걸을 수 있는 도로교통 환경 조성을 위하여 국민의 적극적인 참여가 더해진다면 그 효과가 극대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안전속도 5030’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7개국 중 31개국이 이미 시행 중인 정책으로 교통선진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시행하고 있다. TS magazine에 의하면 핀란드 헬싱키시는 1970년대부터 주요 간선도로를 제외한 대부분 도로의 통행 속도를 50km/h로 제한한 데 이어 1980년대에 40km/h 지역 도입, 1990년대부터는 30km/h 지역을 확대하는 등 꾸준히 제한속도를 낮추고 있으며, 특히 2020년부터는 고속화도로(Moterways)는 100km/h로, 주요 기로(Main Streets)는 50km/h로, 집분산도로(Collector Streets)는 40km/h로, 주거지역 도로(Residential Area)는 30km/h로 제한속도를 하향한 바 있고, 프랑스 그루노블시는 2016년부터 주요 간선도로 몇 개만 예외적으로 50km/h의 제한속도를 유지하고 그 외 도로의 제한속도를 30km/h로 하향했으며, 노르웨이 오슬로시에서도 도로기능을 고려해 도시 외곽고속도로(Ring3)는 70km/h로, 도심 간선도로(Ring2)는 50km/h로, 도심 집산도로(Ring1)와 신도시, CBD 등 주거 및 상업 지역은 제한속도는 30km/h로 제한속도를 정하고 있다. 이미 유럽 등 선진국들은 도심지역 제한속도를 낮춘 뒤 교통사고가 큰 폭으로 감소하는 효과를 거뒀다. 실제 경찰에서 분석한 결과, 60km/h에서 50km/h로 낮춘 덴마크ㆍ독일ㆍ헝가리 등 국가에서는 교통사고 또는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20%가량 줄어들었다. 1990년대부터 도심 통행 속도를 50km/h 이내로 제한한 덴마크, 독일, 헝가리 등 유럽의 교통선진국에서도 12∼24%의 교통사고 감소 효과가 확인됐다. 이러한 효과에 따라 영국, 스웨덴, 호주 등에서도 도심 내 제한속도 40km/h 하향을 검토하고 있다. 교통정책이 지향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빠르고 안전한 이동’이다. 이를 실현하는 첩경은 ‘소통과 안전’의 조화와 균형에 있다. 차량의 통행 속도를 올리면 소통은 빨라지겠지만 사고의 위험이 높아지고, 속도를 낮추면 사고의 위험은 낮아 지지만 소통이 느려지는 특성이 있다. 그동안 성장지상주의 시대에는 돌격·압축성장 주체들의 원활한 경제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빠른 소통이 중시되었다지만, 최근에는 경제성장이 높아지면서 차량의 소통효율보다는 보행자의 안전효율이 강조되고 있다. 그야말로 속도를 낮추면, 안전은 높아지게 된다. 그러나 지금도 우리 주변에서 발생하는 교통사고의 80% 이상은 보행 관련 사고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2020년도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3,081명으로 2019년(3,349명)보다 8% 감소했지만, 최근 3년간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10,211명으로, 이 중에서 보행자가 3,882명이나 된다. 2020년 국내 교통사고의 보행 사망자 수는 1,093명이다. 평균 교통사고 사망자 가운데 보행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3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0.5%)보다 무려 두 배가량 높은 편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여전히 대도시의 교통혼잡을 해소하기 위한 시설개선 등에의 투자가 빈약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고, 심지어는 ‘안전속도 5030’ 시행 구간 등을 표시하는 안내표지판마저 부족하거나 있어도 운전자들의 눈에 잘 띄지 않아 과속주행 단속에 적발되는 차량이 적지 않다는 점 등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또한, 제한속도를 낮춘 만큼 보다 과학적이고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이 반영된 최첨단 신호체계를 확립함은 물론, 오래된 디젤차일수록 차량 속도가 느려지면 매연 저감 장치인 DPF 등이 엔진 온도가 낮아지면서 실질적인 저감 기능에 문제가 야기될 수 있음도 고려하여 배기 후 처리장치의 원만한 동작과 ‘경제속도’에 따른 연비문제 해결에도 고민이 담겨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단속의 손길이 뜸한 심야의 과속 운행 자동차들에 대한 대책 등도 여전히 숙제로 지적되고 있음도 유념해야 할 것이다. 또한, 보행 교통사고의 특징은 치명적 부상이나 사망에 이를 수 있는 대형사고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래서 보행자가 많은 도로에서는 보행자와 차도를 완전히 분리하거나 차량의 속도를 물리적으로나 제도적으로 낮춰 보행자를 보호하는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정부는 우회전 차량이 횡단보도 앞에서는 무조건 일시 정지할 것을 의무화하고, 운전자는 횡단보도를 또 하나의 신호등으로 생각하고, 강제적으로 일단 정차하는 의식을 갖고 이를 체질화하여 준수할 때 보행 교통사고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우회전 차량 전용 신호기 설치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만 할 것은 물론 차제에 정부는 기왕에 시작한 보행 교통사고 줄이기 노력이 더욱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법과 제도의 개선에 치중해야 하며, 특히, 교통안전 분야에 대한 인력과 비용의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現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