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처음으로 하루 코로나 신규 확진자 수가 2000명을 넘어선 뒤로 4차 확산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졌다. 그런데 시민들의 경계심은 되레 느슨해지는 모습이다. 최근 들어 동네 골목에서 마스크를 벗고 다니는 노장년층을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카페에서는 청년들이 자리에 앉자마자 마스크를 벗고 대화에 열중하는 모습이 더 흔해졌다. 광복절 연휴 기간 찾은 경기도 어느 계곡에서는 ‘마스크 반, 노마스크 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코로나 사태 발발 이후 벌써 두 번째 맞이하는 여름이니 지칠 법도 하다. 한여름 더위에 숨이 막히는 마스크를 쓰는 게 고역이기도 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코로나에 대한 경계심이 무뎌진 게 가장 큰 원인이 아닌가싶다. 타인의 시선만 의식하는 마스크 착용, 형식적인 마스크 착용이 갈수록 늘어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최근 대통령의 잇단 방역 자신감 표출이 독이 될까 우려스럽기만 하다.
대통령은 스스로 공언했던 모더나 백신 공급에 차질이 발생한 9일 오히려 “집단 면역 목표 시기도 앞당기고 접종 목표 인원도 더 늘릴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델타 변이로 세계 확진자 수가 6주 연속 증가하는 등 새로운 위기를 맞고 있는데 비해 우리나라는 국민들의 협조 덕에 우리의 방역·의료체계 안에서 코로나를 관리해낼 수 있었다”고 했다. 다음날 신규 확진자 수는 사상 처음으로 2000명을 넘어 2222명을 기록했다.
이후 신규 확진자 수가 2000명선을 넘나드는 와중에도 대통령의 자신감은 여전했다. 대통령은 심지어 ‘문재인 케어’까지 K방역의 성과로 꼽기도 했다. 12일 대통령은 “그 정책(문재인 케어)에 의해 우리는 개인 질환뿐 아니라 코로나 예방과 진단, 치료비용부터 야간 간호료와 의료인력 지원 비용에 이르기까지 감염병과 연관되는 모든 분야에서 신속하고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며 “국민들의 지지 덕분에 정부는 문재인 케어를 과감히 시행할 수 있었고 국민들로부터 가장 좋은 평가를 받는 정책 중 하나가 되었다”고 했다.
광복절 연휴 시민들의 방역 해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도 대통령은 달라지지 않았다. 대통령은 15일 광복 76주년 경축사에서 “어느 선진국보다 (코로나 사태를) 안정적으로 극복하고 있다”며 “10월이면 전 국민의 70%가 2차 접종까지 완료할 것이며 목표 접종률을 더욱 높일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 대통령의 언행은 여러 차례 논란이 됐다. 지난해 2월 13일 대통령이 “코로나 곧 종식”을 외쳤지만 불과 일주일 뒤 신규 확진자가 크게 늘었고 한국 내 첫 사망자까지 나왔다. 당일 대통령 내외는 청와대 짜파구리 오찬에서 파안대소하는 장면이 영상 기록으로 남았다. 대통령은 3차 확산을 앞두고는 국회 시정연설에서 “이제는 방역에서 확실한 안정과 함께 경제에서 확실한 반등을 이루어야 할 시간”이라고 했고, 3차 확산 와중에도 “드디어 백신과 치료제로 긴 터널의 끝이 보인다”고 했다.
위기극복을 위해 국민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도 지도자의 덕목이다. 하지만 지나치면 국민들의 방역 해이를 부추길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