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문수호 기자] 코로나 확산세가 무섭다.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에도 불구하고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이다. 과거 대비 늘어난 검사수와 우세종이 된 델타변이의 전파력을 감안하면,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최선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정부의 방역 노력에도 불구하고 못내 아쉬운 점은 실패한 백신 정책이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같은 방역 대책에도 불구하고 확진자 수가 줄지 않는 상황에선 백신 접종의 중요성이 부각될 수밖에 없다.
국제 통계 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한국은 OECD 38개국 중 가장 낮은 접종률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1차 접종 완료율은 44.1% 수준이다. 100명 중 44.1명만이 1차 접종을 완료했다는 뜻이다. 2차까지 포함한 접종완료율은 20.4%에 불과하다. 현재 OECD 38개국 중 1차 접종률이 50%를 넘지 못하는 국가는 한국밖에 없다.
정부가 다른 국가에서 코로나 발생 초기에나 보였던 사회적 거리두기와 같은 제한적 방역 대책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낮은 접종률 때문이다. 실제 코로나 예방률은 2차까지 완료해야 현저히 효과를 보는데 우리나라는 5명 중 한 명만이 이에 속한다.
이러한 문제가 나타난 가장 큰 이유는 결국 정부가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를 예상하지 못하고 백신 확보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는 데 있다. 이는 명백한 정부의 정책 실패다. 백신 확보가 늦어지면서 더욱 강력한 거리두기를 펼쳐야 할 필요가 있었고, 짧고 굳게 시행하려했던 거리두가 대책이 장기화되면서 소상공인들과 자영업자들에게 고스란히 피해로 돌아가고 있다.
국민들이 백신을 맞지 않아서 접종률이 낮다는 것은 극히 일부만 본 편견에 가깝다. 백신이 들어온 시기와 가뭄인 시기의 접종률은 현저한 차이를 보인다. 백신 수급에 문제가 없다면 접종에도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물론 일부 부작용에 대한 우려 때문에 백신 접종을 꺼리는 이들이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아스트라제네카 접종의 50세 이하 제한을 풀자 3040세대가 매일 1만명 이상 예약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부분 백신 접종에 대해 인식이 나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히려 걱정할 것은 젊은 세대들이 백신을 맞고 코로나에 대한 경각심이 풀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놀러가고 싶어서, 불편한 마스크에서 해방되고 싶어서 백신을 하루라도 더 빨리 맞으려는 젊은이들도 분명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부의 백신 수급 대책이다. 백신이 없어서 몰리다 보니 18~49세 연령층의 백신 접종일정이 8월 26일부터 9월 30일로 몰렸다. 이 기간 동안 무려 1777만 3190명에게 1차 접종을 해야 하는데 매일 50여만명에게 접종을 해야 한다. 돌발변수로 인해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혼선이 생길 수밖에 없다.
특히 2차 접종의 경우 4주에서 6~8주로 밀렸는데 2차 접종 시 일정에 차질이 생기면 이 많은 사람들의 일정에 혼란이 생긴다는 뜻이다. 백신을 빠르게 도입한 미국과 이스라엘은 부스터샷을 시작하는 마당에 우리나라는 1차 접종마저 시기를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다.
모더나사 등 백신 제조사와의 계약도 문제다. 정부는 장밋빛 발표를 하고 뒷수습은 질병관리청이 하고 있는 모양새다. 하반기 백신 일정에서 주요한 모더나 백신은 도입이 계속 연기되고 있다. 7월에도 304만 회분으로 예상했지만 196만 회분이 도입되지 못한 바 있다.
백신 보릿고개가 반복되면서 질병관리청에서는 백신 일정을 짜는데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
지나간 일은 돌이킬 수 없다. 정부가 자랑했던 K-방역은 이제 피해와 책임을 국민에게 떠넘기는 형국이 돼버렸다. 코로나 사태의 종국은 사실상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고 현재로선 백신 수급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