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 출판사, 박근혜 정부 ‘출판계 블랙리스트’ 국가배상 승소

2021-08-19     성동규 기자

[매일일보 성동규 기자] 출판사들이 박근혜 정부 때 이른바 ‘출판계 블랙리스트’로 피해를 봤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내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7부(박석근 부장판사)는 19일 창비와 해냄출판사 등 출판사 10곳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1심에서 “원고들에게 총 1억10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출판사들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2015년 출판계를 지원하기 위한 '세종도서 선정·보급 사업'에서 부당하게 배제됐다며 2017년 11월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청와대는 2013년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도서로 선정된 도서 중 7종이 반미·종북 감정을 유발한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도서 선정 기준을 개선한다는 명목으로 2014∼2015년 22종의 도서를 선정에서 임의로 배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정농단’ 수사에서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나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 등이 기소돼 유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소송을 낸 출판사 10곳의 도서 15종이 실제 지원에서 배제됐고, 이는 공무원들의 위법한 행위에 의한 결과라고 판단했다.

아울러 각 출판사가 세종도서에 선정되면 받을 수 있었던 금액인 1000만원에서 작가에게 지급할 인세와 책 제작 비용을 제외한 비용을 손해액으로 인정했다.

다만 재판부는 당시 청와대와 문체부가 창비와 문학동네의 도서 선정을 최대 5권으로 제한한 부분에 대해서는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두 출판사의 세종도서 선정 감소는 공무원들의 제한 외에도 두 출판사의 책에 관한 표절과 사재기 논란 등 다른 사유가 중첩해 발생한 결과”라고 봤다.

출판사들은 세종도서 선정 배제로 사회적 평가가 저하돼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위자료도 청구했지만, 재판부는 “사업 수행에 영향을 줄 정도로 출판사의 사회적 평가가 저하됐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