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반기업정서는 괜히 생긴 게 아니다

2022-08-23     이재영 기자
[매일일보 이재영 기자]최근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 배달앱 약관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해 시정됐다. 배달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로 소비자에게 손해가 발생해도 배달앱에는 배상책임이 없다는 약관이었다. 누가 봐도 배달앱이 무책임해 보이지만 공정위는 그런 정성적 판단으로 지시한 시정조치가 아니다. 공정위는 약관법 제7조와 제6조의 ‘사업자의 고의·중과실로 인한 법률상 책임을 배제하는 조항은 무효이다. 또한 사업자의 경과실로 인한 법률상의 책임을 면책하는 것이 고객의 정당한 신뢰에 반하여 부당하게 불리하다면 이 역시 면책될 수 없다’는 법조를 적용해 합리적으로 약관을 수정했다. 배달앱은 엄연히 관련 조항이 존재함에도 몰랐던 것이 아니라면 모른 체했던 것이다. 배달사업에 뛰어든 사업자가 약관을 만들 때 그런 핵심 조항을 몰랐다고 보기는 힘들다. 배달앱에서 배달은 핵심적인 업무다. 그 배달의 손해배상 책임을 배달앱이 지지 않는다는 것은 ‘밥상 위에 숟가락만 얹겠다’는 심보가 느껴진다. 가뜩이나 음식을 만들고 배달하는 등 재주를 부리는 곰은 따로 있는데 중간에서 수수료를 챙기는 플랫폼의 가벼운 행태에 불만의 시선이 적지 않다. 자영업자 당사자들이 가장 많이 느낄 것이다. 플랫폼은 소비자 편의와 혁신을 명분으로 내세워 각종 규제를 풀어달라고 주장하지만 그로 인해 벌어들이는 것에 비해 사회책임을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다. 플랫폼 규제를 풀어준 결과 플랫폼 기업은 무한확장을 반복하게 됐다. 그렇게 거대해진 플랫폼은 점점 과점화되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소비자 편의가 우선이었던 플랫폼이 과점화 되면 본질을 역행할 우려가 있다. 그런 거대 플랫폼이 약관법상 규정된 기본적인 책임조차 고려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더욱 실망감을 안긴다. 배달과정의 무수한 배상책임을 지게 되면 갖가지 분쟁에 시달려 플랫폼 산업의 성장이 저해된다는 논리를 앞세울 수는 있다. 하지만 국내 다수 플랫폼은 태생이 내수이고 확장도 내수에 국한돼 갈수록 골목상권을 침해하는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신규 산업 육성을 위해 규제완화는 필요하지만 해도 될 것과 안 될 것엔 심리적 마지노선이 존재한다. 해선 안 될 것을 누군가 먼저 지적하기 전에 기업이 먼저 알아서 시정하고 솔선해야 사랑받는 기업이 된다. 자영업자들도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음식 개발을 하고 서비스를 제고하는 노력을 한다. 플랫폼도 생존을 위해서는 사업 본질인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노력이 당연하다. 게다가 이번의 사례의 경우 사업주체는 당연히 져야 하는 법상 책임 중 하나다. 배달앱은 물론 소비자 편의를 제고하는 좋은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로 인해 벌어들이는 소득이 커질수록 소비자와 자영업자에 대한 배려도 커져야 한다. 그게 흔히 산업계에서 말하는 지속가능성장을 위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전략이다. 과거엔 기업이 사회를 위한 막연한 기여의 의미로 사회공헌이 인식됐지만 요즘엔 신규 수익창출을 위한 수단이자 지속가능 생존을 위한 필수요소로 각인되고 있다. 연예인이 팬들과의 소통에 힘든 것처럼 기업들도 과거와 달리 증시상장 등 기업정보에 대한 노출이 많아졌다. 기업들의 소비자 접점이 확대되면서 그만큼 이미지 관리의 필요성도 높아진 셈이다. 연예인이 한번의 스캔들에 크게 휘청이는 것처럼 기업도 소비자를 실망시키면 회복이 힘들어진다. 플랫폼 기업의 몸집이 커져 일부는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속하게 된데다 카카오그룹은 4대그룹에 육박할 정도의 시가총액을 기록하게 됐다. 몸이 커질수록 사회책임 등 마음도 커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