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철강·석화, 성장 짓누르는 탄소저감 과잉 추진
양금희 의원실 “2050년 탄소중립에 철강 73조9000억원, 석화 270조원 들 것”
관련 업계 “법안 실현 위해서는 현실적인 지원 필요”
2022-08-24 조성준 기자
[매일일보 조성준 기자] 탄소중립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석유화학 및 철강 업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탄소저감을 요구하는 정치권 및 사회적 목소리는 커지는 반면에 정작 해당 산업계에서는 마땅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채 이행요구를 실행해야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국회는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를 열어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35% 이상’으로 상향하는 내용의 ‘탄소중립법’을 통과시켰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19일 새벽에 단독으로 위원회를 열어 의결을 처리했다.
철강업계 및 석유화학 업계를 중심으로 제조업계는 기존 감축 목표치인 24.4%보다 10%포인트 이상 상향된 수준으로 탄소 저감을 실행해야 한다는 부담에 고심하고 있다.
철강업계는 산업계 전체를 통틀어 가장 피해가 클 것으로 관측된다. 철강업계는 현재 국내 탄소배출 2위에 해당한다. 업계에 따르면 2019년 기준으로 국내 산업 탄소배출 비중은 발전업이 37.3%로 1위, 철강업이 19.2%로 2위다. 발전사들이 한국전력공사로부터 배출권 거래액의 80%를 보조받고 있고, 소형원자로 등 탄소절감 대책이 있는 것과 달리 철강업계는 철을 녹이고 제련하는 데 드는 에너지를 화석연료에서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하는 마땅한 기술적 대안이 없는 상태다.
철강 업계는 대표적 탄소 저감 기술인 수소환원제철(석탄이 아닌 수소로 철광석 녹이는 기술) 적용에만 109조4000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한국철강협회 자체 추산 자료에 따르면 수소환원제철 기술 연구개발 비용(2조5000억원), 전기로 등 신설 설비 비용(35조4000억원), 기존 설비 폐쇄 비용(36조원)을 합한 총투자비용만 2050년까지 73조9000억원이 탄소중립을 위해 소요될 것으로 파악된다. 여기에 유연탄에서 수소로 바꾸면서 들어가는 생산비용 등이 연간 35조5000억원이 더 든다. 시멘트 업계는 아직 탄소 중립 비용을 산출한 적 없지만, 탄소 배출량이 많은 만큼 석유화학과 철강 업종 못지않은 부담을 떠안을 것으로 보인다.
석유화학 업종도 탄소저감 비용이 막대한 업종 중 하나다. 한국석유화학협회 내부자료 ‘화학산업의 주요 이슈 및 대응 방안’ 자료에 따르면 2050년 석유화학업계 예상 탄소배출량(1억1006만8000t)을 모두 감축하기 위해 최대 270조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석유화학은 설비뿐 아니라 원료도 모두 바꿔야해 비용 부담이 더 크다. 협회 추산 따르면 석유 원료를 바이오 기반과 신재생 수소 기반 원료로 대체하는 데만 2050년까지 218조원이 들어간다.
철강업계와 석유화학 업계는 자구책 마련에 착수했지만 당장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는 원자력 발전으로 에너지원을 대체할 수 없는 환경에서 대책 마련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업계는 정부와 정치권이 보다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현실적인 해결책을 함께 논의하기를 바라는 입장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탄소중립은 글로벌 스탠다드로, 언젠가는 이행할 수밖에 없는 사안인 점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친환경 흐름에 따라 각 철강사가 탄소 저감을 위한 노력을 다방면으로 펼치고 있지만 결국 핵심은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 및 상용화에 있는데 비용이 막대하다”고 말했다. 이어서 “탄소중립에 현실적 어려움에 처한 철강 등 분야에 대해서는 정부가 개별 기업 차원을 넘어 포괄적인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