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동차 업계, 과속 탄소중립 추진에 반발
완성차, 부품업계 등 법안에 생존 불가 우려
전기차 누적보급목표 맞추기 위해 수입 확대 불가피
2022-08-24 김명현 기자
[매일일보 김명현 기자]국내 자동차업계가 국회의 ‘탄소중립법’ 의결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국회가 산업현장과 충분한 논의없이 달성하기 힘든 수준의 탄소저감 법안을 일방적으로 추진해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 19일 새벽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녹색성장법(일명 탄소중립법)’을 여당 단독으로 의결했다.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는 기존 2018년 배출 대비 26.3% 감축이 목표였다. 하지만 국회 환노위는 이를 35% 이상 감축하는 것으로 변경하는 법안을 심의·의결했다. 민·관이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방안을 논의하던 와중에 국회가 느닷없이 졸속으로 입법을 추진한 것이다.
실제로 자동차업계는 그간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등과 탄소중립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긴밀히 소통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자동차산업연합회(KAIA)는 “2030년 기존 탄소 24% 감축을 위한 전기동력차 전환(2030년 누적 364만대)도 어려운 상황에서 이를 385만대로 확대하는 방안을 정부와 협의 중이었다”며 “국회의 갑작스런 입법추진에 대해 매우 놀랐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번 탄소중립법 제정이 현실화되면 국내 자동차산업 생태계에 심각한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수입차 확대는 물론이고 국내 완성차에 부품을 조달할 부품업계의 생존이 크게 위협받을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KAIA의 조사 결과를 보면 2030년 전기동력차 누적보급 목표를 385만대로만 늘려도 2030년에만 전기동력차가 60만대 보급돼야 하지만 국산 물량은 40여만대만 가능하다. 나머지 20여만대는 수입이 불가피한 것으로 분석되는 이유다.
부품업계 한 관계자는 “탄소중립법 강행 소식에 부품업체들이 사업을 접어야 할 판이라며 곡소리를 내고 있다”며 “목표 설정을 하려면 이행 방안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지원책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하는데 친환경차 전환 등을 준비하는 업체가 몇 개인지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알아서 하라는 식”이라고 꼬집었다.
해외 주요 국가의 경우 환경규제 정책과 지원 방안을 함께 발표하며 현실성 있는 접근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은 신차의 50% 수준을 전기동력차로 권고에 의해 추진하며 75억달러 규모의 충전 인프라 예산을 확보했다. 또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850억달러 규모의 추가 예산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EU 역시 자동차의 연비온실가스 기준 강화안 발표와 함께 2030년까지 350만기의 충전 인프라 구축계획을 발표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기후위기 대응 법안 추진은 해외 사례와 같이 도적적인 목표 제시로, ‘의무’보단 ‘목표 설정’에 초점을 맞춰 접근하는 게 맞다고 본다”며 “다만 미국은 친환경차 전환에 200조원가량을 투입하는데 한국은 10분의 1도 힘든 실정이다. 산업현장과의 간극이 큰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