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우리나라 고용의 다수를 책임지는 중소기업은 경제의 근간이자 중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다수의 중소업체들은 급격한 시장 변화와 위기에도 끊임없는 노력과 발 빠른 혁신을 통해 차별성을 확보하고 경쟁력을 갖추며 생존을 위해 노력 중이다.
그간 중소기업들은 각고의 연구와 투자를 바탕으로 소비자들의 니즈를 반영한 신제품 개발과 서비스를 운용하면서 대기업이 진출하지 않은 틈새시장을 발굴하고, 이를 활성화시키며 자생력을 강화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일부 중소기업들이 그동안 공정 경쟁을 통해 성장해온 중소 유통업계의 생태계를 훼손시키는 일들이 발생되고 있다. 특히 이들 기업들은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는 중소 유통업계에서 독자적 아이덴티티 개발을 통해 경쟁하는 것이 아닌, 유행 혹은 패러디라는 명목 아래 시장에서 인기를 끈 특정 브랜드의 가치관을 그대로 차용하고 있다.
미투 상품과 베끼기 문화에 대한 논란이 비단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지식재산권 도용에 대한 법의 사각지대를 악용해 원조 브랜드에 편승하는 정도가 보다 교묘해지고 무분별해지는 것을 넘어 부정경쟁 행위에 대한 경각심을 못 느낀다는 점은 더욱 심각한 문제다.
일각에서는 시장이 확장되고 소비자 선택지가 다양해진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브랜드 모방 행위는 명백히 부정경쟁방지법에 저촉되는 범죄 행위다. 또한 소비자가 제품을 오인하거나 혼동할 소지를 제공해 정당한 선택권을 방해한다는 점, 혁신적인 제품 개발에 애쓰는 중소업체의 의지를 꺾어 전반적인 산업 발전을 저해한다는 점에서 반드시 없어져야 할 관행이다.
실제로 특허청이 지난해 7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8월부터 2020년 6월까지 부정경쟁행위 신고센터에 접수된 신고건수 218건 중 ‘상품형태모방’으로 신고된 건은 전체의 39%(86건)로 가장 많았으며, 전체 신고건수도 2019년 상반기 26건에서 2019년 하반기 40건, 2020년 상반기 60건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이에 지난 6월 23일 상표법, 디자인보호법, 부정경쟁방지법에 대한 일부 개정법률이 시행되는 등 지식재산 권리자를 보호하려는 법률적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법률이 더욱 세분화돼도 카피 브랜드들의 자기 성찰과 업계 전반에 퍼져 있는 지식재산권 관련 인식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진정한 의미에서 부정경쟁행위 근절을 실현하기 어렵다.
중소 유통업체 사이에서 관행적으로 굳어진 무분별한 1위 브랜드 모방 행위는 지양하고, 지식재산권을 존중하는 동시에 각 업체들만의 독창성과 차별성을 기반으로 한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때 비로소 건전한 생태계를 이룩할 수 있을 것이다. 생활공작소가 최근 유사사안으로 법적 대응을 진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소위 ‘잘 팔리는’ 제품을 모방하는 것이 아닌 장기적 관점에서 내부 브랜드 가치관을 정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소비자와 신뢰를 구축해야만 비로소 중소 유통업계 산업을 함께 성장시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