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은 돈 줄 조이고 정부는 돈 풀고 ‘정책 엇박자’ 논란

한은은 금리인상...정부는 추석 전후 소비진작책 이자 부담에 소비 줄이면 재정정책 효과 떨어져

2021-08-29     박지민 기자
29일

[매일일보 박지민 기자] 정부가 불균형 경기회복으로 고통 받고 있는 취약계층을 돕기 위해 추석 명절 전후 돈 풀기에 나선다. 하지만 먼저 단행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0.5%→0.75%)으로 인해 정책 효과가 상당 부분 상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추석 앞두고 비대면 외식쿠폰 재개

2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9월 추석 연휴를 앞두고 배달앱을 통해 2만원 이상의 음식을 4번 주문한 소비자에게 1만원을 현금으로 돌려주는 ‘비대면 외식쿠폰 지급’을 재개할 방침이다. 적용대상인 배달앱은 배달의민족, 요기요, 위메프오, 배달특급, 쿠팡이츠, 페이코오더, 배달의 명수, 띵동, 먹깨비, 카카오톡 주문하기, 배달올거제, 딜리어스, 어디go, 일단시켜 등 14개에 달하며 배정된 예산 200억원 가량이 소진될 때까지 선착순으로 지급이 진행된다.

정부는 애초 올해 외식쿠폰 외에 체육·숙박·관광·영화·전시·휴가 지원·프로스포츠 관람·철도와 버스 등에서도 쿠폰을 지급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4차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 따라 시점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다만 명절 연휴 코로나19 4차 확산에 따른 내수 타격을 줄이기 위해 우선 외식쿠폰을 재개하기로 했다.

▮10월부터 7000억 규모 카드 캐시백

정부는 추석 연휴 이후 10월부터는 상생소비지원금(카드 캐시백)도 지급할 계획이다. 상생소비지원금은 신용·체크카드를 2분기 월평균 사용액보다 3%이상 많이 쓰면 1인당 월 10만원까지 초과분의 10%를 정부가 환급해 주는 것으로, 2차 추가경정예산에 총 7000억원의 예산이 책정됐다.

상생소비지원금은 코로나19 4차 확산의 피해가 집중되고 있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도움이 될 전망이다. 백화점, 대형마트, 온라인 쇼핑몰, 명품전문매장, 유흥주점 등 일부 업종·품목에 쓴 돈은 소비 실적으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정부는 온라인 거래 중 배달앱을 통한 소비는 인정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하고 기술적 검토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준금리 인상에 소비 안 늘 수도

정부는 이밖에 추석을 앞두고 국민 88%에게 1인당 25만원의 국민지원금을 지급하는 등 내수 살리기에 나설 예정이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상으로 가계의 이자 부담이 늘어나면서 정부의 기대만큼 소비가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앞서 지난 26일 한국은행은 1년 3개월 동안 이어진 기준금리 0.5% 시대를 마감하고, 기준금리를 0.75%로 인상했다. 이는 자산 가격 폭등과 가계부채 급증 등 금융 불균형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한국은행은 당장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준을 아니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당장 추석을 전후한 정부의 소비 진작책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취약계층 선별 지원해야 엇박자 해소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간 엇박자는 추석 명절을 전후한 소비진작책에 그치지 않는다. 정부는 오는 31일 내년도 예산안을 발표할 예정인데 사상 처음으로 본예산이 600조원을 넘는 슈퍼 예산이 될 전망이다. 반면 통화당국은 향후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전망으로 정책 엇박자가 내년에도 계속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다만 통화 긴축과 확장 재정은 엇박자가 아닌 상호보완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통화 긴축은 가계부채 급증 등 금융 불안정을 해소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금리 인상에 따른 취약계층 피해는 재정 확대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도 “엇박자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꼭 도움이 필요한 계층에겐 재정이 그 역할을 해주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이 상호보완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확장재정이 취약계층에 집중된 선별적 지원이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정지출이 보편적 지원으로 흐를 경우 유동성 확대를 초래해 유동성을 회수하려는 통화 긴축 효과를 상쇄할 것이란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