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고] 조광한 남양주시장 "선거실패,곧 국가실패" (28)
[매일일보 김동환 기자] 20세기 이후 전 세계를 통틀어 후진국에서 선진국으로 올라선 유일한 나라가 있습니다. 바로 우리나라, 대한민국입니다.
우리나라는 중진국 상위권이었는데, 올해 GDP 국민총생산이 세계 9위의 선진국으로 올라섰습니다. 캐나다, 러시아, 브라질, 호주 등 방대한 영토와 수억의 인구를 가진 나라들보다 우리가 더 잘 사는 나라가 됐습니다.
반대로 선진국에서 후진국으로 추락한 나라도 있습니다. 남미의 아르헨티나입니다.
예전에 ‘엄마 찾아 삼만리’라는 만화가 있었습니다. 기억하는 분들도 많이 계실 겁니다. 1886년 이탈리아 작가의 단편 소설을 1976년 일본에서 TV만화로 각색해 우리나라에서도 인기리에 전파를 탔습니다.
만화의 주인공은 마르코라는 이탈리아 소년입니다. 아버지는 의사이고, 돈을 벌러 아르헨티나로 가서 가사도우미로 일하는 어머니와 소식이 끊기자 소년 마르코가 어머니를 찾아가는 줄거리 입니다.
19세기말에서 20세기 초까지 아르헨티나는 그만큼 잘 사는 나라였고 유럽인들이 가장 이민가고 싶어했던 나라였습니다.
우리나라와 아르헨티나는 어떤 차이가 있었을까요?
두 나라의 운명이 극명하게 달라진 데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농지개혁이라는 관점을 위주로 알아보겠습니다.
자본주의와 제조업이 발전하고 산업화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조건이 있습니다.
첫째는 농업생산성의 증가이고, 둘째는 저비용의 풍부한 노동력입니다.
지주계급과 소작농이 사라지고 소규모 자작농이 증가하면 농업생산성은 높아지고, 풍부한 노동력이
제조업으로 유입되어 산업화의 기반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일제 강점기 대부분의 일본인 지주가 해방과 함께 일본으로 돌아가 지주세력의 힘이 약했고, 일부 토착 친일 지주세력만이 남아있었습니다.
이승만 대통령은 토착 지주가 주축이 된 한민당과 손잡고 정권을 잡았지만, 집권 후에는 조봉암을
초대 농림부장관에 기용해서 농지개혁을 단행했습니다.
농지개혁을 실시한 이유는 북한공산주의에 맞서 체제경쟁을 해야 했고, 농민의 지지를 받기 위해서였습니다. 남아있던 토착 지주세력이 소멸되고 소작농들은 수많은 소규모 자작농으로 전환되면서 농업이 경쟁적 체제로 바뀌며 생산성이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극소수의 지주가 지배하던 농업경제가 다수의 소규모 자작농의 경쟁을 통한 혁신 기반이 조성되고
여유 인력이 발생합니다.
더불어 지주세력에 의해 농노와 같은 삶을 살았던 인력이 자유로운 직업선택의 기회를 가지게 됩니다. 그 후 농촌 인구가 대거 도시로 이동했습니다. 그들이 제조업의 노동력으로 흡수되면서 대한민국 산업화의 가장 기본적인 토대가 마련된 겁니다.
마치 미국의 남북전쟁으로 남부 농업경제의 근간이던 노예들이 자유인이 되어 공업경제 중심의 북부로 일자리를 찾아 떠날 수 있게 되었고 미국의 경제체질을 변화할 수 있었던 변곡점이 된 것과 같습니다.
세계 경제지도에서 유럽의 담배와 목화 생산기지에 불과한 배후지원 국가에서 세계 공업화의 선두주자이자 그 경제력을 바탕으로한 선도국가, 우리가 아는 미국으로 성장하기 시작합니다.
우리나라의 산업화 과정에서 우리 부모님 세대는 피와 땀으로 경제를 일구었습니다.
독일에 광부와 간호사로 가서 갖은 고생을 겪었고, 한증막 같은 사우디의 사막에서 건설 노동자로 일하며 외화를 벌어들이고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냈습니다.
또, IMF 외환위기 때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금모으기 운동으로 전 국민이 하나로 똘똘 뭉쳐 국난을 극복하는 위대한 국민성을 발휘했고, 4년 만에 역사상 가장 빨리 외환위기를 탈출할 수 있었습니다.
일본과 대만도 농지개혁이 있었습니다. 일본은 2차 대전 패망 이후 미국 군정이 들어와 농지개혁을 실시했습니다.
다시는 미국을 넘볼 수 없도록 하기 위해 힘 있는 지주계급의 농지를 소작농들에게 분배해
농업생산성이 올라갔습니다. 이로 인해 일본은 다시 일어서는 기반이 마련되었습니다.
대만은 국민당 장개석 총통이 중국공산당 마오쩌둥에게 패해 대만으로 들어왔고, 그곳의 토착 지주세력을 무력화하고 공산주의와의 체제 경쟁을 위한 농지개혁을 단행해 산업화의 기틀을 마련했습니다.
그럼 아르헨티나는 왜 후진국으로 추락한 걸까요?
아르헨티나는 20세기 초 세계 5대 부국이었습니다.팜파스라는 비옥한 농업지대를 중심으로 풍부한 농축산물을 유럽에 수출하며 막대한 부를 누렸습니다. 지금도 소 5천만 마리, 해바라기 3백만 톤, 옥수수 1천 만 톤을 생산합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농•축산업 위주의 1차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크고 지주 세력이 너무 강력해서 농지개혁을 하지 못했고, 제조업 등 2차 산업이 발전하는 토대를 마련하지 못했습니다.
지금도 인구의 1%가 전체 농지의 50%를 소유할 만큼 지주계급의 영향력은 막강합니다.
그런데다 1946년 페론대통령이 등장해 약 10년 동안 가난한 농민 노동자의 지지를 얻기 위해 인기 영합포퓰리즘 정책을 실시했습니다. 여러 가지 무상 정책시리즈와 지속성 없는 포퓰리즘은 경제 몰락의 결정타가 됐습니다.
농업에서 산업으로 변화해야 할 중요한 시기에 무모한 포퓰리즘으로 산업화에 뒤쳐져 국가의 명암이 갈린 것입니다. 4차 산업혁명을 목전에 둔 우리나라가 꼭 되집어 봐야 할 중요한 대목입니다.
한 번 포퓰리즘에 중독된 국민들은 더 많은 무상 정책을 원했습니다. 그에 따라 페론 이후에도
장기적이고 선순환되는 정책보다 페론을 답습한 인기 영합 포퓰리즘이 반복됐습니다.
설상가상으로 1976년 비델라 장군 일파의 쿠데타로 독재정권이 시작되어 1982년까지 암흑기를 보냈습니다. 수만 명의 국민을 무차별 학살했고, 경제 운용에도 실패해 외채가 급증하고 국민의 생활수준은 폭락했습니다.
페론부터 무너진 경제는 이때 완전히 추락했습니다.
1989년 4,900%의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이 발행했고 최근에도 물가상승률이 50%에 달하고 빈곤율은
35.4%입니다. 구제금융 신청 30번, 국가부도 8번을 선언했으나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농지개혁의 토대 위에 피와 땀으로 한강의 기적을 이루고 외환위기의 국난을 극복하고
드디어 선진국으로 올라섰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수출의존도가 높고 대외여건에취약하기 때문에 경제 구조는 불안정합니다.
그래서 내년 대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어떤 리더를 뽑느냐에 따라 더욱 부강한 나라가 될 수도 있고, 추락할 수도 있습니다.
아르헨티나처럼 포퓰리즘과 독재로 망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하지 않을까요?
<다음부터는 ‘움직이는 국가, 멈춰버린 국가’라는 주제로 실패한 나라 또 실패한 리더와 함께
성공한 나라, 작지만 강한 나라, 그리고 성공한 리더들을 살펴보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