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가격 ‘고공행진’ 지속…'세입자 고통' 심화
상반기 전국 전세가 상승률, 매매가 3배 달해
2014-08-04 황동진 기자
[매일일보] 전세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4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올해 7월 현재 전국 주택 기준 전세가격은 2008년 말보다 30.98% 상승했다. 같은 기간 매매가격 상승률(10.21%)의 3배에 이른다.전세가 상승률은 2010년 7%, 2011년 12%, 지난해 3.5% 수준이었다.올해 상반기에만 전국의 아파트 전세가격 상승률은 2.75%에 달한다.전문가들은 현재 전국 주택의 전세가격 시가총액은 약 130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약 2200조원 규모인 주택 매매가격 시가총액의 절반을 넘어섰다.이처럼 전세가가 치솟으니 전세를 구할 엄두를 못 내는 사람이 많아진 것은 물론, 어렵게 전세를 구해도 매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전세 보증금을 대출로 감당하느라 세입자의 경제적 고통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전문가들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안정적이지 못하다 보니 주택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낮아져 전세 수요만 늘고 있다고 지적한다.과거에는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전세가율)이 60%를 넘으면 전세 수요가 매매 수요로 전환되면서 집값이 올랐다.하지만 이제는 사정이 변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6월 현재 전국의 아파트 전세가율은 63%, 서울은 57%를 기록했지만 지금까지 전세 선호 흐름은 변하지 않았다.집값 상승 기대감이 낮은 상황에서 추가 대출을 받고 각종 세금과 거래비용을 들여 집을 사느니 오른 전세 보증금만 부담하는 게 낫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은행들이 앞다퉈 내놓은 전세대출 상품도 전세가격 상승을 부채질하는 요인이다. 저금리 기조도 전세자금 대출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이처럼 ‘전세 대란’ 우려가 확대되자 정부도 대책 마련에 발벗고 나섰다.국토교통부는 기존의 매입·전세임대주택을 하반기에 집중적으로 공급하고 다가구 매입임대 지원단가를 높여 매입 대상주택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한다.금융위원회는 전세자금 대출에 대한 보증 한도를 현재의 1억5000만원에서 2억원 이상으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아울러 정부와 여당은 주택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 등 주택거래 활성화 법안을 놓고 조만간 머리를 맞댈 것으로 예상된다.나성린 새누리당 정책위원회 부의장은 최근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위한 핵심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민주당에 ‘부동산법 빅딜’을 제안했다.새누리당이 부동산 시장 활성화의 걸림돌로 보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분양가 상한제, 기업 양도세 특별가산세 등을 폐지하고 그 대신 임차인 권리를 보호하는 방향의 임대차보호법 개정, 뉴타운 사업지에 대한 세제혜택법안 등 민주당의 요구를 수용하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