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문수호 기자] 바야흐로 4차 산업의 시대다. 시대의 요구와 코로나19라는 전세계적 특이사항은 4차 산업으로의 전환을 앞당겼다. 사물인터넷(IoT), 핀테크, 인공지능 등 ICT가 주도하는 4차 산업 시대는 기존에 존재하던 산업 간 명확한 경계가 무너지는 빅블러(Big Blur) 현상이 나타나며 삶의 형태도 완전히 바뀌고 있다.
새로운 시대에선 플랫폼 기업이 각광을 받고 있다. 기존의 산업을 담당하던 기업의 역할이 죽고 플랫폼 기업들이 틈새를 노리고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카카오는 최근 안하는 사업이 없을 만큼 다방면으로 사업 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이는 마치 미국에서 구굴을 법안이 마련되기 전 세력을 불린 구글의 모습과 흡사하다.
플랫폼 기업이 우후죽순 문어발 확장하는 것을 경계하고, 기존 기업만 불이익을 받는 규제를 바꿔야 할 시기가 왔다. 기존 기업들은 무분별한 사업 확장 등을 막기 위한 장치가 마련돼 있지만 플랫폼 기업은 오히려 4차 산업 시대를 맞아 힘을 실어준다는 이유로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최근 스타벅스는 금융업계에서 핀테크 기업으로 주목하고 있다고 한다. 단순 커피숍이 아닌 핀테크 기업으로 불리는 데는 스타벅스의 어플 사이렌 오더 때문이다. 이는 앱에 금액을 선불로 충전해놓고 음료 등을 주문하는 기능으로, 사이렌 오더에 예치된 금액이 전세계에서 약 20억달러를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에서도 18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국내외 은행에서 가지고 있는 예치금 보유량을 훨씬 상회하는 금액이다. 무엇보다 스타벅스는 이렇게 예치된 선불 충전금을 아무런 제약 없이 사용할 수 있다. 물론 스타벅스의 선불 충전금은 송금이 불가능하고 스타벅스 매장에서만 사용 가능하다는 점에서 차별된다.
다만 신세계가 스타벅스코리아 지분을 인수하면서 변화가 생길 여지가 있다. 신세계가 SSG닷컴 등 다양한 자회사와 스타벅스코리아를 연계하는 사업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만약 스타벅스의 사이렌 오더로 SSG닷컴의 다른 제품을 구매할 수 있게 하는 연계형 서비스가 나오게 되면, 금융권에서 우려하는 일이 현실화될 수 있다. 말 그대로 핀테크 기업으로의 변신인데, 이 경우 스타벅스코리아 역시 규제를 받아야 한다는 일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가정에 불과하지만, 최근 플랫폼 기업의 행보를 보면 전혀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공유경제 실패 모델로 꼽히는 우버의 경우 전통산업인 택시업계의 강력한 반발로 서비스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러나 택시업계를 인수한 카카오택시는 사실상 온라인으로 신청해 오프라인으로 서비스를 받는 우버 모델을 적용했다.
카카오는 유선으로 신청을 받던 대리운전이나 최근에는 골프 부킹 등 골목상권까지 손대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다. 이러한 카카오의 사업 확장은 플랫폼 기업이 가진 이점을 확실하게 이용한 것이다. 최근 시장이 커지고 있는 이커머스나 배달앱 등도 마찬가지다.
플랫폼 시장은 진입장벽이 낮아보여도 시장선점 효과 등 넘기 어려운 현실적인 벽이 있다. 반면 편의성 등을 기반으로 기존 산업을 너무나도 쉽게 침탈할 수 있는 만큼, 과거와는 다른 규제와 법규가 반드시 필요하다. 4차 산업으로의 전환을 독려하는 것은 좋지만, 혜택을 일부 기업에 몰아주는 것은 반드시 부작용이 뒤따라오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