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아프간 철군에 얽힌 기시감

2021-09-02     이재영 기자
[매일일보 이재영 기자]조 바이든 대통령이 아프간 철군에 대해 국익을 위한 선택이었음을 직접 육성으로 밝혔다. 아프간 철군 이후 벌어진 혼란에는 복잡한 감정이 든다. 철군이 비인도적으로 비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미군을 대신해서 파병할 수도 없다. 이러한 판단을 떠나서 대통령의 태도는 또다른 시사점을 준다. 바이든 대통령은 철군의 정당성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직접 나서 최선의 결정이었다며 설득했다. 중국과 심각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글로벌 경쟁상황에서 미국의 국익을 위한 선택이었음을 강조했다. 아프간에 남았어도 영원한 전쟁이 됐었을 것이라며 아프간전 미군 희생자와 천문학적 군사비용도 언급했다. 미국민이었으면 솔깃할 수 있는 얘기다. 당사국이 아닌 이상 이에 대해 왈가왈부하긴 어렵다. 어쨌든 대통령은 철군을 관철하고 그 방향성을 굽히지 않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을 두고 갈팡질팡하는 국내 정세와 사뭇 비교된다. 사회적 관심이 높았던 가석방 여부에 대해 애초 청와대가 관여하지 않는다는 태도 자체가 어불성설이었다. 논란이 지속되자 청와대는 뒤늦게 국익을 위한 목적이었음을 시인했다. 그러자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 부회장이 무보수인 현 상태로 취업제한 규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법리해석을 내놨다. 취업제한 승인까지 하며 더 이상의 정치적 부담을 지지 않겠다는 의도가 비친다. 그러나 그렇게 쉽게 넘어가려 한 것이 되레 법치 근간을 흔드는 무리한 시도가 됐다. 여러 시민단체들은 이 부회장을 특정경제범죄법상 취업제한 위반으로 고발했다. 해당 법의 조문은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은 금융회사 등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자본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출자한 기관 및 그 출연이나 보조를 받는 기관과 유죄판결된 범죄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에 취업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다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법무부장관의 승인을 받은 경우 취업할 수 있다고도 규정돼 있다. 해당 조문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범죄행위와 밀접한 관련을 가지는 기업체에서 일정 기간 회사법령 등에 따른 영향력이나 집행력 등을 행사하거나 향유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관련 기업체를 보호해 건전한 경제질서를 확립하는 목적임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부회장의 가석방 후 경영진과 회동하고 240조원 투자계획을 발표한 행위 등이 취업제한 위반이라고 봤다. 장관으로부터 취업 승인을 받으면 사회공헌 투자 등의 국익활동이 가능한데도 법무부가 법조문을 해석하며 가볍게 접근한 것이 이런 사태를 초래했다. 이 법은 단순히 취업을 못하게 하겠다는 규정이 아니다. 취업제한 유무가 무보수 기준이었다면 법조문에 ‘범죄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이라고 명시한 의미가 희석된다. 범법자가 관련 기업에 다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취지가 좀 더 상식에 부합해 보인다. 거꾸로 생각해도 범법자가 보수를 받지 않지만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다면 배당이나 주식관련 대출, 인수합병 투자 등 우회적으로 회삿돈을 챙길 수단은 얼마든지 생긴다. 법무부가 법조문의 범위를 애써 축소시키면 다른 조문에도 혼란이 번진다. 가석방 결과에 대한 견해는 각계에서 차이가 난다. 그 여론에 휩쓸리며 중심을 잡지 못하는 혼선은 누구에게도 지지받기 어려울 것이다. 청와대가 국익을 위해 가석방을 택했다면 끝까지 절차대로 관철하는 강단 있는 모습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