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이재영 기자]기업들이 안전사고예방을 위한 투자와 교육을 강화하고 있지만 사고 횟수는 줄지 않고 있다. 내년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는 가운데 안전 투자와 더불어 현장 인력의 안전수칙 준수가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5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최근 3년간 5000억원 이상의 투자금을 노후 설비를 보완하는 데 사용하며 안전사고 예방에 힘썼다. 또한 공정안전 분야의 노하우를 확보하고 내부 인원 교육을 위한 중량급 인재 영입을 추진했으며 공정 위험성 평가가 가능한 리더를 지속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아울러 모든 구성원의 환경안전 역량을 강화하고 안전한 사고방식이 정착될 수 있도록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다.
두산중공업은 현장의 위험공정과 작업현장을 중심으로 경영진과 현장 관리자가 안전보건관리 활동을 강화하기 위한 MSLT(Management Safety Leadership Tour)를 운영하고 있다. 경영진이 현장을 직접 방문해 현장의 안전준수 상황을 점검하고, 현장 근로자들과 가까이에서 소통함으로써 현장 안전관리 활동의 애로점을 파악, 이를 기반으로 안전관리 매니지먼트 활동의 실효성을 증진시키는 목적이다.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고위험 건설 현장을 대상으로 총 1330회의 MSLT를 실시했다.
현대건설은 2020년 1099억원 규모의 안전관리 투자를 실시했다. 올해는 1235억원으로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현장에 부임하는 직책자를 대상으로 안전자격증 취득을 의무화해 2025년까지 전체 인원의 20% 수준인 1000여명의 안전전문가를 확보할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안전점검 전담조직을 확대하고 안전점검 및 교육을 위한 상시 점검 조직인 ‘365 안전패트롤’을 운영해 산업재해 강도·빈도가 높은 추락·낙하·충돌·붕괴·감전·화재·질식사고 등에 대한 고강도 안전점검과 품질기준을 집중 점검하고 있다.
이처럼 사고 고위험 직군의 대기업들이 자발적 안전투자와 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사고 발생 시 중대재해처벌법상 면책 기준을 충족할지는 미지수다. 관련 조항이 모호해 관계 당국의 정성적 판단에 달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대적으로 안전투자 여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들은 사업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의 엄격한 안전사고 감독대책 아래 기업도 사고 발생을 줄이기 위해 힘써왔지만 사고 횟수는 줄지 않고 있다. 지난달 29일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이 공개한 산재발생 현황에 따르면 올 상반기 산재사고로 사망한 근로자는 474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4명 늘었다. 업종별로 건설업이 240명을 차지해 전체의 절반 수준(50.6%)다. 다음으로 제조업이 97명(20.4%)으로 뒤를 이었다. 당장 내년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는 가운데 이들 사고 사례가 한순간에 줄지 않는 한 수많은 분쟁이 촉발된다.
2018년부터 3년간 산재 사망사고 원인을 보면 1059건으로 추락 방지시설 등 안전시설 미설치가 가장 많아 기업의 안전 관련 투자는 더욱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작업 방법 미준수가 737건으로 현장 인력의 안전 수칙 준수 사항도 사고 발생과 밀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보호구를 미지급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미착용한 사고도 빈번한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 가이드북에서 ‘사람은 실수하고 기계는 고장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안전보건관리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업이 위험요인을 모두 제거하는 데는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힌다. 현장 인력의 노력과 의지도 함께 제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구성원이 안전불안 요소를 감지할 수 있는 역량을 제고하고 안전이 최선이라는 철학이 공유돼야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각고의 노력에도 근절하기 어려운 불시 사고의 위험 때문에 중대재해처벌법상 리스크에 상시 노출되는 기업의 구제책도 필요하다며, 정부 당국 차원의 안전경영 인증 시스템을 도입하자는 의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