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조용 포도 ‘아그데’ 개발로 국내 포도주 시장 공략
당도 높고 색, 향 진한 적포도주용… 외국 품종 대체 기대
2021-09-07 전승완 기자
[매일일보 전승완 기자] 농촌진흥청은 국내 포도주(와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색과 향이 진하고 재배 특성이 우수한 양조용 포도 품종 ‘아그데’를 개발했다고 7일 밝혔다.
우리나라 포도주 시장은 소규모의 농가형 양조장이 주를 이룬다. 백포도주 시장에서는 ‘청수’ 품종을 비롯한 국산 양조용 포도가 활약하고 있으나, 적포도주 시장은 ‘캠벨얼리’와 ‘엠비에이(MBA)’ 같은 생식용 품종이 주로 사용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의 적포도주와 백포도주 비율은 수입 포도주 유통으로 보면 7.9대 2.1로 적포도주 비중이 약 4배 높다.
이에 농촌진흥청은 외국 포도를 대체할 수 있는 적포도주 전용 품종 ‘아그데’를 육성했다.
‘아그데’라는 이름은 ‘열매가 방울방울 달린’이라는 뜻의 순우리말에서 따왔으며, 탐스런 포도송이를 표현하면서 한국형 적포도주 품종으로 자리 잡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지었다.
양조용 포도는 알이 작을수록 과육 대비 껍질 비중이 늘어 색이 진한데, ‘아그데’는 한 알 무게가 2.2g으로 작은 편이다. 또한 보랏빛을 띠는 안토시아닌이 1리터당 600㎎ 이상 들어있어, 색이 진하고 당도와 산도가 균형을 이룬다.
완전히 익었을 때의 당도는 19.9브릭스(°Bx)로, 따로 당분을 첨가하지 않아도 될 만큼 높다. 덕분에 가공에 드는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고 포도 고유의 풍미를 살릴 수 있다.
산 함량도 0.91%로 높은 편이어서 여러 해 동안 장기 숙성 가능한 와인을 생산할 수 있다.
연구진이 ‘아그데’로 만든 적포도주를 평가한 결과, 캠벨얼리로 만든 적포도주보다 향기 물질의 종류와 총량이 많았다. 또한 나무향, 민트향이 나는 물질이 많아 향이 풍부한 와인을 만들 수 있었고, 가벼운 보디감으로 일상 소비에 적합한 특성을 나타냈다.
농촌진흥청은 내년부터 국내 농가형 양조장을 중심으로 품종을 보급할 예정이다.
수확 시기가 9월 중순인 ‘아그데’는 포도알이 작고 밀착되지 않아 따로 알을 솎아주지 않아도 된다. 가지를 정리하는 단초전정을 할 때도 꽃송이 발생률이 높아 재배가 수월하며, 꽃떨이 현상 등의 생리장해도 적다.
포도주용에 가장 알맞게 생산하려면 비가림 시설에서 봉지를 씌우지 않고 재배하며, 수확기까지 갈색무늬병 등을 중심으로 방제한다. 재배는 캠벨얼리 수준으로 관리한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과수과 박정관 과장은 “아그데로 만든 국산 포도주가 와인 애호가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의 인기를 얻어 국내 농가형 양조장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젤코바 와이너리 강창석 대표(경북 상주시)는 “국내 포도주 시장을 수입 포도주가 주도하고 있는 시점에 ‘아그데’가 개발돼 반갑다”며 “양조적성과 재배 편이성이 우수한 만큼 국내 적포도주 시장을 확장할 수 있는 포도 품종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