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왕따 피해 학교책임 원심 파기
1·2심 “담임, 일정기간 반복적 조롱·비난 보호의무”→“심하지 않은 괴롭힘에 자살 책임 못물어”
2013-08-05 민성아 기자
[매일일보]오랜 기간 조롱과 비난, 따돌림 등 집단 괴롭힘을 당하다 결국 자살한 학생의 사건에 대해 학교 측의 관리 책임을 물은 1·2심 판결을 파기하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설령 자살로 이어졌다 하더라도 담당 교사나 학교가 자살을 미리 예상할 수 있을 정도로 괴롭힘의 정도가 지나치게 심하지 않았다면 학교에 보호감독의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는 것인데, ‘괴롭힘의 정도가 지나치게 심하지 않다’는 기준에 대해 사회적 논란이 예상된다.대법원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지난 2009년 집단 괴롭힘으로 자살한 피해 학생 A군(당시 15세)의 부모가 아들이 다니던 학교를 운영하는 부산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5일 밝혔다.재판부는 “학교 측에 집단 괴롭힘으로 자살한 피해 학생에 대한 보호감독 책임을 물으려면 교사 등이 이를 객관적으로 예상할 수 있었다고 인정돼야 한다”며 “A군은 괴롭힘의 정도가 그렇게 빈번하지는 않았고 주로 폭력적인 방법이 아닌 조롱이나 비난 정도였던 점 등을 볼 때 담임교사가 자살을 예측할 수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또 “사고 당시 자살을 예상할 만한 특이한 행동을 하지도 않았고 가출한 뒤 학교에 오지 않고 방황하다 자신의 집에서 자살한 점 등을 고려하면 담임교사와 학교가 이를 예견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부산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던 A군은 성적은 상위권이었지만 다소 뚱뚱한 체격에 여성스러운 행동으로 같은 반 학생들에게 놀림을 받았다. 게다가 동성애적 성향이 있다는 소문까지 돌면서 집단 괴롭힘을 당했고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다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1심과 2심은 A군이 일정 기간 반복적으로 반 학생들로부터 조롱과 비난은 물론 따돌림을 당했는데도 담임교사가 A군에 대한 보호감독의무를 다하지 않아 자살이라는 극단적 상황이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 해당 학교를 운영하는 부산시에 1억1000만원의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