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시장 개방 문제 2년 표류…소비자중심 결론 나올까

중고차매매산업발전협의회 협상 최종 결렬…시민단체 "소비자 피해 속출" 중고차업계, 협의회서 완성차 5개사 1년 취급 물량 11만대로 제한 주장 대기업 시장 진출 보상안으로 신차 판매권도 요구…중기부 판단 결과에 이목

2021-09-14     김명현 기자
[매일일보 김명현 기자]중고차 시장 개방 문제가 2년 넘게 표류 중이다. 완성차업계와 중고차업계가 대화 채널을 통해 상생안을 마련하려고 했지만 이마저도 수포로 돌아갔다. 결국 공은 다시 돌아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로 넘어왔다. 중고차 시장의 핵심 고객인 소비자 중심의 결론이 도출될 수 있을지 세간의 관심이 쏠린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중고차매매산업발전협의회는 지난 9일 열린 완성차·중고차 업계 간 최종 협상이 결렬됨에 따라 중기부로 안건을 넘겼다. 을지로위원회 주도로 대화 채널이 가동됐지만, 3개월간의 상생안 도출 노력이 소득 없이 끝난 것이다. 이에 중고차 시장 개방을 촉구하는 시민단체는 큰 우려를 표한다. 중기부의 우유부단한 태도로 인해 허위 매물 등 소비자 피해가 속출함은 물론, 소비자 권익을 중심에 놓고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단 설명이다. 임기상 자동차10년타기시민연합 대표는 “중기부는 혼탁한 중고차 시장 개선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지만, 그간 본연의 임무인 소상공인 보호 프레임에 갖혀 소극적으로 임해왔다”며 “지금까지의 행보로 볼 때 중기부가 또 결정을 못 내리고 사안을 질질 끌고 갈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앞서 중고차 매매업은 2019년 2월 생계형 적합업종에서 제외됐다. 동반성장위원회는 같은 해 11월 중고차 매매업은 생계형 적합업종이 아니라는 결론을 냈다. 하지만 주무 부처인 중기부는 완성차업계의 중고차 시장 진출 심의 기한인 2020년 5월을 넘기며 현재까지도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선 중고차업계의 태도를 지적하고 나섰다. 중고차 단체가 대기업들과 상생안 마련을 위해 진지한 논의를 이어가기보다 수용하기 힘든 제시안을 끝까지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는 중고차 단체가 애초부터 협상 의지가 없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 중고차 단체는 막바지 협상에서도 완성차업계에 사업자 거래 물량(110만대)의 10%인 11만대만 판매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완성차업계는 국내 전체 중고차 거래 물량(250만대) 중 10%인 25만대를 취급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중고차업계는 시장 개방에 따른 보상안으로 신차 판매권도 요구했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신차 판매권 요구는 현안과 관련없고 시장 원리에도 반한다”며 “판매노조 등이 온라인 판매도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용하기 어려운 사안”이라고 말했다. 국민적 요구는 중고차 시장 개방쪽으로 기우는 양상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중고차 소비자의 76.4%가 중고차 시장에 대해 ‘약간 혹은 매우 불투명하고 혼탁하다’고 응답했다. 또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20·30세대 의견조사를 실시한 결과, 중고차 매매시장에 국내 자동차 제조사가 참여하는 데 절반 이상(53.6%)이 찬성한다고 답했다. 반대는 9.1%에 그쳤다. 특히 6개 시민단체가 연합한 교통연대는 조속히 중고차 시장 개방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교통연대 한 관계자는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소비자에게 10%만 완성차에서 중고차를 구매하도록 강요하나. 소비자 선택권과 권익이 철저히 배제됐다”면서 “이미 동반성장위가 중고차 매매업은 생계형 적합업종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중고차 시장이 하루 빨리 개방되는 유일한 방법은 현대차, 기아 등 완성차들이 곧바로 시장 진출에 착수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국내 진출한 대부분의 수입차 업체들은 인증 중고차를 매매하고 있다. 테슬라도 조만간 국내 시장에서 중고차를 직접 판매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