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분할 후 지배력 상실…소액주주 권익축소 우려

분할 후 수개월내 팔아도 사전 매각계획 소액주주와 공유한 사례 드물어

2021-09-16     이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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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이재영 기자]주요 기업집단의 사업재편 방식에서 ‘속전속결’식 물적분할이 주를 이루며 분할회사의 매각까지 이어진 사례가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 경우 사전 분할 공시에서 매각 사실을 밝히지 않을 뿐더러 매각 시 소액주주가 의사결정에 관여할 수 없어 주주권익을 저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각사에 따르면 주요기업집단 내 상장회사 중 최근 3년 내 분할을 진행한 이후 매각 등 경영권 이전이 이뤄진 사례가 다수 포착된다. 분할 공시 때는 매각 사실을 사전 공표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화는 지난 2019년 2월1일 자동차 부품제조업인 에이치오토모티브를 단순물적분할했다. 분할목적은 독립법인으로 분리 경영함으로써 자동차부품사업부문 전문성을 특화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에이치오토모티브는 그해 3월13일 동일산업에 매각됐다. 한화는 또 지난해 11월2일 분산탄 사업부문을 독립법인으로 물적분할했다. 분할목적은 역시 경영효율성과 전문성 제고 등이었다. 이후 분할회사인 코리아디펜스인더스트리는 다음달 30일 디펜스케이에 매각됐다. KCC는 작년 12월1일 KCC실리콘을 분할했다. 역시 사업 전문성과 경영효율성 강화 목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바로 다음달인 올해 1월7일 KCC실리콘은 모멘티브퍼포먼스머티리얼스코리아가 새 주인이 됐다. 현대중공업그룹은 2019년4월1일 현대건설기계에서 물적분할했던 현대코오모션을 올해 8월1일 중국 상주현대액압기기유압회사에 매각했다. 현대코오모션 역시 분할 당시에는 전문성과 사업 고도화가 목적이었다. 해당 사례는 다만 분할 이후 매각까지 2년여간의 시간이 걸렸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작년 5월1일 현대로보틱스 로봇사업도 물적분할했다. 이후 그해 9월29일 현대엘앤에스 계열회사에 처분했다. 로봇사업은 그룹 내 이동한 것이지만 분할 공시 후 수개월 내 소유주식 및 연결재무제표상 변동이 이뤄졌다. 현대중공업지주는 공시 당시 분할 후 장래 구조개편 계획에 대해 전략적 투자 유치 및 상장 등 다양한 방안을 고려하고 있으나 확정된 사항은 없다며 또한 현재로서는 단기간 내 분할신설회사의 경영권 지분을 외부에 매각하거나 타 회사와 합병할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했다. 물적분할 후 매각된 것은 아니지만 지분 변동이 이뤄진 사례는 더 있다. 대표적으로 배터리 관련 사업이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소재사업을 물적분할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바 있다. 이를 통해 지배주주는 구주매출 등 현금을 확보했지만 SK이노베이션 소액주주는 인적분할을 가정했을 경우와 비교해 분할 후 주식 매각차익 등 가시적 효과가 덜하다. 이날 임시주주총회를 통과한 배터리 물적분할 역시 비슷한 이유로 소액주주의 반대가 심했다. 지난해 12월1일 물적분할한 LG화학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 역시 분할 당시 국민연금과 소액주주 반대가 있었고 추후 예고된 상장 과정에서 비슷한 이슈가 예상된다. 소액주주들은 분할 후 상장 등의 이득을 공유하기 위해 특별배당 등도 요구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상장법인이 물적분할을 실시하면 분할 사업에 대한 소액주주들의 권한이 약화되면서 권익이 축소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더욱이 단순물적분할은 주식매수선택권이 인정되지 않는 부분도 있다. 뿐만 아니라 물적분할은 후속 매각을 염두에 두고 분할 후 수개월 내 실제 처분까지 이뤄지지만 이 경우 사전에 매각 계획을 밝힌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이로 인해 소액주주들은 분할 당시 주총에서 매각 계획을 모른 채 의결권을 행사하게 된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은 ‘주식분할 결정 과정에서의 주주소통 및 공시에 관한 문제점’을 다룬 보고서에서 “국내 상장기업의 주식분할 결정 과정에서 주주소통과 의안 정보 제공은 해외 글로벌 기업 수준에 크게 못미친다”고 지적하며 “현행 공시체계에 주주소통 사항을 추가하고 주식분할 결정 후 중요위험요소는 의안정보에 포함시켜 공시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