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SK이노베이션 분할, 주주달랠 대책 있나
배터리·석유개발 사업 물적분할안, 주총서 통과
주주반발 여전히 커…“실질적인 주주환원책 나와야”
2022-09-16 조성준 기자
[매일일보 조성준 기자] SK이노베이션이 계획대로 배터리·석유개발 사업을 떼어내면서 훼손된 주주가치 회복이라는 숙제를 안게 됐다.
SK이노베이션은 16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수펙스홀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SK배터리’·‘SK 이앤피(E&P)’(가칭) 물적 분할 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분할 안건은 국민연금 등의 반대가 있었지만 예상대로 80.2%의 높은 찬성률로 무난히 통과됐다.
SK이노베이션은 이같은 내용의 안건을 8월3일 이사회에서 의결한 바 있다. 당시 소액주주를 중심으로 SK이노베이션의 물적분할 방침에 강한 반발이 있었다. 여전히 주주들 분노가 가라앉지 않고 있는 가운데 SK이노베이션의 명확한 주주환원계획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 대신지배구조연구소는 분할되는 과정에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SK배터리에, 사채 및 장기차입금은 존속법인에 상대적으로 많이 배정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향후 신설법인의 기업공개 과정이 이어진다면 SK이노베이션의 기존주주들이 납득할만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SK이노베이션의 성장가치가 높은 신설법인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던 상황에서 기업공개 과정을 통하면 지분가치 희석이라는 주주가치 훼손은 예정된 수순이기 때문이다.
일단 신설회사의 투자재원 마련 등을 위한 기업공개는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5년간 연평균 시설투자액이 6조원인 점을 감안하면 향후 설비투자액은 약 40%이상 증액이 필요하다. 차입금 의존도가 2019년 31.1%에서 2020년 38.3%로 확대추세에 있는 점을 고려하면 기업공개를 통한 재원마련의 필요성은 충분하다.
SK이노베이션에 대한 주주신뢰 문제는 금액적인 차원을 넘어서 기업에 대한 치명상을 입힐 수도 있다. SK이노베이션 주주 중 상당수는 전통적인 정유·화학이 아닌 배터리 가치를 보고 투자한 사람들이다. 또한 올 초 마무리된 지난 2년간의 LG-SK간 배터리 소송 전쟁을 버티면서 기업의 바닥을 받쳐준 이들이기에 배신감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따라서 SK이노베이션이 신사업 발굴 등 청사진을 제시하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도 실질적인 보상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명확한 주주환원 계획이 공개되지 않으면, 해외 사례처럼 주주권익 보호 측면에서 이사회의 주주가치 훼손 우려와 이번 분할을 의결한 해당 이사의 재선임 안건이 연계될 수 있다”며 “현금배당 추진 등 보다 현실적인 주주환원이 제시돼야 주주들 마음을 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