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가을철 태풍으로 인한 차량 피해 막으려면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
[매일일보 기고]최근 축대가 무너지거나 침수로 인한 인명 및 자동차 피해가 우려될 정도로 많은 양의 비가 집중적으로 짧은 시간에 내렸다. 중고차업계에선 상식적인 얘기로 통하는 것이, 여름철보다 가을철에 침수차량이 더 많이 나오는 점이다. 장마철에는 다들 긴장하면서 조심하지만, 가을에는 차량 관리에 소홀해지면서 침수피해가 더 많이 발생한다.
가을은 태풍이 한반도를 위협하는 계절이다. 태풍이 몰아칠 때 차량을 운행하게 되면, 여름철 장마 때보다 훨씬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도로 곳곳 하수시설이 각종 쓰레기 등으로 막혀 부분적인 침수 가능성이 일반 장마철보다 높다. 특히 강한 바람으로 인해 도로에 낙엽이나 나뭇가지, 간판 등의 낙하물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국도의 경우 산에서 흙탕물이 갑자기 흘러내려 피해를 볼 수 있다.
또 여러 종류의 날카로운 조각들이 도로에 잔존물로 남게 돼 주행 차량들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다. 실제 필자의 지인은 지난번 태풍 때 시내도로를 운전한 후 타이어에 날카로운 쇳조각이 박혀서 수리 후 위치 교환을 했다. 이에 평소보다 속도를 줄이고 도로 상황을 주시하면서 운전할 필요성이 있다. 평소보다 앞차와의 거리를 2배 이상 유지하고 속도는 70% 미만으로 감속할 것을 권한다.
태풍 소식이 있을 경우 우선 운행 경로에서 강변이나 하천부근 도로를 피하는 것이 좋다. 하상도로 이용 시에는 라디오 방송에 귀를 기울이고 주의해 운전하기 바란다. 하상 주차장 이용은 피하는 것이 상식적이다. 시에서 당연히 통제하겠지만, 혹여 실수로 진입금지 조치가 안 돼 있어도 하상 주차장 이용은 피하는 것이 좋다. 갑자기 차오르는 물에 차량을 구출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차량 운행을 삼가야 할 기준은 성인 남성의 무릎 높이, 또는 차량 바퀴 절반 이상 물이 차오르는 높이다. 안전할 것으로 보이지만 차량이 앞으로 달려나가면, 전방 물높이가 높아지고 엔진룸으로 물이 들어오게 된다. 최근 출시된 차량들은 성능 향상을 위해 공기 흡입구가 하부에 만들어진 경우도 있어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물이 엔진에 들어갈 경우 수리비는 상상을 초월한다. 어쩔 수 없이 통과해야 할 경우에는 에어컨을 끄고 일정한 저속으로 한 번에 건너는 것이 좋다. 그리고 대낮에도 전조등을 켜주는 것을 권한다.
침수피해 외 강한 바람에 당황하는 경우도 많다. 공주 당진방향 고속도로를 이용하다 보면 평소에도 터널과 터널사이 높은 교각을 지날 때, 측면 바람에 차량이 흔들리는 것을 느낀다. 이는 태풍이 올 때 더욱 심해진다. 옆면에서 강한 바람이 불게 되면, 차속에 따라 좌우 흔들림이 심해지고, 차선 이탈로 접촉사고나 혹은 심한 경우 전복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 속도를 충분히 낮춰주고 조심스럽게 운전해야 하는 이유다.
지난해 부산에서 발생한 것과 같이 오래된 담장이 무너지면서 차량이 부서지는 사고도 자주 발생한다. 콘크리트 식이 아닌, 벽돌이나 블록을 쌓아올린 담장이 오래될 경우 넘어질 가능성이 높다. 안전하다고 생각해서 높은 담장 옆에 바짝 주차한 조심성이 오히려 사고로 이어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