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라지는 한은 금리인상 시계…전문가 "증시 영향은 제한적"

금융당국 "미국 긴축 우려는 선반영"..."中 헝다 사태는 불안 요인" 내주 4대 경제수장 회동...기준금리 인상 등 금융·통화정책 논의

2021-09-23     이광표 기자
美테이퍼링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을 조기에 개시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금리 인상 시기 역시 내년으로 예상보다 앞당길 가능성도 커졌다. 여기에 중국에서 불거진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그룹(Evergrade) 파산 위기 사태까지 겹쳤다. 투자자들은 동시다발적으로 불거진 글로벌 이슈들이 국내 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선 시장에서는 연준이 이르면 11월 열리는 다음 FOMC회의에서 테이퍼링 시작을 정식으로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같은 취지의 발언으로 11월 테이퍼링에 힘을 싣고 있다. 파월 의장은 FOMC 종료 직후 진행된 기자 회견에서 “테이퍼링은 다음 회의 때 바로 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테이퍼링이 금리인상의 시기에 대한 직접적 신호는 아니다”라며 필요하다면 테이퍼링 시작을 더 기다릴 가능성도 시사했다.  시장에서는 연준의 테이퍼링 조기 실행과 금리인상 이슈가 시장에 큰 충격은 주진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미 이같은 우려가 선반영 됐다는 분석에서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테이퍼링 개시 시점이 우리 예상대비 1개월 빨라졌으나, 지난 2013~2014년 테이퍼링 당시 경험했던 금융시장 발작(탠트럼)이나 달러화의 급격한 강세로 유발된 2014년 하반기 스타일의 금융시장 불안이 재현될 가능성은 낮다”면서 “유럽중앙은행(ECB)도 4분기 이후 팬데믹긴급매입프로그램(PEPP)의 채권 매입 속도조절을 천명하는 등 연준과 더불어 정상화에 나서고 있기에 통화정책 방향이 엇갈리며 발생하는 달러화 초강세가 발생할 가능성 역시 낮다”고 진단했다.  다만 중국의 헝다그룹 파산 위기 사태는 국내 금융시장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거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금융당국도 FOMC 결과의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하면서도 헝다사태의 영향은 예의주시하고 있는 분위기다. 실제 이날 코스피는 전 개장일보다 12.93포인트(0.41%) 하락한 3127.58로 장을 마감했다. 코스피지수는 이날 16.87포인트(0.54%) 내린 3123.64에 출발해 3120선 아래로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이억원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이날 은행회관에서 거시경제금융회의를 갖고 간밤 열린 미국 연준 FOMC 결과와 관련해 “그간 시장과 원활한 소통을 통해 정책신뢰를 확보해 왔고, 시장 예상과 대체로 부합한 결과를 보이면서 국제금융시장은 비교적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테이퍼링 구체화 과정에서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승헌 한은 부총재도 이날 상황점검 회의를 주재하며 헝다그룹 위기와 관련해 “국제금융시장의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은 작다는 평가가 우세하나, 부동산 관련 부채누증 문제가 현실화한 것인 만큼 이 사태의 전개 상황에 따라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소지가 상존한다”고 진단했다. 한편 한국은행의 추가금리 인상 압박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시장에선 10월 또는 11월을 추가인상 시점으로 전망하고 있다. 집값과 가계부채 동향, 물가 등을 감안할 경우 10월에 기준금리를 인상한다 해도 아주 이상한 일은 아니라는 게 채권시장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지난 8월 26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저금리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가 같이 있다면 거시건전성 효과는 제약될 수 밖에 없다"면서 기준금리의 추가인상 방침을 분명히 했다. 오는 30일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4대 경제수장 회동에도 관심이 쏠린다. 홍남기 부총리는 최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과 관련 재정-금융통화 정책 엇박자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경제부총리와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 한국은행 총재가 한 자리에 모이는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이달 하순쯤 열겠다고 밝힌바 있다. 홍 부총리는 "코로나 위기 대응과정에서 가계부채 증가, 자산 불평등에 따른 양극화 확대 문제와 함께 금융불균형 완화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금융정책과 통화정책 폴리시 믹스가 잘 이뤄져야 하는 것 아니냐 여러 지적 있었고 정부도 유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거시경제금융회의가 30일 진행될 경우 경제수장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지난 2월 18일 이후 반년만인 데 기준금리 정책이나 가계부채 완화 방안, 피해계층에 대한 지원방안이 나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