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MZ세대 리세일 열풍, 명품 중고시장 미래 물결 주도

2021-09-24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
박근종
[매일일보]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우리 사회는 ‘중고의 재발견’이라는 기회를 가져왔을 뿐만 아니라 중고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분수령을 넘어서게 됐다. 코로나19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로 집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된 소비자들이 살림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거래량 자체가 자연스레 늘어난 데다 코로나19가 재촉한 소비문화의 당겨진 미래가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을 뿐만 아니라 ‘ESG 경영’ 확대와 ‘2050 탄소 중립’ 선언으로 재활용과 환경 보호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20대(Z 세대)와 30대(밀레니얼 세대)에 속하는 M·Z세대가 명품 브랜드 중고시장 주도 세력으로 급부상하는 가운데, 소비 트랜드와 시장 판도에도 새로운 변화의 물결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이들 M·Z세대에게 사용하던 물건을 내다 파는 ‘중고 거래’와 사 온 한정판 상품에 프리미엄을 붙여서 되파는 ‘리세일(Resale | 재판매)’은 명품 시장까지 빠르게 확산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닐슨 코리안클릭(Nielsen Koreanclick)에 따르면 2018년 200만 명 수준이었던 국내 모바일 ‘중고 거래’ 플랫폼 이용자는 2020년 6월 기준 1,090만 명을 넘어서면서 무려 5.45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또한, ‘중고 거래’ 플랫폼 ‘번개 장터’는 왕성한 ‘중고 거래’에 힘입어 2020년 한 해 동안 전년 대비 30% 이상 성장하며 총거래액 1조3,000억 원을 기록했다. 신규 가입자도 전년 대비 40% 증가하며, 2021년 8월 기준 누적 가입자 수가 1,600만 명을 돌파했다. 이뿐만 아니라 지난 9월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번개 장터’는 ‘신한카드’와 ‘리셀(Resell)’ 시장 활성화와 ‘리셀(Resell)’ 관련 디지털 콘텐츠 개발에 전략적으로 협업할 계획을 밝히고, 지난 9월 14일 신한금융그룹으로부터 3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합리적인 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는 소유보다는 체험에 더 가치를 두고, 중고 물품에 새 주인을 찾아주는 것을 ‘지구를 살리는 작은 실천’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또 중고로 되팔 수 있는 상품에 대하여 적극적인 소비 성향을 지니고 있다. 미국의 ‘스레드업(Thredup)’이나 한국의 ‘당근마켓’ 같은 ‘중고 거래’ 플랫폼의 등장으로 판매자와 구매자의 연결이 쉬워지고 빨라지게 되면서 오늘날 ‘리세일(Resale)’ 대상 상품이 일상의 생활용품에서부터 명품 브랜드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해졌다. 이러한 현상은 마치 숨을 쉬고 잠을 자듯 자연스러운 일상의 소비 패턴으로 자리 매기 하게 된 것이다. 보통 ‘중고 거래’는 신상품보다 저렴하게 사고파는 게 일반적인 상식이다. 하지만 ‘리세일(Resale)’은 판매자가 사 온 희소가치가 높은 상품에 웃돈을 얹어 되파는 형태로 거래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소비자의 수요는 많은 데 반해 공급이 적기 때문에 신상품보다도 가격이 오히려 더 비싸지는 경우가 많다. 중고 거래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를 주도하는 견인차로 M·Z세대를 꼽는 것은 작금의 부동산 가격 폭등 사태 등을 지켜보면서 부모 세대만큼의 경제적 풍요를 기대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게 됐다고 판단한 이들이 ‘리세일(Resale)’을 재테크 목적의 ‘대체 투자수단’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으로 이해된다.  주요 명품 업체들이 코로나19 속 ‘나 홀로 호황’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M·Z세대 사이에서 이른바 ‘신명품’ 소비 열기가 명확해졌다. 뚜렷한 개성과 정체성을 갖고 단순하면서도 실용적인 디자인으로 ‘루이비통’, ‘샤넬’, ‘구찌’ 등의 전통 명품 브랜드들과는 완전히 차별화한 국내·외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바로 그들이다. 기존 명품 대비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특성을 바탕으로 독창성을 무엇보다 중요시하는 M·Z세대 사이에서 ‘신명품’이란 새로운 카테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예컨대 ‘스톤아일랜드’, ‘아더에러’, ‘아워레가시’, ‘WOOYOUNGMI’, ‘메종키츠네’, ‘르메르’, ‘마틴로즈’, ‘아미(AMI)’ 등이 대표적인 그들이다.  ‘스톤아일랜드(STONE ISLAND)’는 이탈리아의 컨템포러리 패션 스포츠웨어 브랜드로 최첨단 섬유 개발과 혁신을 상징하는 디자인으로 뛰어난 염색기법과 실험적인 소재로 인해 비싼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고, 왼쪽 팔뚝에 계급장과 비슷한 나침반 모양 로고로 잘 알려져 있으며 실용적이면서도 군복 느낌의 디자인으로 남성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 ‘아더에러(ADERERROR)’는 서울을 근거지로 한 누가 디자이너인지도 알 수 없도록 한 브랜드로 단순하면서 트렌디한 디자인이 특징이고, ‘아워레가시(OurLegacy)’는 스웨덴을 기반으로 90년대 록 문화에서 영감을 받은 ‘코스(COS)’나 ‘아크네 스튜디오’를 좋아하는 소비자들의 선호가 이어지고 있으며, ‘WOOYOUNGMI’는 우리나라 우영미 디자이너가 자신의 이름을 따서 출시한 럭셔리 남성복 브랜드로 2020년 프랑스 봉마르셰 백화점 남성관에서 매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세계 패션업계에서 인정받았고, ‘메종키츠네(Maison kitsune)’는 여우 얼굴 로고에다 프랑스 스타일과 일본 감성이 융합되어 단순하면서도 귀엽고, 자유롭고 개성적인 이미지로 각인됐다.  또한 ‘에르메스(Hermes) 대신 산다’는 ‘르메르(Lemaire)’는 심플함과 우아함, 일상적인 느낌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가 잘 어울리는 브랜드로 고급스러운 소재와 단순하지만 우아한 실루엣으로 일상 속에서 잘 어울리면서도 특별한 남녀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다. 힙합 문화에서 영감을 받아 90년대 감성을 재해석한다는 ‘마틴로즈(Martine Rose)’, BTS(방탄소년단)의 팬클럽과 발음이 같은 빨간 하트 로고로 프랑스의 디자이너 알렉산드르 마티우시(Alexandre Mattiusi)가 창립한 ‘아미(AMI)’ 등도 검색량이 꾸준한 증가추세에 있다. 특히, 중고 명품 패션의류와 스니커즈(Sneakers)로 시선을 돌린 데는 이 상품들의 판매 가격이 계속 오르기 때문에 투자 가치가 높을 뿐만 아니라 희소성도 커서 안정적인 수익률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리세일(Resale)’ 플랫폼 스톡엑스(Stock X)는 2016년 창업 후 약 5년 만에 기업가치가 무려 38억 달러(약 4조3,600억 원)로 치솟으며 미국 ‘리세일(Resale)’ 플랫폼의 선두 주자로 등극했다. 코로나19의 악조건 속에도 불구하고 2020년 매출은 4억 달러(약 4,600억 원)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67%의 성장을 이뤘다.  스톡엑스(Stock X)는 운동화로 시작했지만 최근 들어 패션의류, 시계, 전자제품 등 다양한 상품을 취급하고 있다. 미국 중고의류 유통업체 ‘스레드업(Thredup)’에 따르면 한정판, 명품 등 희소가치가 높은 상품에 이윤을 붙여 되파는 리셀(Resell) 시장 규모는 지난해 280억 달러(약 32조 원)에서 오는 2025년 640억 달러(약 74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는 실정이다. 한편 국내 온라인 명품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유로모니터(Euromonitor)에 따르면 2020년 국내 온라인 명품 시장 규모는 1조5,957억 원으로 2019년 대비 11%, 2017년 대비 26.2% 신장했다. 전 세계 90개국에 진출한 글로벌 마케팅 리서치 기업 ‘칸타(KANTAR)’가 발표한 ‘2021년 명품 브랜드 가치’ 순위를 보면 루이비통(757억 달러)이 압도적 1위를 차지한 가운데, 2위 샤넬(470억 달러), 3위 에르메스(464억 달러), 4위 구찌(338억 달러), 5위 롤렉스(81억 달러), 6위 까르띠에(73억 달러), 7위 크리스찬 디올(54억 달러), 8위 생 로랑(52억 달러), 9위 프라다(40억 달러), 10위 버버리(39억 달러) 순이었다. 그러나 명품 브랜드 ‘리세일(Resale)’ 순위는 다르게 나타났다. 미국 최대 명품 ‘리세일(Resale)’ 플랫폼으로 꼽히는 ‘더 리얼리얼(The RealReal)’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 상반기까지 1년간 2,300만 명의 자사 고객과 1,900만 건의 자사 거래 자료를 토대로 작성한 ‘2021 명품 리세일 보고서’를 인용하여 ‘어패럴뉴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 1년 사이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명품 톱 브랜드의 순위 다툼이 치열해진 것이다. 루이비통에 이어 2위에 올라있는 구찌와 3위 샤넬 간의 격차가 24%나 더 벌어졌고, 프라다가 20%로 격차를 줄이며 샤넬에 근접한 가운데 디올은 판매 증가율 747%로 에르메스를 밀어내고 톱 5에 진입했다. 구찌는 구매 62%, 판매 위탁 61%의 증가율로 가장 많이 사고 팔리는 브랜드로 평가됐다. ‘어패럴뉴스’에 의하면 톱 5 하이 밸류 ‘리세일(Resale)’ 브랜드는 샤넬, 언브랜디드 주얼리, 루이비통, 구찌, 에르메스 순이다. 언브랜디드(The Unbranded Brand)는 문자 그대로 일본 무인양품과 같이 이름 없는 브랜드 상품을 취급한다. 하지만 파격적인 할인 가격에 젊은 층이 선호하고 있다. 또 한 가지 주목할만한 특징은 젊은 세대가 1,000달러 이상 하이 밸류 명품 투자의 최대 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한 해 동안 하이 밸류 명품을 구매한 인구 중 Z세대는 61%, M세대는 39%가 각각 늘었다. 위탁 판매 증가율은 Z세대 110%, M세대가 50%씩 각각 늘었다.  ‘더 리얼리얼(The RealReal)’은 M·Z세대는 하이 밸류 명품 ‘리세일(Resale)’ 아이템에 대한 투자를, 가상 화폐나 NFT(Non-Fugible Token | 대체 불가능 토큰)와 같이 투자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대상으로 지목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스톡엑스(Stock X)가 2021년 3월 18세 이상 미국 성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도 한정판 스니커즈 구매자의 37%가 구매 동기로 ‘투자’를 꼽았다. 실제로 2020년 1월부터 2021년 6월 사이, 미국의 주가 지표인 S&P지수 수익률은 30%였는 데 비해 나이키 ‘에어 조던 4’의 수익률은 100%에 달했다. M·Z세대가 꼽는 투자 대상으로는 구찌의 재키, 샤넬 플랩 백, 루이비통 스피디 30, 에르메스 콘스탄스 등 빈티지 백을 선호하고, 프레피와 스포티 스타일의 카사블랑카, 폴로 랄프 로렌, 살로몬 등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 등 변화의 바람은 스트리트웨어에서도 일고 있다. 미래의 소비 트랜드 중 주목할 사항은 명품 브랜드의 중고 거래의 열풍이 이미 가속되고 있고, 그 도도한 물결을 견인하고 주도하는 세대는 M·Z세대가 분명하다. 그중에서 더 큰 영향력과 주도권을 거머쥔 세대는 다름 아닌 Z세대이다. 이들의 취향과 소비 패턴을 모르고는 거친 변화의 소용돌이를 뚫고 나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광활한 플랫폼 시장의 대양을 항해할 수 없다. 또한, M·Z세대는 이미 비싼 부동산, 위험한 가상 화폐 및 주식, 이자율이 낮은 예금에 반해 명품 가방과 운동화 등 비전통적인 자산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인식하에 재테크를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여기에 더하여 중고 패션 플랫폼의 성장률은 향후 5년간 연평균 100% 이상에 달할 것이라는 예상도 일반화된 전망이다. 중고 거래의 가장 큰 위험은 위조품 구매 가능성이다. 특히 명품이나 한정판 운동화 같은 고가 상품을 구매할 때 그 우려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온라인 플랫폼에서의 명품 구매 수요가 높아지고 온라인 명품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향후 업체 신뢰도가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고 관련 업계들은 앞다투어 소비자 신뢰 쌓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스톡엑스(Stock X)는 새 상품만 취급하는 동시에 자체 인증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의 불안을 해소하고 있고, 롯데온(롯데ON)은 병행수입자인 외부 판매자가 판매하는 명품 신뢰도 강화하여 위조 상품 피해를 사전 예방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표준화된 절차에 따라 보상을 진행하기 위해를 위한 ‘트러스트온’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SSG닷컴(SSG.COM)도 상품 정보와 구매 이력, 보증 기간, 보안 정보 등의 내용이 담기며, NFT(대체 불가능 토큰) 기술을 활용한 명품 디지털 보증서 ‘SSG 개런티’ 서비스를 시행하며 보안을 강화했다. 이처럼 ‘정품 보장’이 경쟁력이라는 인식하에 안전성이 무엇보다 최우선 담보되어 ‘믿고 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관계 당국도 업계에만 맡겨둘 사안이 아님을 유념하고 근본적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現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