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 동성결혼' 김조광수 서울시민청 결혼식 무산
인권연대 “인권도시 지향하는 박원순 시장의 모순" 비판
2014-08-07 김태혁 기자
[매일일보 김태혁 기자] 동성과의 공개결혼식을 예고해 화제를 불러모은 영화감독 김조광수씨가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결혼식을 올리려다가 시측이 난색을 표하면서 무산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지난 1월12일 개관한 시민청은 시민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문화·예술·학술·토론행사가 열릴 수 있는 곳이다. 개관 100일만에 33만명이 찾을 정도로 시민들에게 인기가 있다.특히 지하 2층 태평홀은 저렴한 비용으로 결혼식과 피로연을 치를 수 있는 공간이어서 예비부부들에게 인기가 많다.7일 시민청을 위탁운영하고 있는 서울문화재단과 인권단체 등에 따르면 김조광수씨는 지난 6월초 재단측에 9~10월께 시민청에서 퀴어페스티벌(Queer Festival)을 열고 싶다는 의사를 구두로 전달해왔다.김조광수씨는 당초 자신의 결혼식과 더불어 동성애자 등 성적소수자들이 다양한 끼를 펼칠 수 있는 문화예술행사를 기획한 것으로 알려졌다.한 인권단체 관계자는 "(김조광수씨가)시민청이 쌍방향 소통과 경청의 공간이자 시민들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시민생활마당이라는 점에 착안, 성적 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모으기 위해 결혼식 장소가 됐으면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하지만 김조광수씨의 바람은 서울문화재단측이 난색을 표하면서 이뤄지지 못했다.재단측은 태평홀 사용을 위해 거쳐야할 사전 공모시간이 지난데다가 결혼식이 페스티벌 형태로 진행되더라도 기존에 예정된 결혼식과 동선이 겹칠 경우, 장소사용에 대한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김조광수씨의 제안을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하지만 내부적으로는 공공장소에서의 동성간 결혼을 꺼려하는 보수여론을 의식한 정치적 판단에 따른 대응이 아니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인권단체 관계자는 "시민청은 다양한 시민들이 창의적인 방식으로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알고 있다"며 "동성간 결혼의 의미를 짚어볼 수 있었던 사회사적으로도 의미있는 이벤트가 될 수 있었는데 시의 경직된 사고가 아쉽다"고 말했다.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다수의 입맛에 맞추려는 인권침해"라며 "인권도시를 지향하는 박원순 시장의 모순"이라고 비판했다.서울문화재단 관계자는 이같은 지적에 대해 "김조광수 감독이 결혼식을 포함한 퀴어페스티벌 개최를 제안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현실적으로 결혼식은 힘들다. (동성간)결혼식이 우리나라에서 합법화된 것도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이 관계자는 "다만 서울문화재단은 올해를 제외한 최근 3년 동안 퀴어축제에 대한 지원을 해오고 있다"며 "재단 내부적으로는 시민청에서의 퀴어페스티벌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데 김조광수 감독으로부터 연락이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한편 김조광수씨는 자신의 배우자가 될 김승환씨와 8일 오전 11시 '인문까페 창비'에서 자신들의 결혼식 장소와 하객명단을 공개한다.